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있는 텔레비젼 시청료
지난 주에 텔레비젼과 오디오를 드디어 연결했다. 짐이 들어오고 석 달이나 지났으니 대체 나는 뭐하는 인간인거냐-_-;;;
어쨌든,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단자를 연결해서 공중파라도 들어올 수 있게 해 놓고 채널까지 찾아놓았다. 하지만 텔레비젼을 볼 생각은 전혀 없다. 아니, 사실은 몇 번 틀어봤는데 대체 볼 수가 없어서 채 십 분을 넘기지 못하고 꺼버렸다. 워낙 공중파 방송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으니 딱히 달라진 것도 없기는 하다.
그렇게 텔레비젼을 볼 생각이 전혀 없어서, 지난 번에 고지서를 다시 받으러 관리사무소에 갔을 때에는 텔레비젼을 보지 않는데 굳이 시청료를 내야 되냐고 물어봤었다. 매달 이천 오백원씩 관리비를 통해 원천징수되는데, 정말 볼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이 돈을 내야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일 년이면 삼 만원, 그 돈이면 두 사람이 중국집에서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돈인데…
대답인즉슨, 집에 텔레비젼이 없다면 돈을 안 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만약 집에 누군가 찾아왔다가 보고는 그동안 안 냈던 돈을 다 내게 할 수도 있다고… 좀 어이가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지극히 우리나라스러운 사고방식인 것 같아 그냥 별 얘기 안 하고 돌아왔다.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크든 적든 돈 버려가면서도 아예 텔레비젼을 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건 우리나라의 문화가 어떤 꼬라지라는 걸 반증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물론 나는 완전히 극소수겠지만, ‘엣지’ 타령하는 드라마 따위는 정말 보고 싶지 않거든. 무엇보다 휩쓸리거나 세뇌당하고 싶지 않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계속 들어서 때로 손#비의 ‘토요일 밤’ 이나 소녀#대의 노래 따위를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끔찍할 때가 있다. 집단 무의식이라는 것이 저런 식의 저열하고 무차별적인 대중문화의 주입으로 인해 조종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은 한 적이 없을까? 어쩌면 드라마에서 엣지타령하는걸 보느라 시간이며 정신을 온통 빼앗겨서 생각할 수 없을지도, 그리고 그게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노리고 있는 것일지도.
삶은 짧고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굳이 천한 엣지타령까지 찾아서 보고 싶지는 않다. 극소수가 되는 한이 있어도.
# by bluexmas | 2009/09/19 11:27 | Lif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