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허세

있는 척해야 대우해주는 세상이다. 달리 말하면, 허세를 부려야 잘 먹고 잘 산다. 돈 많은 사람들이 허세부리는 데에는 사실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건 돈의 힘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돈에는 가르침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인정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 돈에는 힘만 붙어 있다. 따지고 보면 그건 돈의 잘못도 아니다. 돈에다가 그런 힘을 불어넣은 사람의 잘못이다.

그러나 지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보다 더 배웠다고 허세 떠는 사람은 꼴보기 싫다. 배움은 단순한 지식 축적의 수단이 아닌, 인간의 완성을 위한 수단이다. 이런 배움의 본래 속성을 망각하고 배웠다고 허세떠는 인간을 보면 정말 뭘 배웠는지, 알고 배웠는지 궁금해진다. 학위 따위 따봐야 말짱 헛거다, 인간이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아니, 좀 배웠다고 전보다 더 허세를 떠니 어쩌면 지식 역시 돈과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달라질 수 없는, 그리고 달라져서는 안되는 본성을 인간이 너무 싸가지없게 자의해석한 부작용이다.

배운다는 말에는 더 나아지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그리고 그건 인간성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당신이 쌓고 있는 지식이 허세의 모닥불을 지피는데 땔감으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벌써 알고 있다, 이런 말이 바로 당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모르거나, 아니면 알고 있어도 애써서 부정할 것이라는 사실을. 벌써 헛된 배움의 방어막이 온몸을 둘러싸고, 어줍잖게 읽은 번역서에 물든 궤변을 꺼내 다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무슨 말을 하든지 그건 입 달린 사람의 자유지만, 제발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나 좀 했으면 좋겠다. 채 소화도 못 시킨 책의, 다른 사람 의견을 줄줄 읊어대는 건, 그저 당신이 헛배웠다는 사실을 더 강하게 반증할 뿐이다. 어쨌든, 존재의 본성이 깝죽거림이라면, 당신의 삶도 꽤나 피곤하겠다.

 by bluexmas | 2009/09/06 18:35 |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다크핫초코 at 2009/09/06 21:28 

공감합니다. 저런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가치있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큰일이예요.

저도 요즘 그 깝죽거림에 스트레스 받는 1인이라는.

혼자 삽질인생을 사는 건 관계없지만 그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니 또 문제죠.

(아마 그들은 무지한 중생을 계도한다고 생각하겠지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7 00:49

그렇죠, 제가 늘 쓰는 비유가 있는데 ‘똥 싸서 냄새 안 나면 상관 안 하는데, 냄새 나니까 문제…’ 또라이는 생각보다 세상에 많더라구요-_-;;;

 Commented at 2009/09/06 22: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7 00:50

아이구 별 말씀을요…. T_T

 Commented by basic at 2009/09/07 04:31 

갑자기 숙연해집니다. 제가 그런 부류로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8 01:37

아니구 아니에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으셔도…T_T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9/07 16:09 

저도 언제나 조심조심.,.

뽐내고 싶어하는 오만방자함은 둘째치고 전 배우려는 자세가 좀 필요하네요..

반성반성 조심조심 조심반성..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8 01:42

히히 저도 사실은 엄청나게 싸가지 없는 인간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글도 쓰지요…>_<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09/07 17:29 

애궁; 저도왠지 뜨끔하네요 ㅋㅋ 저도가끔씩 아는게 나오면 좋다고~ 달려들거든요 =_=; 하지만 블루마스님 글에 쓰신대로.. 애써 부정하고 싶네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8 01:43

아는 거 나오면 좋지요 뭐~ 코알라님 뜨끔하실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아 이 글 올리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