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후식-연시 파나 코타(ver 1.0)

얼마 전, 모 디저트 카페의 주방장님하고 계절에 맞는 후식 얘기를 잠깐 나누다가 감으로 어떤 종류의 후식을 만들 수 있을까… 뭐 이런 데까지 얘기가 미쳤다.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니까, 집에 와서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다가 인터넷을 뒤져보고, 또 가지고 있는 책까지 다 뒤져봤는데 생각보다 감으로 만들 수 있는 후식의 수가 정말 적었다. 사실 찾을 수 있었던 건 달랑 감 케이크와 푸딩(파나 코타도 포함해서), 이렇게 두 가지. 생각해 보면 감이 가지고 있는 단맛이 한참 제철일 때는 정말 달기는 하지만, 모서리가 없이 너무 둥글둥글하고 퍼진 느낌이어서 금방 질리는 경향이 있어서 그 단맛을 가지고 후식을 만들면 정말 후식으로서 음식을 먹고 마지막으로 입을 깔끔하게 가셔주는 느낌이 없지 않나 싶다. 또 단감이든 연시든 특유의 풋내도 좀 있고.

어쨌든, 그렇게 푸딩 레시피를 많이 찾았는데 계란과 감을 함께 쓰면 너무 텁텁할 것 같아서 차라리 젤라틴으로 굳히는 파나 코타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쓸만한 조리법을 찾아봤다. 뭔가 굉장히 기본적으로 보이는 것을 찾기는 했는데, 액체의 양에 비해 젤라틴이 모자란 듯 싶었지만 일단 한 번 만들어보았다.

재료(4인분 기준)

크림 2컵(500ml)

설탕 1/4컵

바닐라빈(솔직히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감 향을 바닐라 향으로 죽일 필요는 없지 않나?)

꿀 2큰술

감 1-2개(과육 1컵 분량)

가루 젤라틴 2큰술

따뜻한 물 2큰술

만드는 법

1. 남비에 크림, 설탕, 꿀을 넣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린다.

2. 감을 껍질과 씨를 빼고 간다.

3. 물에 젤라틴을 녹인다. 1에 더한다.

4. 3읠 체에 내린다.

5. 틀에 넣어 굳힌다.  네 시간에서 하룻 밤 정도?

6. 틀에서 꺼낸다.

그러나 이 조리법이 약간 사기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저 정도 젤라틴을 넣어보니 파나 코타를 틀에서 꺼내자 마자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만들기 전에 걱정했던 대로, 젤라틴의 양이 부족했던 것 같다. 책을 찾아보니 감과 clove 같은 향신료가 잘 어울린다고 해서, 일단 얼마나 어울리나 보려고 위에 살짝 뿌려서 먹어봤는데, 괜찮았다. 그러나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감 자체의 단맛이 너무 금방 질리는 종류의 단맛이기 때문에, 여기에 맛이든 향이든 어떤 형태로 액센트를 줘야할 필요를 강하게 느꼈다. 레몬즙으로 신맛을 조금 더해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고, 또 겨울이니까 따뜻한 느낌이 나게 생강을 갈아서 넣어줘도 될 것 같다(물론 다 끓이고 난 다음에는 걸러줘야 한다). 그리고 크림 역시 느낌이 너무 풍부해서 감의 단맛과 만났을 때 지나친 감이 있으니 이것 역시 생각을 좀 해봐야 할 듯. 어쩌면 아예 크림을 넣지 않고 젤라틴으로 굳히는 젤리가…그런데 그러면 또 너무 뻣뻣할 것 같고. 하여간 겨울 내내 감이 나올테니 시간 날 때마다 이것저것 시도를 좀 해 볼 생각이다. 어차피 만들기는 아주 간단해서 10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

 by bluexmas | 2009/11/11 11:20 | Taste | 트랙백 | 덧글(22)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9/11/11 11:27 

오오 글이 정말 저같은 요리사 빰치시네요@.@

요리 배우시면 바로 고든 램지 되시겠는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44

아이고 별 말씀을요… 저는 고든 램지같이 사악한 캐릭터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11/11 11:57 

감이라면 보통 홍시로 만드는 소르베만 떠올렸는데 이렇게 해도 재미있네요. 젤라틴 말고 한천을 넣어 굳히되, 안에 곶감(반건시) 조각을 하나씩 넣고 만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면 곶감 안에 호두를 넣고 돌돌 말야 모양내는..(이름을 잊었;;;) 것을 올려도 예쁠테고요.

