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하루의 마무리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지난 얼마동안 읽던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입맛도 없으니 카레는 어떨까, 싶어서 돼지고기까지 한 덩어리 사들고 집에 돌아왔는데, 샤워를 하고는 소파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 그러므로 저녁은 건너뛴 셈. 꿈에서도 나는 카레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었다. 쓰레기하치장 같은 넓은 공터에 돼지고기와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산더미 같이 쌓아 놓고서는, 한줄로 길게 늘어선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으로 불을 붙여서 하나씩 카레로 솥을 채웠다. 누군가 점심으로 카레를 단체급식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오가 지나도록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돼지고기와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깍둑썰기하고 볶고 물을 붓고 카레를 넣고 솥을 저어댔다. 그러나 정오가 지나도록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카레냄새는 곧 공기가 되었다. 딱히 도움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도와주겠다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by bluexmas | 2009/07/23 01:08 | Lif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07/23 01:16 

저희 집에선 카레에 쇠고기를 쓰는데, 스타일이 다르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4 01:50

저희 집은 비싸거 그랬는지, 쇠고기를 먹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T_T 그래서 장조림도 돼지, 카레도 돼지 그랬죠.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07/23 01:16 

아.. 꿈이 너무 공허하네요. ㅠㅠ

갑자기 카레향이 나는것같아요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4 01:50

꿈은 언제나 공허하고, 현실은 너무 빡빡하고 뭐 그렇죠. 카레 냄새가 진동하는 기분인걸까요?^^;;;

 Commented at 2009/07/23 02: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4 01:51

사실 저는 돈까스 카레가 좋아요 🙂

그럼 오셔서 다른 솥들 타지 않게 저어주시는 것도…^^

 Commented by worldizen at 2009/07/23 02:25 

오늘은 블루마스님만을 위한 특별한 카레를 해서 드시길 바래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4 01:51

오늘도 집에서 밥 안 먹고 돌아다녀서 카레를 못 만들었네요, 내일 만들려구요 🙂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07/23 10:34 

으하하 카레라니…그걸 줄창 만들어야 하다니 제겐 유독 가혹한 형벌이에요.

향신료 든 음식을 못먹는데다 카레 특유의 불우한 느낌 때문에 웬만하면 잘 안먹거든요.

언제 제대로 된 인도요리를 먹어보고 싶긴 하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4 01:52

저는 회사에서 인도애들이랑 일을 많이 했는데, 얘들이 아침 차례가 오면 다들 전통적인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아주 괴로웠어요. 카레를 안 좋아하신다면 인도 다른 음식도… 이게 대부분 향신료 범벅이거든요. 거의 모든 음식이… 날씨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나봐요.

(그래서 타이머님께 인도 음식 추천 하고 싶지 않아요. 괴로우실지도 T_T)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07/23 11:01 

아~~ 카레~~!!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4 01:52

아~~카레, 좋아하세요? 닥슈님 요즘 충동구매 목록 잘 보고 있습니다. 흐흐.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07/24 08:31

넵~!! 카레 정말 좋아합니다….

어머니가 카레해주시면 떨어질때까지… 밥과 카레만….^^;;

충동구매야 뭐…^^;;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4 23:15

하하 오늘 닥슈님 생각하면서 카레 한 냄비 했습니다. 일주일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뿌듯하네요. 닥슈님께도 나눠드리고 싶은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