마음에 안드는 예약판매
어떤 카메라를 몇 달 동안 노리고 있었다. 아냐, 어떤 카메라는 무슨 어떤 카메라… 파나소닉에서 나온 GF1을 처음 나왔을 때부터 살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 지금까지 나에게 과분했던 DSLR이 너무 크고 무거운데다가, 그것보다 렌즈가 너무 어두워서 실내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던 것이 카메라를 사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사실은 펜탁스 단렌즈를 살까 생각도 했지만 30만원이 넘어서… 물론 렌즈 값으로 비싼 건 아니지만 차라리 카메라를 새로 사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수동으로 초점을 잡아야만 하는 중국제 단렌즈를 하나 사긴 했는데, 참을성이 없어서 도저히 쓸 수가 없더라-_-;;;). 올림푸스의 펜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텐데 내 취향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이 카메라를 사겠다고 마음먹고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사야 되는 건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또 정식발매를 하신다고 들었다. 그래서 파나소닉 홈페이지를 가봤는데, 언제 물건을 주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고 500대 한정 판매라고… 당장 이번달에는 사실 일하느라 바빠서 사봐야 쓸 일도 없으니 다음 달쯤이나 사야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예약판매’,’한정’ 뭐 이런 말들이 사람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지 않나?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결정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어난 건 예약판매 시작 시간보다 30분이 지난 열 시 반. 홈페이지에 가보니 계속해서 ‘한 시간 뒤 예약판매’ 라는 문구만 나오더니, 정작 회원가입해서 다시 접속해보니 판매가 완료 되었다고…-_-;;; 허탈했다. 그게 그동안 다 팔린 것인지, 접속하지 않으면 계속 ‘한 시간 뒤 예약판매’ 라고만 나오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래서 압구정동의 전시장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예약판매로 샀으면 12월 23일에 물건이 배송되고 12월 말이나 1월초에는 일단 매장에 물건이 또 들어오는데, 파나소닉 매장이 아니라 일반 인터넷과 같은 경로까지 들어갈지는 미지수라는 대답을 들었다(그러나 이 말이 과연 믿을만 한가? 누가 ‘네 연말이면 아무데나 다 풀려서 살 수 있어요’라고 말할까? 방금 500대 한정판매 다 팔아놓고서?). 나는 이 부분에서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500대가 채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다 판매되었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의미일텐데 거기에다가 굳이 한정적으로 파는 느낌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식의 마케팅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사지 않을까… 음식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솔직히 이런 물건 사려고 기다리는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개인적으로는 돈 내는데 굽히는 인상까지 주면서 물건 사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왜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면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저 카메라의 예약판매시기도 좀 그렇다.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올림푸스의 펜2는 벌써 좀 전에 예약판매로 내놓아서 다 팔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기상으로 보면 GF1이 먼저 나왔는데, 이제서야 시장에 내놓고 올림푸스가 그 전에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펜2를 벌써 내놔서 또 팔아치웠다. 그 사람들 가운데에는 GF1 기다리다가 돌아선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솔직히 내 느낌에는 뒷북치거나, 아니면 펜이랄지 다른 카메라들이 얼마나 팔리는가를 보고 살펴서 내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러면서도 꼭 엄청나게 기다려야만 한다는 느낌을 주는 마케팅을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기능이야 좋겠지만 비싸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서 마음 속으로는 망설이고 있는데, 만약 사고 싶은 때에 물건을 손에 넣을 상황이 안 만들어진다면 차라리 미국이나 일본에서 사거나, 다 귀찮으면 그냥 단렌즈를 사서 지금 쓰는 카메라에 끼워 쓰고 카메라 생각을 당분간 안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진에 대해서 알거나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고… 나는 카메파가 좋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만큼 사진 능력자도 아니다. 어차피 안 사면 돈 굳으니 아쉬울 것도 없다.
# by bluexmas | 2009/12/17 11:21 | Life | 트랙백 | 덧글(10)
지마켓엔 한정판매 상품이 많은데 그래놓고 한달뒤에도 여전히 걸려있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