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우렁이 현미와 현미밥 해먹기

쌀 한 봉지에 정치적인 의미를 담아 글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냥 쌀 이야기만 하겠다. 정치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또 정치적인 이유로 쌀을 산 것도 아니니까. 다른 쌀들이 다 있는데 일반 현미만 없던 차에 마침 이런 게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산 것에 불과하다.

현미밥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지 적어도 3년은 되었다. 처음에도 별로 거부감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예 흰밥의 미끌미끌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몇 가지 밥솥으로 현미밥을 지어봤는데, 일단 보통 밥솥으로는 현미밥이 의욕만큼 맛있게 지어지지 않는다. 같은 현미로 밥을 해도 쌀알이 잘 퍼지지 않아서, 밥이 딱딱했다. 그걸 보완하려면 쌀을 불렸다가 밥을 해야 되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 일단 압력밥솥이 있는데다가 거기까지는 수고하고 싶지 않아서 시험해보지는 않았다.

현미밥에 대한 식감은 순전히 개인취향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꺼끌꺼끌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100% 현미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백미와 반반 정도로 섞으면 뭐 뻔한 말이지만 훨씬 느낌이 달라진다. 그리고 훨씬 더 쫀득쫀득한 현미찹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현미찹쌀과 보통 백미를 반반씩 섞어서 밥을 지으면 보통 백미으로 밥을 지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차진 식감이 아쉬울 게 없는 밥이 된다. 100% 현미밥을 안 지어 먹을 때에는 보통 이런 식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

이마트에서 ‘탑 라이스(뭐 꼭 이런 식으로 이름 지어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_-;;;)’라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해서 내놓는 고급추정현미를 계속 사다 먹다가 이 봉하마을 현미로 어제 처음 밥을 지어 보았는데 훨씬 더 맛있었다. 역시나 현미이기 때문에 밥알이 서로 붙어서 덩어리지지 않고 흩어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거친 느낌이 들지 않고, 알갱이 하나하나에 맛이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굳이 정치적인 의미를 담지 않더라도, 이 쌀 한 봉지 사 먹을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by bluexmas | 2009/12/10 12:55 | Taste | 트랙백 | 덧글(24)

 Commented by 여우달기 at 2009/12/10 12:57 

현미 진짜 좋아하는데 여기선 영 구하기가 힘들어서 ㅠ_ㅠ;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23

호주에는 현미가 없나요? 땅도 넓고 좋아서 있을 것 같은데…

 Commented at 2009/12/10 13: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25

돌솥에 현미밥 맛있겠어요 🙂 가족들은 현미를 안 먹어서 돌솥현미밥은 아직 못 먹어봤는데, 돌솥을 하나 사야할까봐요… 품이 많이 들면 정성이 들어간다는 거니까 음식이 맛있기는 하죠^^ 아무래도 무거우니까 설거지가 힘들겠죠…ㅠㅠㅠ

 Commented by JUICY at 2009/12/10 13:15 

전 고시원에서 해주는 흰쌀밥만 먹다가 저런 밥 보면 뭐랄까…흠…건강식이긴 한데 약간 꺼려지는게 있더라구요.. ;; 그래도 찹쌀밥을 김에 싸먹는건 정말 좋아해요 !

예전에 엄마가 흑미밥 해놔라 – 이랬더니 동생이 욕심에 흑미를 잔뜩 넣어서 탄밥처럼 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25

흑미밥 정말 흑미 한 숟갈만 넣어도 밥이 시커멓게 되잖아요. 맛은 있지만 보기에는 별로…

 Commented by 낭만곰뎅 at 2009/12/10 13:19 

;ㅁ;,… 맛있겠네요.. 으험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26

아이고;;; 그저 밥이 최고죠 뭐;;;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2/10 13:57 

진짜 쌀이 탱글탱글해 보이네요! 저도 현미밥 잘 먹어요. 그치만 식구들은 쌀밥 + 아주 큰 콩을 좋아하더군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26

저는 혼자 살아서 먹고 싶은대로 해 먹으니까 그건 좋더라구요^^

 Commented by subin at 2009/12/10 13:59 

음! 전 현미는 꼭 섞어 먹지요.

