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하루의 마무리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지난 얼마동안 읽던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입맛도 없으니 카레는 어떨까, 싶어서 돼지고기까지 한 덩어리 사들고 집에 돌아왔는데, 샤워를 하고는 소파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 그러므로 저녁은 건너뛴 셈. 꿈에서도 나는 카레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었다. 쓰레기하치장 같은 넓은 공터에 돼지고기와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산더미 같이 쌓아 놓고서는, 한줄로 길게 늘어선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으로 불을 붙여서 하나씩 카레로 솥을 채웠다. 누군가 점심으로 카레를 단체급식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오가 지나도록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돼지고기와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깍둑썰기하고 볶고 물을 붓고 카레를 넣고 솥을 저어댔다. 그러나 정오가 지나도록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카레냄새는 곧 공기가 되었다. 딱히 도움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도와주겠다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 by bluexmas | 2009/07/23 01:08 | Life | 트랙백 | 덧글(14)
갑자기 카레향이 나는것같아요 ;ㅁ;
비공개 덧글입니다.
그럼 오셔서 다른 솥들 타지 않게 저어주시는 것도…^^
향신료 든 음식을 못먹는데다 카레 특유의 불우한 느낌 때문에 웬만하면 잘 안먹거든요.
언제 제대로 된 인도요리를 먹어보고 싶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