감맛에 다른 맛을 첨가하고 싶다면 대추도 잘 어울릴 것 같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46

사실 젤라틴과 한천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재료죠. 젤라틴은 동물성, 한천은 식물성 재료라서 채식주의자를 위해서는 한천을… 식감 차이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대추도 좋은 조합인데, 대추의 단맛 역시 좀 퍼지는 느낌이라 아무래도 신맛을 좀 더해주어야 할 것 같아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1/11 11:58 

ㅠㅠ 점심먹을 시간인데…색깔이 너무 맛있어보여요. 젤라틴이 들어간걸 파나코타라고 하나요? 제가 먹어본바로는 푸딩은 부드럽고 파나코타는 약간 탱탱-_-;;;했던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도 맛있겠네요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46

푸딩은 계란이 들어가니까 아무래도 더 부드러울거에요. 아이스크림도 좋을 것 같네요^^ 만들어놓고 안 먹은 아이스크림도 좀 있는데…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1/11 16:13 

예전에 파나코타라는 아이스크림이 있었는데 단종 됐어요

왜 제가 좋아하면 단종이 되는건지ㅜㅜ

확실히 감을 후식으로 먹기에 애매하긴 해요

마무리로 하나 먹어야지하면 당연하게 두 세 개로 이어지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47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가 온다고 하니까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마세요^^ 지난 주에 제가 가서 맛있게 먹었던 중국집 하나는 바로 문 닫던데요-_-;;;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11/11 18:10 

우와 굉장하네요^^; 그런데 감은 디저트로 만들긴 굉장히 어려운 과일재료라 생각해서요.. 요새 많이 볼 수 있는 귤,유자,사과 등으로 이것저것 만들기 더 쉬울 거라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47

별 말씀을요^^ 감은 맛이 그래서 확실히 디저트로 만들기 쉽지는 않네요. 사과나 귤 유자면 훨씬 쉽고 맛도 조금 더 선명하리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guss at 2009/11/11 18:28 

감이 아닌 홍시를 쓴다면 좀 더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48

홍시로 만든 것이었는데 제가 그냥 감이라고 올렸나봐요. 수정했습니다^^

 Commented by deathe at 2009/11/11 18:59 

감!.. 홍시나 곳감말고 단감에서 나는 특유의 비린내랄까 물내 같은것이 저는 싫어서 이번 요리는 흥미가 떨어져요. 계피향은 좋아요. 시원하고 달고 탱탱하게! 감은 감이 들었나보다, 감색깔이구나 싶게만 만들어주시면 제취향일것 같아요. 쓰고보니 건방진것 같은데 사과드립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48

홍시로 만든 것이었어요. 제가 그냥 감이라고 올린 듯… 뭐 사과까지는요^^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11/12 00:27 

헛 블마스님이 늘 이렇게 요리를 사랑하시는걸 보면 이 쪽 길로 나가셔야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직업으로 연결되면 즐길수가 없겠지만….

흠, 어떤 맛일까? -ㅠ-

또 젤라틴이 너무 들어가면 젤리같아서 풍미가 덜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에 저의 베이킹을 보고하자면…이래저래 완성품의 맛은 괜찮지만

머핀이 못생기게 부풀거나 발효빵의 반죽이 잘 되지 않는것이 고민입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1

이런 거 한 두개 만들면 좋은데, 주방에서 백 개씩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직업으로 요리하시는 분들은훨씬 솜씨가 좋으시죠. 저랑은 비교할 수 없구요.

책을 좀 찾아보겠지만, 머핀의 경우 반죽을 너무 많이 섞으시면 글루텐이 발달되어서 뻣뻣해지는데 이게 잘 안 부푸는 거랑 연관이 있을거에요. 더 부드러운 머핀을 만드시려면 베이킹파우더나 소다와 밀가루를 한데 섞어 체쳐주시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계란과 지방, 그리고 설탕을 섞고 거기에 밀가루를 섞으신 다음에, 열 번 이상 섞지 않으셔야 뻣뻣해지지 않구요. 제가 다음에 머핀을 만들게되면 반죽 젓는 동영상을 한 번 찍어볼께요. 밀가루가 좀 남아있더라도 그냥 많이 섞지 않고, 조금 두었다가 팬에 부으면 될거에요.

그리고 발효빵은 저도 워낙 어렵게 생각하는데… 겨울이니까 물을 좀 따뜻하게(전자레인지에서 2분 정도 돌려서) 하고, 반죽은 많이 치대야 되겠더라구요. 저도 이 부분은 연습이 아주 많이 필요해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1/12 12:27 

감을 구하기 힘든데 시도하고싶은 느낌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13 14:52

태국에는 감이 없나요? 워낙 좋은 열대과일이 많으니 그것들로도 훌륭한 디저트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Commented by clove at 2009/11/14 08:58 

하하 “주방에서 백 개씩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동감이예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20 22:03

으아 답글이 늦었어요~ 같은 거 두 번 만들어도 지겹거든요.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죠^^

 Commented by catail at 2009/11/19 22:41 

저도 자주 해 먹어요, 워낙 간단해서. 그런데 할 때마다 젤라틴을 얼마 넣어야 하는지 까먹는 바람에…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20 22:03

뭐 대강 넣고 되는대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많이 넣어서 뻣뻣해지는 것보다는 적게 넣어서 부드러운게 낫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