쌀봉지에 캐릭터가 참 착해보이네요.

저도 정치는 모르니까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4 11:27

네, 쌀봉지 캐릭터가 착해보이죠. 어떤 인물을 가지고 만든지는 잘 모르겠지만(…)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2/10 16:39 

찰현미는 부드러워서 먹기 좋아요,,그냥 현미의 거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어느정도일까요..

마지막 사진의 현미밥은 계란간장밥같은 색상으로 군침 도네요:0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5 14:53

찰현미가 부드럽죠… 이 현미도 거친 가운데 속알갱이는 정말 쫀득쫀득하던데요. 정말 현미밥은 그냥 봐도 계란간장밥 같은 분위기가 돌아요 🙂

 Commented by ra at 2009/12/10 19:22 

저희집은 찹쌀현미+현미 반씩 섞어서 10시간 정도 불리는 수고를 하고 일반 밥솥에 밥을 짓고 있어요. 부끄럽게도 압력밥솥 사용 방법을 아직도 터득하지 못했어요. 후… 자꾸만 타더라고요 흑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5 14:53

아… 제가 압력밥솥이라고 말한 건, 쿠쿠같은 압력밥통을 의미한 것이었어요. 일반 밥솥에서는 알갱이가 물을 완전히 먹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힘드시겠어요T_T

 Commented by 아리난 at 2009/12/10 21:38 

밥그릇이 예뻐요!ㅎㅎ 노란 현미랑 나무 바닥이랑 밥그릇이 그림같은 사진이네요ㅎㅎ

저는 원래 흑미 수수 보리 찹쌀 현미 막 여러 잡곡 넣고 해먹는것도 좋아하는데 이번엔 다른잡곡 섞기가 조금 아깝더라구요ㅎㅎ 쌀이 좀 단단하긴하죠? 저는 원래10분정도 불려서 하는데.. 여태 사먹어본 쌀중에 제일 단단한 쌀인것 같아서 재밌어요. 원래 제대로 농사지으면 딱딱해지는 걸까요?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5 14:54

저도 잡곡밥 좋아하는데, 있으면서도 게을러서 많이 넣어 먹지 못하고 있어요. 저도 쌀농사에 관해서는 아는게 없는데, 정말 맛있는 쌀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Commented by 봄이와 at 2009/12/10 22:12 

전 현미밥을 좋아하지만, 밥을 해주시는 엄마가 싫어하셔서, 저희집은 늘 쌀+콩밥이에요.

엄마가 해주는 현미밥은 반나절을 불린 현미+압력밥솥 조합인데요,

이렇게하면 흩어지는 느낌없이 나름 찰진 현미밥이 되어서 좋더라구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5 14:55

압력밥솥에 현미밥이 잘 되더라구요. 저도 보통 밥솥에다가 같은 쌀로 해봤는데, 쌀 알갱이가 딱딱한채로 남아있어서 밥이 좀 그렇더라구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09/12/10 22:30 

흰밥이 무난하긴 해도 저도 특징이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선 적어도 보리라든가 녹미, 현미, 조 등 섞어서 밥 해먹었는데 여기선 밥에 넣어먹을 다른 곡식 찾기가 쉽진 않네요..

그.. 그나저나, 저 귀여운 밥공기.. 탐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5 14:56

아, 저 밥그릇은 사실 엄청 커요. 밥이 두 공기 반 들어간답니다. 머슴 고봉밥을 위한 그릇이지요;;; 독일에도 혹시 멕시코,라틴 음식이 잘 발달되어 있다면 Goya 같은 상표의 팥이나 콩도 있을지 모르니 한번 찾아보세요. 수퍼마켓에서 콩스튜용으로 파는 것들은 밥에다가도 둬서 드실 수 있을거에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2/13 20:10 

맞습니다… 쌀 하나에 정치적 의미를 담지않아도 맛있으면 그만인것을…

쌀이 무슨 죄라고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5 14:56

그렇죠. 그냥 쌀은 쌀이라서 이 쌀을 산 행동에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걸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