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블로그
물론 이건 100대 블로그에 선정되어서 남기는 승리의 선언문이나 감사인사가 아니다. 나는 거기에 못 들었다. 사실 이런 얘기는 별로 쓰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어떤 얘기를 하든지 결국은 거기 못 들어서 푸념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나 하고 싶은 얘기는 해야지. 계속 생각만 하고 쓰지 않으니 일이 안 된다.
뭐 내 마음 한 구석 어딘가를 들춰보면, 정말 거기에 들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나의 일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은 욕심이 없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일테니까. 그러나 그걸 비교적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넘길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이 블로그를 꾸려 나가는 목적이 누군가가 정해놓은 그런 기준 안에 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100대 블로거 따위가 싫은 이유는 마치 모든 사람들이 블로그를 꾸려 나가는 이유며 들이는 노력의 원동력이 누군가가 정해놓은 그런 틀 안에 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나는 이 블로그로 인해 그런 틀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글을 쓰는 게 좋아서 블로그를 꾸려나가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찾아오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사람이 찾아오는 블로그를 꾸려나가고 싶어서 싫은 걸 하고 싶지는 않다.
뻔뻔스럽게 들리겠지만, 내가 이 블로그에 쏟는 애정이나 노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절대적인 수치로 환산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이글루스의 사용자가 몇 명이든 백 명 안에 들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내 생각일 뿐이고, 언제나 수긍할 수 없는 외부의 평가 체계는 그것과 상관없이 돌아갈 때가 많다. 조금 더 파고 들어가서 나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말 내가 이런 것들을 언제나 싫어하는 이유는, 이것이 내 삶의 다른 부분에서 내가 자주 보게되는, 노력과 평가 사이의 불균형 속에서 괴로와하는 나와 맞닥뜨리는 내 삶의 한 단면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 나의 이야기를 듣고 피해의식을 들먹이기도 했다. 어쨌든 블로그에서조차 그렇게 반복되는 실생활의 단면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100대 블로그든 10대 블로그든, 솔직히 싫다. 그러나 이런 나의 생각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거기에 들지 못한 사람이 늘어놓는 푸념으로 사람들에게 이해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결국 100대 블로거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든, 거기에 피해의식을 들먹이는 사람들이든, 알고 보면 모두가 다 같은 감정이며 행동의 패턴을 바닥에 깔고 있는 셈이다. 내가 누구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허술하게, 나쁜 평가를 받는다고 더 바싹 조여서 살지는 않겠지만 사실 지금까지 겪었던 이런 패턴들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우기가 힘들다. 나는 삽질하고 사는 인간이다. 노력을 기울인 것만큼 좋은 결과를 못 얻거나, 좋은 평가를 얻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을 안고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부의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런 평가 기준들이 싫다. 감정이 좀 앞섰더니 어째 글이 삐걱거린다. 그만 쓰자.
몇몇 분들이 나를 추천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가 그런 것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아니면 그게 의미가 있거나 없거나 추천해주신 마음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by bluexmas | 2009/12/17 02:12 | Life | 트랙백 | 핑백(1)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0/12/07 23:59
… 마트폰 자꾸 망설여진다. 틈만 나면 메일 확인하고 트위터를 들여다 볼 것이다. 100대 블로그 옆구리의 가시. 이맘 때만 되면 기분이 나빠진다. 그 이유는 이 글에 나와 있다. 나의 동기가 일종의 ‘표준화’ 되는 것이 싫다.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