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순 통밀 베이글

어제 글을 쓴 그 책에서 가장 먼저 시도해보았던 빵은, 베이글이었다. 다른 빵들이야 그렇다 쳐도, 정말 100% 통밀로 베이글이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로 그 전에 흰밀가루로 연습삼아 베이글도 만들어 보았고.

역시 어제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레시피와 내가 쓰는 구례산 우리 통밀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일단 반죽이 너무 끈적거려서, 2차 발효까지 가더라도 반죽의 형태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형태를 잡고 잠시 기다렸다가 물에 삶으려고 하니 다시 퍼져버린 반죽을 보고 있으려니, 솔직히 울고 싶어졌다. 그래도 꾹 참고 끈적거리는 반죽의 형태를 다시 잽싸게 잡아, 물에 삶고 다시 구우니 먹을 수 있는 베이글이 나왔다. 맛은, 솔직히 수입 강력분보다 백 배는 더 나았다. 통밀 특유의 구수함도 있고, 씹는 맛도 있고.

어쨌든, 레시피. 레시피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는데, 다 걷어내고 요점만 얘기하자. 이 책의 레시피들은 이틀짜리로, 하루 전에 두 종류의 starter를 준비해야만 한다. 이 스타터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소커(soaker)’와 ‘비가(biga)’가 쓰인다. 소커가 뭐고 비가가 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건 그냥 통과.

1일차

재료(나는 부피로 대강 재서 만들었지만, 같이 나와있는 무게 레시피가 더 나을 듯, 단위는 모두 그램)/만드는 법

소커(soaker)

통밀가루 229

소금 4

물 142

꿀 35.5

1. 위의 재료를 모두 섞어, 1분 정도 나무 주걱으로 저어준다.

2. 랩으로 덮어 12-24시간 정도 숙성시킨다(24시간 이후에 빵을 만들 경우에는 냉장고에 넣는다. 빵 만들기 두 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야 하는데 3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비가(biga)

통밀가루 227

이스트 1

물 142

1. 재료를 모두 섞어, 젖은 손으로 2분간 반죽한다. 5분간 반죽을 휴식시켰다가 다시 1분간 더 반죽한다. 굉장히 끈적끈적한 반죽이 만들어진다.

2. 냉장고에 넣는다

3. 빵 굽기 두 시간 전에 꺼낸다(여기까지만 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일차

재료

1일차의 ‘비가’와 ‘소커’

이스트 7

물 28.5

소금 5

통밀가루 56.5

베이킹 소다 2큰술(삶을 때)

만드는 법

1. ‘비가’와 ‘소커’ 를 각각 열 두 조각으로 등분한다.

2. 이스트를 물에 녹여, 1의 반죽과 소금을 함께 넣어 나무 주걱이나 젖은 손으로 3-4분 정도 섞어준다.

3. 56.5 그램(7 큰술)의 밀가루를 조금씩 더해서 2분간 더 반죽한다. 책에서는 반죽이 어느 정도 단단하고 달라붙지 않아야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밀가루를 아무리 많이 넣어도 반죽이 뭉치지 않았다.

4. 반죽을 손으로 3-4분 정도 더 반죽하고, 둥글려 5분 정도 휴식시킨다.

5. 다시 1분 정도 반죽하고, 그릇에 담아 45-60분 정도 1차 발효 시킨다.

6. 130그램 정도로 반죽을 나누면 6-7개의 베이글이 나오는데, 형태를 잡는다. 책에서는 2차 발효 기간을 이렇게 형태를 잡고 삶기와 오븐 예열을 하는 시간인 30분 정도로 잡고 있다. 흰밀가루 베이글과는 조금 다른 듯.

7. 오븐을 섭씨 260도로 예열한다. 끓는 물에 베이킹 소다를 넣고 베이글을 삶는다. 베이글 삶기와 물에 띄워 시험하기에 대해서는 예전 흰밀가루 베이글에 대한 글을 참고하면 된다.

8. 보통 베이글이 싫은 사람은 이렇게 베이글이 갓 삶아졌을 때에 계란 흰자를 바르고 원하는 재료를 얹는다.

9. 베이글을 오븐에 넣고, 온도를 230도로 낮춘다. 15분을 구운 뒤, 팬을 180도 돌려 다시 10-15분을 구우라고 나와있는데, 너무 오래 굽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전부 15분 정도 구웠는데, 괜찮았다. 어차피 베이글은 먹기 전에 다시 굽는 빵이니까.

10. 먹기 전에 20분 정도 식힌다.

어쨌거나 결과는, 그게 먹을 만한 빵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았지만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구석이 너무 많았다. 사실 밀가루의 특성 같은 것까지 이해하면서 빵을 구워먹고 싶지는 않은데, 반죽이 원하는 상태로 변하지 않으면 별 도리가 없다. 다른 빵들도 구웠는데 같은 문제로 계속해서 애를 먹고 있어서, 재미로 빵 굽는데 이렇게까지 애써야 되나 하는 생각이 아주 오랜만에 들었다.

 by bluexmas | 2009/08/28 10:00 | Tast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nabiko at 2009/08/28 12:41 

우와우와 그래도 성공하셨다니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베이킹하고 싶어서 일단 오븐은 샀는데…손이 잘 안가서 정말…어휴..반성 좀 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30 14:54

우와 오븐도 사셨군요! 빵만들기에 재미를 붙이려면 뭐니뭐니해도 머핀과 같은 quickbread 종류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실패할 확률도 적구요. 곧 글 올려주시리라 기대할께요^^

 Commented by Joanne at 2009/08/28 13:18 

항상 포스팅 볼 때마나 느끼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 잘 하시는지 대단 대단! 저런데 재주가 없는 1인은 항상 부럽기..흐흐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30 14:55

다 ‘잘’ 하지는 않구요. 다 그냥 해 보는 것이랍니다. 잘한다고 말씀하시면 너무 민망하지요^^;;;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8/28 15:22 

아주 어쩌다가 베이킹 한 번 하고 나면 뭐 한 것도 없는 듯 싶은데 시간 훌떡 가버려요.

보통 베이글은 뭔가 밍숭맹숭해 보여서 안 좋아하는데 갈색으로 구워지니까 진짜 맛있어 보여요 역시 블루마스님 ‘ w’)d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30 14:55

그래도 밀이 좋아서 그런지, 베이글 자체가 구수하니 풍미가 있더라구요. 수입 흰밀가루로 만든 것보다는 훨씬 낫던데요.

 Commented at 2009/08/28 18: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30 14:56

바게트는 저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데, 바게트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손을 안 대게 되더라구요. 도전삼아서 한 번 만들어 볼까요?^^

 Commented at 2009/08/28 21: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30 14:57

아니 뭐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너무 민망하지요…^^;;; 통밀빵을 가게에서 좀 더 살 수 있으면좋겠어요. 그럼 번거롭게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요(저라고 늘 뭔가 만드는 걸 즐기지는 않거든요).

 Commented by Claire at 2009/09/01 01:27 

거친 표면이 독특해요 ㅎㅎ

맨들맨들한 베이글만 보다가..

뭔가 곡물의 느낌이 확~ 나는 베이글을 보니까

더 맛나보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