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외출
어제 두 시까지 이것저것 쓰고 침대에 누우면서 시계를 새벽 네 시 반에 맞춰 놓았다. 원래의 계획은 아침 일찍 무엇인가를 하러 서울에 갔다가 또 다른 곳을 들러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살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침에 알람이 울리자 들었고, 다시 욕심을 잠재우며 나도 잠이 들었다.
다시 열 한 시엔가에 일어나자마자 일을 시작했는데, 피곤한건 둘째치고 좀 지루하고 답답했다. 단백질 가루와 삶은 계란으로 대강 점심을 때우고, 세 시엔가 집을 나서 극장에 갔다. 데니스 퀘이드가 나오는 SF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것도 나 혼자 텅빈 극장에 앉아서 보았다. 머리를 식히려고 본 영화였는데 시종 일관 깜깜해서 다 보고 나니 오히려 머리가 아팠다. 결국 집에 와서 두통약을 먹었다.
버스를 타고 역 앞을 지나치면 늘 보게 되는 중국집이 있었는데, 이 집이 진짜 중국음식을 하는 집으로 바뀌고 ‘짜장면 안 합니다’ 라는 종이까지 붙여 놓았길래 들러보았다. 나 역시 짜장면 먹으러 온 손님인 줄 알고 내보내려는 걸 잽싸게 꿔바로를 달라고 해서 먹었다. 계속 튀김이 먹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먹을만해서, 물만두까지 시켜 모든 걸 혼자서 꾸역꾸역 다 먹고는 걸어서 이마트에 들러 홍합과 고수, 싸구려 백포도주 등등을 사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배가 부르다. 부른 배를 움켜쥐고 오늘의 진도를 뽑았다.
# by bluexmas | 2009/10/31 00:31 | Life | 트랙백 | 덧글(8)
단풍이 한창이라 구경가기 딱 좋은 것 같아요. 날씨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