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충실지수에 관한 꿈

낮에 너무 자서 그런가, 밤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계속 뒤척거리면서 꿈을 꿨는데, 마지막으로 꾼 꿈은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어디에선가 옷 배급을 받는 줄에 서 있었는데, 두꺼운 털실로 짠, 알록달록한 스웨터를 나눠주고 있었다. 내 앞에 서 있던 누군가는 굉장히 덩치가 컸는데도 맞는 치수를 받아 갔는데, 정작 내 차례가 오자 나눠주던 아줌마는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실패!” 라고만 외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응? 나도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서 있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어째 이 꿈은 예전에도 쓴 기억이 있는 것도 같지만 초등학교때 신체검사를 마치고 신체충실지수에 대한 ‘판결’ 을 받던 기억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눈을 뜨자마자 들었다. 나는 또래들 치고는 키도 큰 편이었지만, 비만이었기 때문에 신체 충실지수는 언제나 ‘마’ 였는데 거의 대부분의 선생들이 이걸 어떤 식으로든 다른 애들이 알도록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이를테면 애들 이름을 쭉 부르면서 ‘박철수(가명), 마!’ 뭐 이런 식이었던가. 나는 어린 시절부터 국가 차원에서 신체적으로 충실하지 못한 자원이었다. 그렇게 나를 충실하지 못한 자원으로 분류한데 한이 맺혀서 그런가, 지금도 어떻게든 국가의 발전에 한 몫 비루하게나마 거들 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거나, 또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해 본 적이 없다.

어제는 집에서 반찬을 한 보따리 얻어왔는데, 아버지가 그 동네 강의차 가셨다가 사오셨다는 호도과자가 있었다. 먹고 싶은 걸 참다가 아침에 먹어봤는데, 음… 무엇인가가 잔뜩 든 이 맛은. 나는 너무 까다로운 인간이 되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할 생각인데, 존 메이어의 새 앨범을 사서 다니며 들을까 아이튠에 접속해서 조금 망설이고 있다. 어디에선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어디에 가면 될까?

 by bluexmas | 2009/12/13 07:59 | Lif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at 2009/12/13 08: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3 08:10

아이고,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은 이게 채식주의에 관련된 내용인데, 가축, 또는 소가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하는 맥락에서 나오는 문장이거든요. “###(사람이름) explained me to that for millennia livestock has been indispensable for its magical reality to convert agricultural waste, failed crops, and the vegetation on unfarmable land into high-quality protein.” 아무리 찾아봐도 대체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_-;;;; 일단 저도 알려주신 것 찬찬히 한 번 더 읽고, 좀 더 찾아보겠습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2/13 10:21 

아마 제가 그 꿈을 꿨더라면 옷 나눠주는 아줌마가 ‘훠이~훠이~’ 하면서 쫓아냈을거예요 -_-;;; 나들이 잘 다녀오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7 14:06

차라리 그게 낫지 실패! 는 또 뭐래요-_-;;; 간만에 서울가서 돌아다니고 지름신도 강림하셧네요-_-;;;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12/13 10:56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쪽 지하의 [보헤미안]이 커피맛은 괜찮긴한데,위치도 멀고 고객배려가 다소 부족한 게 걸리네요. 거리가 멀지않은 곳이라면 삼성역 현대백화점 건너편의 [티모시스]커피의 에스프레소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용 잔에 나올진 모르겠지만 양재역4거리 [카리부]커피의 에스프레소도 무난하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7 14:06

결국 동선이 어디에도 가깝지 않아 동빙고동 스타벅스에서 구정물을 마셨습니다. 도때기시장이더군요. 따뜻해서 밖에 앉아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_-;;

 Commented at 2009/12/13 12: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7 14:07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가축인 것 같습니다-_-;;;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12/13 12: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7 14:07

그렇죠. 식탐 조절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안 먹고 살았으면 좋겠네요ㅠㅠㅠ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12/13 13:37 

저는 항상 나였던것 같은 생각이…ㅠㅠ;;

키크고 말랐었…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7 14:07

그… 그러셨군요 ㅠㅠㅠㅠㅠㅠㅠ 뭐라 드릴 말씀이ㅠㅠㅠㅠㅠ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2/13 15:52 

수치스러움을 잔뜩 안겨주는 날이죠..

전 심전도 검사 때 슴가 내놓는 것도 부끄라요..속옷 걱정에^^;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취향대로 타 마시는 집 커피가 가장 맛있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7 14:08

그렇죠, 신체검사는 참 싫은 날이에요… 무슨 동물도 아니고 정말.

 Commented by turtle at 2009/12/14 22:41 

맛있는 커피 드셨나요? =)

전 요새 회사에서 파는 400원짜리 커피에 맛이 들려서 (의외로 꽤 맛있어요!) 밖에선 잘 안 마시게 됐어요. 가끔 교보문고에 가는 날이면 커피스트나 나무사이로에 가긴 하지만요. 강남 신세계 폴 바셋 커피가 근래 마셔본 커피 중에서는 꽤 나았지만 너무 정신없는 분위기라 추천하기는 좀 그래요.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사온 원두로 친구가 내려준 커피가 제일 맛있었네요. 비슷하게 살짝 정신없긴 하지만 허형만 커피도 늘 기본 이상…^^ 좋은 커피는 늘 좋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7 14:08

아뇨. 그냥 스타벅스 구정물 마셨어요 ㅠㅠ 역시 정말 더럽게 맛이 없던데요 ㅠㅠ 저는 워낙 커피를 성의없게 내려서 좀 반성해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