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산하’-만두에게 빚진 조미료
지난 토요일, 나이키 휴먼 레이스 10K를 뛰고 근처에 있다는 만두국집을 겸사겸사 찾아갔다. 역시 직장들이 많은 여의도라 주말에는 사람이 없는지, 아니면 시간이 조금 이른 편이라 그랬는지 아주머니들이 떼로 식탁의자에 누워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내가 들어서자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문은 뭐, 식사로는 만두국 밖에 없는 것을 벌써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만두국이었다.
이런 종류의 걸쭉한 국물이 있는 우리나라 음식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빨간 물김치가 나왔는데, 맛을 보니 무가 좀 삭기는 했지만 간도 잘 맞고, 맛도 괜찮았다. 그러나 곧 배추김치가 나왔는데, 좋아보이는 때깔과는 달리 한 입 먹어보니 조미료 맛이 굉장히 강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전날 생표고버섯을 한 무더기 사다가 볶아 먹었는데, 바로 거기에서 느꼈던 맛이 조금 더 진하게 농축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곧 만두국이 나왔는데, 숟가락에 딱 들어갈 정도 그러니까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인 만두가 열 개 들어있었고, 떡이 바닥에 한 줌 정도 깔려있었다. 일단, 만두는 굉장히 맛이 좋았다. 간도 잘 맞고, 두부와 숙주, 김치의 균형도 잘 맞는 편이었다. 이런 만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면 ‘집에서 만든 것 같다’ 가 될텐데, 정말 그러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국물에도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었고, 떡은 조금 덜 익었다. 칼국수나 만두 같이 전분이 있는 재료를 국물에 넣어 끓이는 음식은 그 재료를 넣고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푹 끓여줘야 그 재료의 맛도 우러나고 국물도 걸쭉해지는데(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명동교자의 칼국수 정도?), 만두와 떡을 같이 넣었는지, 아니면 만두를 넣고 그 다음에 떡을 넣은 뒤 곧 불에서 내렸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굳이 따지자면 후자 같다고 생각하지만) 국물이 말갛고 진한 맛이 그다지 풍겨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좀 덜 끓였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국물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조미료는 내 입에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이었다. 결국 국물은 없어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두나 국물이나, 전체적으로 재료는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동네에서 직장인들을 주 고객으로 상대를 하면 조미료를 넣어야 되는 모양이다.
# by bluexmas | 2009/10/30 12:08 | Taste | 트랙백 | 덧글(6)
우야튼 힘든 레이스도 블루마스님의 혀를 지치게 만들지는 못하나봅니다
역시 조미료없는 장사는 무리수가 따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