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와 웃도리

목도리

아메리칸 어패럴의 옷은 나에게 거의 어울리지 않지만, 가끔 이런 단품들은 가지고 싶어진다. 예전부터 눈독들이고 있다가 찬바람이 좀 분다 싶을때 명동의 매장에서 샀다. 보라색이나 자주색 계통을 좋아하는 건, 색의 근본이 그래서인지 파란색과 빨간색 계통의, 완전 보색인 두 가지 색 모두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목도리는 굉장히 긴데, 그렇다고 반으로 접어서 두르기에는 조금 짧아서 아쉽다. 모가 아니라서 어떻게든 매도 두툼해보이지는 않아서, 목에 칭칭 감기 보다는 적당히 늘어뜨리는 것이 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두르고 다니려고 했는데, 벌써 날이 너무 추워져버려서 조금 아쉽다.

웃도리

늘 기본타령만 하는 이유는, 일단 그런 옷들만 있으면 더 옷을 살 필요가 없기도 하고 또 사기가 귀찮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 것들과는 조금 다른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웃도리는 내가 평소에 입던 것들과 너무 달라서 과연 사도 될까 좀 망설였다. 그러나 몇 년을 입던 다른 검정 웃도리가 바람직하지 못한 웨이트 트레이닝의 폐해로 두꺼워진 팔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언해서, 어쩔 수 없이 사게 되었다. 추석 직전 할인의 혜택을 입고 샀는데, 정상가였다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째 한 2년 정도 입으면 유행이 지나가서 못 입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워낙 위아래를 검정색으로 다 바르고 다니는 건 나와 잘 어울리지 않아서, 완전히 까만 바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물이 빠진 바지를 입는 편이 나에게는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빛이 그래서, 어째 까맣게 나오지 않았다.

참, 이 옷을 사려고 백화점을 죽 돌아봤는데, 요즘 젊은이들의 체형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는지, 대부분의 자켓들을 입을 수가 없었다. 아예 마르고 쭉 빠진 몸이 아니면 입을 수 없는 재단이랄까? 이건 내가 살을 뺀다고 될 게 아니라, 그냥 내 몸 자체가 시대를 역행하는 게 문제인 것 같으니 해결책도 없어보인다.

그래서 저 둘을 함께 입으면 대강 이렇게 된다. 요즘의 유행과는 몇 만 광년 동떨어진 차림 아닌가? 어째 머리가 갈수록 추해지고 있구나…

 by bluexmas | 2009/11/01 23:57 | Style | 트랙백 | 덧글(28)

 Commented by nabiko at 2009/11/02 00:03 

요즘 옷….맞는 거 찾기 너무 힘들어요.

그나저나 패션센스가 역시 좋으십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01:03

저는 체형이 구린게 문제에요-_-;;; 옷만 나무라기도 참 그렇습니다 T_T

 Commented by nabiko at 2009/11/03 09:30

요즘 옷엔…체형이 구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괜찮아요.아직 사이즈는 있으니깐..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18

저는 옷에 상관없이 그냥 체형이 구린 것 같아요T_T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1/02 00:28 

코트가 엄청 예쁘네요. 코트치고는 얇은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 이렇게 입고 나가셨던거예요? 따뜻하셨을듯.. =_= 그런데 사진상으로 엄청 말라보이시는걸요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18

코트는 아니고 가을에 입는 웃도리에요. 천연 섬유가 아니라서 좀 두껍기는 하더라구요-_-;;;

…저는 다른 데는 괜찮은데 몸에 타이어를 둘렀지요T_T

 Commented by Claire at 2009/11/02 00:41 

저 윗옷 예쁘네요~

붉은 빛 보다 남색계열이 좀 더 나을 거 같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깔끔해보여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19

그러게요, 남색 계열도 좋겠네요. 사실은 목도리가 정말 여러가지 색깔로 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도 귀찮더라구요. 다음에 가서 한 번 잘 봐야겠네요^^

