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올림피아드에서 보았던 우리 음식 차림새에 대한 생각

한식의 세계화라는 주제가 정말 영원한 논쟁거리가 아닐까 생각하는 가운데, 얼마전 들렀던 디자인 올림피아드에서 보았던 한식의 차림새 디자인 전시가 생각났다. 전체 전시를 통틀어 보았을 때에는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들러 들여다 보았다. 게다가 이런 차림새 디자인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한식의 세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 한식의 세계화와도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깊이 생각하며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거기에 있었던 음식 차림새를 아우르는 가장 큰 개념은 일단, ‘깔끔하게 만들기’ 인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대부분 예쁘게 디자인 한 그릇에 깨끗하게, 그리고 적은 양을 담아 선을 보이고 있어서 사실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느낌은 우리나라의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는 김치며 냉면, 갈비찜, 삼겹살등의 비교적 전통적인 차림새와 ‘현대화’ 된 차림새를 전시해놓은 것에서 극대화되었다.

사진을 보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세 가지 음식 모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깨끗하고 예쁜 그릇에 한 사람이 먹을 만큼의 분량을 담아 약간의 장식을 곁들인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음식의 이런 차림새를 좋아하는 터라 그 자체로서는 적어도 보이게 나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어느 음식이든 이렇게 차려 놓으면 최소한 보기에 깔끔해보이기는 하는터라 어쩌면 그렇게 큰 의미는 없으며, 또한 이렇게 차림새를 생각하는 데에 음식의 뒤에 깔린 음식의 속성에 대한 고려는 그다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좀 들었다.

돌솥 비빔밥 같은 음식이야 개인 그릇에 담겨 한 사람을 위한 분량으로 처음부터 나오기는 하지만, 삼겹살이나 불고기 같은 음식은 상에 놓인 불판에서 바로 익혀, 개인의 그릇에 담아 먹는 음식이고 그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을 건너뛰고 주방에서 조리해서 저렇게 담아내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인지는 저 차림새만 보고서는 알아차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음식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매력인 푸짐함이나, 바로 눈 앞에서 조리해서 먹을 때의 현장감이랄지 즐거움이 거세되는 느낌이 든다는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냉면이나 돌솥비빔밥의 경우에는, 그저 그릇을 바꾼 것 말고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보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그렇게 의미있는 대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돌솥 비빔밥의 경우에는, 깔끔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그것을 위해서 계란을 메추리알로 대체한다는 것은 이치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 맛을 생각해본다면 계란을 메추리알로 대체한다는 것은 거의 넌센스에 가깝지 않을까? 뜨거운 밥에 날계란을 비볐을 때에 그 계란이 밥에 섞여 익으면서 고소한 맛을 불어넣는 것인데, 메추리알은 그럴만큼의 양이 나오지 않으니 저건 그저 장식에 불과하고, 그렇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고 맛을 포함한 음식의 속성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냉면의 경우, 몇몇 고급식당에서는 벌써 저런 종류의 사기 대접에 담아 내고 있으니 새로울 것은 전혀 없는데다가, (정확하게 그 유래를 모른 다는 것을 미리 밝히고서라도) 냉면이라는 음식이 정말 고운 사기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내는 무슨 궁중음식이라기 보다는 비교적 대중적인 서민 음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면(저잣거리 국밥처럼), 깔끔함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기 위해 음식이 가진 역사성은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은 전의 차림새에서도 들었는데, 물론 임금님도 먹었고 일반 백성들도 먹은 음식이 전, 아니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빈대떡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전이나 빈대떡과 같은 부침 음식은 장터 가게에서 오래 써서 길이 잘 든 번철에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 고소하게 지져서는 대나무 같은 것으로 짠 채반에 받쳤다가 먹는 것이라는 느낌인데, 저렇게 담아놓은 차림새에는 그런 시장의 번잡한 느낌이나, 많은 사람들이 두런두런 앉아서 먹는 분위기가 다 날아간 듯한 기분이다. 말하자면 전이라는 음식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비단 음식의 온도 뿐만이 아니라 그 음식 자체가 주는 느낌)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러한 차림새 자체가 굳이 나쁘다고 흠을 잡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한식의 세계화라는 생각보다 어려워지고 있는 주제에 대한 집단, 혹은 정책적인 생각 자체가 자꾸 저런 방향(고급화, 그리고 현대화)로만 간다면 그것 역시 너무 천편일률적이라서 다양성의 싹을 죽이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세계화 시키려면, 정말 우리가 먹는 음식을 생각해야 되는데, 저런 종류의 차림새를 가진 음식은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도 돈을 많이 내고 먹는 식당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것이므로, 결국은 우리의 생활과도 그렇게 가깝지 않은 음식이니 우리 음식이면서도 저런 모습에 동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정책적으로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추구한다면, 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할 수 없는지 그게 조금 아쉽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쓰면서 딱히 더 나은 생각이 잘 안 떠오르는 나 자신에게도 아쉽고.

