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명동교자-강남교자

저녁자리로 예상했던 모임이 일종의 기획회의로만 끝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남역의 강남교자에 들렀다. 이 집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명동교자에서 30년 동안 일했던 사람이 만드는 칼국수라니 웬만하면 그 맛이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먹을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칼국수도 그렇지만 만두를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쯤 포장해서 가져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일단 칼국수의 맛을 본 다음에 결정하려고 먼저 칼국수를 시켜보았다.

뭐 기대했던 것처럼 명동교자의 칼국수와 거의 차이가 없는 가운데, 면이 조금 가늘다는 느낌이었다. 업체의 홈페이지에도 잘 나와 있지만 이 칼국수는 면을 국물에 넣고 같이 끓이는 것이라서 조리가 된 후 상으로 내기까지의 시기가 조금만 맞지 않아도 면이 불 수 있기 때문에, 조금 굵은 면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굳이 면이 가늘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면이 아주 살짝 지나치게 익었다는 느낌이었다. 명동교자의 면도 쫄깃하거나 심이 살아있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면발의 힘은 적당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칼국수의 면은 보다 더 잘 끊어졌다.

다 먹고 난 뒤 조미료의 맛이 살짝 남아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뭐 그만하면 손색이 없다는 생각에 만두도 포장해 와서 점심으로 먹었다. 참기름맛이 그득하고 촉촉한 명동교자의 만두를 좋아하는데, 역시 별로 다르거나 뒤쳐지는 구석이 없어서 만족스러운 가운데, 하나에서 새끼손톱 반 정도로 추측되는 생강 덩어리를 씹은 것은 약간 못마땅했다. 그것만 빼놓고는 아쉬울 게 없었다. 마늘이 듬뿍 들어간 겉절이는 솔직히 먹기는 먹지만 명동교자에서도 그렇게 잘 어울린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다지 애정은 없는 편인데, 강남교자의 것도 평범무난했다. 흉내냈는데 제대로 못냈다는 얘기는 듣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뭐 애초에 전혀 다른 것을 하겠다는 집도 아니고, 그 맛을 그대로 내겠다는 것이 목표인지라 먹는 사람도 당연히 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밖에 없는데, 굳이 장소며 사람을 따지지 않더라도 90% 정도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10%가 무엇인지는 굳이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는, 식도락의 불모지인 강남역을 생각해보면, 육천원에 이 정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누군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선불제는 적용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친절하고, 사람이 없는 시간에 가서 그런지 서비스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비교적 구석진 곳에 숨어 있는데, 강남대로의 지오다노 쪽 교촌치킨 있는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맨 끝 2층 건물에 있다. 다른 식당이랑 나눠 써서 그런지 화장실이 극악에 가깝다는 점은 꼭 덧붙여야 할 것 같다.

 by bluexmas | 2009/12/09 16:17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at 2009/12/09 16: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09 16:35

아아 그랬나요? 그건 좀 안타깝네요…T_T 저도 먹은 것들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솜씨 있고, 또 맛이 지나치게 달거나 하지 않구요. 다음에 또 가서 다른 것도 먹어봐야겠어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2/09 17:20 

극악의 화장실이 더 궁금하네요 이상하게…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0 00:18

그냥 문 밖으로 냄새가 열심히 새어 나오는 뭐 그런 화장실이었어요-_-;;;

 Commented by 하니픽 at 2009/12/09 18:56 

저는 강남쪽으로는 자주 안가서 맛집을 잘 모르겠더라구요. 강남에 가도 너무 가게가 많아서 어딜 들어가야 될지 고민되기도 하고요. 강남에 맛집이 많다는데 집에서 멀어서 그런지 그렇게 애정이 안가는 지역이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0 00:18

저도 강남에서는 뭐 맛있게 먹은 기억이 별로 없네요. 맛있다고 해서 갔는데 맛 없는 적은 꽤 많았는데… 굳이 멀리 오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_-;;;

 Commented by 나녹 at 2009/12/09 21:31 

이곳을 10월에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T_T 정말 먹을데 없던 강남…한솥도시락이 제일 믿음직 스러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0 00:18

그러게 정말 너무 먹을 데가 없어서 눈물이 다 나죠T_T 그쪽 일은 잘 되시는지…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12/09 22:11 

골목을 걷다가 본 적 있는데, 괜찮은 곳이었군요. 번화가에서 안전한 가게 한둘 확보해놓는 건 중요하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0 00:19

그야말로 안전한 가게입니다. 6천원이라 명동의 가게보다도 싸구요. 맛도 괜찮더라구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2/09 23:11 

명동 교자는 지난해 간 것을 마지막으로 안 갈 생각입니다. 당췌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차라리 낙원동 언저리의 어르신들 식당 칼국수가 훨씬 정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 칼국수의 면이 그렇게 매끄럽고 단정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름지기 칼국수는 밀가루 냄새가 풍기는 야성의 맛이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바지락도 좋고 다 좋은데 면이 너무 가늘고 매끄러우면 도무지 시골에 시집온 서울색시 같아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0 00:20

저도 할머니가 직접 면을 밀어 끓여주시는 칼국수를 즐겨 먹던 사람이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명동칼국수는 정직하게 장난 안 치고 음식 만든다고 생각해서 좋아합니다. 면이 너무 매끄러운 건 좀 그렇죠. 그건 그 음식 자체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2/10 00:07 

정말 명동교자 칼국수랑 똑같이 생겼어요! 얼마전에 먹고 와서 그런지 다행히도 오늘밤엔 테러를 피했네요… =_=;;; 지역별로 이름을 붙이나봐요. 명동교자, 강남교자.. 신촌교자 하나 생기면 자주 갈텐데 말이에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0 00:21

그러게요, 신촌 교자도 좋고 오산 교자도 좋고… 아이고 갑자기 배고파져요. 어쩌면 좋아요T_T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2/10 16:47 

슴슴한 국물이면 가는 면발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일본 생강은 그리 강하지 않아서 덩어리 째 씹어도 괜찮던데..음

확실히 김치 먹을 때 간간히 씹히는 생강덩어리의 급습이란@.@;;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2/12 01:42

이번에 씹은 생강은 좀 충격에 가까웠어요. 뭐 그래도 다 먹기는 먹지만… 밤이 되니 배가 고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