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23

이렇게 말하기 좀 그렇지만, 출발 직전 간신히 맨 앞 무리(~50분 이내 완주)로 들어갔는데 달리기 안 해 본 것 같은 사람들이 꽤 눈에 들어왔다. 처음 10km를 뛰었을때 사람들을 피해서 달리는 게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처음 1km는 조금 오버페이스를 해서라도 빨리 사람들을 제치고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1km 지점에 이르렀을 때의 기록은 4분 15초, 어차피 완주야 하겠지만 이러면 생각보다 나중에 느려질 것 같아서 계속해서 속도를 줄여가면서 달렸다. 물을 넉넉히 마시고 뛰었는데도 무리에 들어갈 때까지 사람들을 헤치느라 입이 완전히 마른 채로 뛰어서 물을 주는 5km 지점까지 조금 힘들게 달렸다. 정말 달리기 안 해본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은 곧 걷더라… 그럼 왜 맨 앞에서 뛰는 건지 이해가 잘…(내가 달리기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무리를 넷으로 나눠 전체적으로 진행을 매끄럽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데, 왜 굳이 그것까지 깨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티셔츠가 예뻐서 일단 싹수가 있어보였던 이번 달리기는 그 싹수만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여의도 안에서만 도는 줄 알았는데 강을 건너 나가서 강변을 끼고 달렸다가 다시 강을 건너 들어와서 또 강변을 끼고 달리는 코스는, 어차피 제대로 즐길 여유 없이 뛸 수 밖에 없으면서도 굉장히 즐거운 느낌이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었다면, 차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옆에서 느릿느릿 가는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을 들이마셔가면서 달렸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밴드며 디제이들이 심심치 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며, 지난 번에 뛰었던 마라톤보다 훨씬 뽀대나는 행사 진행 등등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진의 완주 기념품도 비싼 건 아니겠지만 마음에 들었다. 메달보다는 책상에 놓고 보기도 좋고. 또 한 시간인가 지나서 공식 결과를 문자로 보내주기도 하더라.

갑자기 글의 두서가 없어졌는데, 처음에 그렇게 좀 무리를 해서 빨리 뛴터라 중반 이후에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10km면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므로 마지막 1km에서 전속력을 내서 예상만큼의 기록으로 들어왔다. 처음 10km에 도전했을 때의 기록이 57분대였으므로 이만하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정말 50분 안쪽의 기록으로 들어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걷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에 더 빨리 달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사람이 많은 건 싫으므로 잽싸게 공원을 빠져나와 미리 찾아둔 시범아파트 근처의 목욕탕에서 씻고, 또 바로 그 근처의 만두국집에서 9천원까지 만두국을 먹었다. 만두를 먹으면서 굼벵이들이 야구하는 걸 보았는데, 계산하고 나가는 사이에 끝내기 홈런이 터져서 막을 내리더라. 처음 타보는 9호선으로 이용해서 홍대앞으로 와 술을 알딸딸해질때까지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어찌나 알찬 하루였던지.

 by bluexmas | 2009/10/26 23:10 | Life | 트랙백 | 덧글(19)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10/26 23:23 

좋은 기록을 냈군요^^ 저는 달리기 한지 한참 되어서..10km뛰다간 응급실 실려갈 것 같습니다. 조금씩 운동해야죠~ [산하]에 가신 듯 하군요. 좋든 나쁘든 후기 기다립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6 23:24

네, 일단 중국집 하나 치우고 만두로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10km는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가벼운 운동화와 마찰방지 양말 정도면 비교적 편하게 뛸 수 있지요. 올려주신 쌀국수집에 언제 가보나 달력을 보고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26 23:34 

ㅋㅋ 티셔츠가 예쁘더니 괜찮은 행사였던 모양이네요 ^^; 어떻게 계속해서 10km를 뛰시는거죠! 저는 100m도 헥헥거리는데 -_-;; 마지막에 근처에서 씻고 식사하시는거 왠지 엄청 노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ㅋ 무사히 완주하신거 축하드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23:34

히히 저런데에 나가서 달리기 준비한지도 2년이 훨씬 넘어서요, 이제는 10km 정도는 가뿐…까지는 아니어도 즐겁게 한답니다. 미리 인터넷에서 목욕탕이랑 먹을만한 밥집 알아가지고 갔어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10/26 23: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23:35

앗 감사합니다^^ 혼자서도 뛰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동기가 좀 주어지고 그러면 더 열심히 하잖아요. 일년에 한 두 번 정도는 괜찮더라구요. 너무 자주하면 좀 삶이 피곤한 것 같구요. 비싼 기념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센스가 있어서 좋았어요^^

 Commented by Amelie at 2009/10/26 23:53 

앗 정말 알차게 보내셨네요ㅎㅎ

완주 기념품이 이렇게 생겼군요! 기념할만 합니다!

티셔츠도 받고 싶고, 운동도 좋아하는 편이라 참가 해보고 싶지만…

달리기는 전혀 다른 종목 이라고 생각해서……………………. ㅎ

힘들어서 얼굴 뻘개지는게 정말 싫어요 ㅠ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23:37

천천히 뛰거나 걸으시면 사실 10km 완주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내년에는 같이 참가해보시는 것이어떨까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0/27 00:49 

저스트 두 잇

다음엔 50분을 돌파하시겠군요

게다가 알딸딸하게 술을 드시다니 몹시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23:40

네 싼 포도주로 좀 알딸딸하게 취했지요… 그러게 다음 번에는 50분 이내로 한 번 단축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그냥 저스트 두 잇 입니다^^

 Commented by JUICY at 2009/10/27 00:57 

멋지세요 🙂

고작 100m달리고 심장이 터질것 같은 저로써는 생각도 못할 일이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23:41

아, 천천히 달리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걸어도 되구요^^

 Commented by Gony at 2009/10/27 08:34 

한국시리즈가 7차전 까지 가지만 안았더라도 저도 뛰는 건데.. 심하게 고민하다가 기아의 V10의 감동을 선택해서 후회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아쉽네요. 그냥 티셔츠만 입고 집에 있었다는…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23:41

그럼 칩을 반납하는 귀찮음을 극복하셔야 되겠네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0/27 14:54 

수고하셨습니다. 참 건강하게 사시네요.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23:41

사실 건강하지 않아서 건강해지고자 달리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nabiko at 2009/10/28 01:40 

저의 기를 안고 달리셨군요.완주하시다니..흐흐……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23:41

그러게요 나비코님 기를 안고 달렸지요~ 요즘 잘 지내고 계세요? 아픈 건 어떠신지…

 Commented by nabiko at 2009/10/29 13:35

너무 안나아서 걱정이예요.오늘 병원에 가보려구요.

실연당해서…잘 못지내고 있습니다.어헝헝..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