 by bluexmas | 2009/11/12 10:58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9/11/12 11:43 

아무래도 저 섹션을 맡으신분이 디자인과 음식을 잘 혼합 발전시키실수 있을만큼

정통하신분이 아니라 그냥 푸드 데코레이션을 하시는 분이 하신것같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2 11:52

아무래도 그래보이죠? 너무 천편일률적인 ‘스타일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 김치 위에 놓은 가니시는 좀 웃기죠^^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1/12 12:17 

깔끔하기는 하네요 ^^; 그런데 그릇이 조금 평범한 것 같아요. 한국적인 예쁜 그릇을 썼더라면 더 좋을텐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3

깔끔을 추구하다가 다른 것을 놓치는 그런 기분이에요. 그릇도 너무 평범하죠. ‘스타일링’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1/12 12:24 

삼겹살에 소주가 안보이는게 감점대상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3

앗 매우 예리한 지적이세요;;;;

 Commented by Gony at 2009/11/12 12:24 

음.. 옳은 지적이네요. 음식에 있어서도 마케팅에서 ‘스토리’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은데 상 차림, 그릇에서 전혀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 같아 아쉽네요. 음식의 세계화가 중요한 것은 음식 자체를 팔아서 수익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을 통해서 한국이라는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끄집어 내어 한국을 소비(관광, 문화상품, 소비재 등등)하게 하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에 관련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3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박치기를 하면서 싸울까봐 좀 걱정이 되네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1/12 16:01 

꼭 잘 꾸며진 일식요리를 보는 기분이 들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3

앗 진짜 그렇네요…

 Commented by 군중속1인 at 2009/11/12 19:34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세계화를 하자는 명목하에 한식의 서양화를 보는듯한 기분이랄까요

어느순간 비싼 한식은 양식처럼 예쁘고 조금씩나오는 코스요리 라는 생각을 하더군요 -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4

정말 어려운 문제이기는 해요. 서양화도 좋고 퓨전도 사실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다양한 생각들이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1/13 00:37 

저 음식들이 실제 음식인가요 아니면 왁스 제품인가요. 어쨌거나 참 무미건조하네요. 이대앞의 무수한 음식점들 앞 유리창 안에 있는 것들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색도 재료 비율도 배치도 그릇도 아무 생각없이 그냥 늘어놓은 느낌입니다. 한식 전문가도 아니고 디스플레이 전문가도 아니고, 혹시 행사장 관리하시는 분이 적당히 올려놓은 것들이 아닐까 싶네요. 재료와 맛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4

모형이니까 밀랍으로 만들었겠죠. 그래도 나름 ‘스타일링’ 이라는 말까지 붙여놓은 것으로 보아 전문가들이 하신 것 같은데 좀 그냥 그렇죠…

 Commented by guss at 2009/11/13 01:24 

고민이 보이질 않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5

그 한마디 말씀으로 분위기가 딱 표현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