 Commented by yuja at 2009/11/02 02:06 

머리가 제가 하고 싶은 머리인걸요? 어떻게 잘라서 얼마나 기르면 저 단계에 이르르는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20

앗, 저는 남자인데 제 머리가 여자처럼 보이는걸까요?-_-;;;; 그냥 석 달에 한 번 정도 미장원에 가는 것 같은데요 요즘은? 앞으로 어떤 꼬라지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나녹 at 2009/11/02 03:43 

저번에 만났을 때 신경쓰였던 목도리, 아메리칸 어패럴이었군요;

요즘 옷들이 확실히 품이 좀 작은 거같아요. 들어갈 때마다 부모님들이 셔츠라도 하나 입혀보내려고 하셔서 이번에도 몇군데 돌아다녔는데 딱 붙는 스타일이 많았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21

앗, 신경을 쓰셨군요. 그나저나 나녹님 같은 분도 옷이 안 맞으면 누가 옷을 입는다고 참…

(어쨌거나 다 해결하고 잘 들어가셨는지…)

 Commented by 레일린 at 2009/11/02 11:24 

우와 코트 진짜 넘넘 예뻐요 멋지다…..이렇게 덜 평범한 게 하나 있어주면 좋을 득+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21

그렇죠, 옷이 너무 예쁘…T_T 뭐 가끔은 정말 저런 것도 입고 싶어지더라구요@_@

 Commented by 천재소녀 at 2009/11/02 13:56 

오옷! 자태가 아름다우십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24

아이고 별말씀을요-_-;;;;

 Commented by 제이 at 2009/11/02 15:16 

아..아아아가씨? ㅎ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24

아..아아줌마에요T_T

 Commented by shortly at 2009/11/02 16:30 

워모인가요. 암튼 여자분이신줄은 몰랐습니다..(농담이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24

T_T 그저 눈물이 떨어지네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1/02 16:32 

저희 오빠는 과도한 트레이닝+두터운 지방 콤비네이션으로 맞는 옷이 잘 없어요

요즘 애들이 말라서 자기 몸에 맞는 것이 없다고 투덜대더군요:9

슬쩍 보랏빛이어서 조커가 생각났는데 역시 옷은 보는 거랑 입은 게 느낌이 확연히 다르네요!

분위기 있는 블루마스님^//^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25

저도 역시 과도한 트레이닝+지방 콤비네이션… 조커도 나쁘지 않지요 뭐. 성대모사를 하다보면 조커와 정주영이 참 비슷하다고 느끼게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말코도사 at 2009/11/02 17:27 

보라색은 뭔가 지적이군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3 10:25

저건 가지색이고, 자주색은 따로 있더라구요^^ 미국애들은 색에 이름을 뒤죽박죽으로 붙여놓으니까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1/03 23:12 

요즘 한국에서 파는것들이 정말 마른사람에게 맞춰지는거 같더군요…

나름 골격이 큰 편이라서 원하는거 찾기가 힘들어요…

한국에선 신발도 이태원 아니면 못사는데 옷까지 이러니;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4 23:20

몬스터님 덩치가 좋으시군요. 저도 정말 배만 살짝 나왔을 뿐인데 옷을 살 수가 없더라구요…

 Commented by deathe at 2009/11/05 00:39 

사진이 약간 여학교 말년조교 느낌이 나요. 아메리칸어페럴은 의외로 속옷들 재질이 가격대비 좋아요.눈으로 보면 한끗차이로 후줄근한틱하기도 하지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1/05 23:55

말년 조교인데다가 노처녀면 한결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겠죠^^ 사실 아메리칸어패럴 빤스를지난 3,4년간 입고 있는데, 정말 말랐을 때에는 스몰을 입었지만 몸이 좀 불으면서 이제 스몰은 작고 미디엄은 너무 큰 상황에 이르러 좀 엉거주춤하죠. 사실 한국사람-아니면 저-의 체형에는 잘 맞는다는생각이 들지는 않더라구요. 그러나 여자속옷은 또 다른 얘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