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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기 좀 그렇지만, 출발 직전 간신히 맨 앞 무리(~50분 이내 완주)로 들어갔는데 달리기 안 해 본 것 같은 사람들이 꽤 눈에 들어왔다. 처음 10km를 뛰었을때 사람들을 피해서 달리는 게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처음 1km는 조금 오버페이스를 해서라도 빨리 사람들을 제치고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1km 지점에 이르렀을 때의 기록은 4분 15초, 어차피 완주야 하겠지만 이러면 생각보다 나중에 느려질 것 같아서 계속해서 속도를 줄여가면서 달렸다. 물을 넉넉히 마시고 뛰었는데도 무리에 들어갈 때까지 사람들을 헤치느라 입이 완전히 마른 채로 뛰어서 물을 주는 5km 지점까지 조금 힘들게 달렸다. 정말 달리기 안 해본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은 곧 걷더라… 그럼 왜 맨 앞에서 뛰는 건지 이해가 잘…(내가 달리기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무리를 넷으로 나눠 전체적으로 진행을 매끄럽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데, 왜 굳이 그것까지 깨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티셔츠가 예뻐서 일단 싹수가 있어보였던 이번 달리기는 그 싹수만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여의도 안에서만 도는 줄 알았는데 강을 건너 나가서 강변을 끼고 달렸다가 다시 강을 건너 들어와서 또 강변을 끼고 달리는 코스는, 어차피 제대로 즐길 여유 없이 뛸 수 밖에 없으면서도 굉장히 즐거운 느낌이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었다면, 차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옆에서 느릿느릿 가는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을 들이마셔가면서 달렸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밴드며 디제이들이 심심치 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며, 지난 번에 뛰었던 마라톤보다 훨씬 뽀대나는 행사 진행 등등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진의 완주 기념품도 비싼 건 아니겠지만 마음에 들었다. 메달보다는 책상에 놓고 보기도 좋고. 또 한 시간인가 지나서 공식 결과를 문자로 보내주기도 하더라.
갑자기 글의 두서가 없어졌는데, 처음에 그렇게 좀 무리를 해서 빨리 뛴터라 중반 이후에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10km면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므로 마지막 1km에서 전속력을 내서 예상만큼의 기록으로 들어왔다. 처음 10km에 도전했을 때의 기록이 57분대였으므로 이만하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정말 50분 안쪽의 기록으로 들어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걷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에 더 빨리 달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사람이 많은 건 싫으므로 잽싸게 공원을 빠져나와 미리 찾아둔 시범아파트 근처의 목욕탕에서 씻고, 또 바로 그 근처의 만두국집에서 9천원까지 만두국을 먹었다. 만두를 먹으면서 굼벵이들이 야구하는 걸 보았는데, 계산하고 나가는 사이에 끝내기 홈런이 터져서 막을 내리더라. 처음 타보는 9호선으로 이용해서 홍대앞으로 와 술을 알딸딸해질때까지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어찌나 알찬 하루였던지.
# by bluexmas | 2009/10/26 23:10 | Life | 트랙백 | 덧글(19)
비공개 덧글입니다.
완주 기념품이 이렇게 생겼군요! 기념할만 합니다!
티셔츠도 받고 싶고, 운동도 좋아하는 편이라 참가 해보고 싶지만…
달리기는 전혀 다른 종목 이라고 생각해서……………………. ㅎ
힘들어서 얼굴 뻘개지는게 정말 싫어요 ㅠㅜ
다음엔 50분을 돌파하시겠군요
게다가 알딸딸하게 술을 드시다니 몹시 부럽습니다
고작 100m달리고 심장이 터질것 같은 저로써는 생각도 못할 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