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레시피 모음집, The Perfect Scoop
김치의 신맛을 낸답시고 식초를 떡허니 부어서 만든 정체 불명의 야채 무침을 김치랍시고 자기 블로그에 올리고, 거기에 뭐라고 댓글을 달자 여자가 아니면 덧글도 달지 않는, 블로거로서는 개차반인 그이지만, 이 책만큼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다.
David Lebovitz의 The Perfect Scoop은 혹시라도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최고의 아이스크림 레시피 모음집이다. 무엇보다도 레시피 자체가 집에서 쓸 수 있는 아이스크림 제조기의 양(1 Quart=946 ml)에 맞춰져 있어서, 계란 8개를 다시 7로 나눠서 넣는 등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레시피 계산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또한, 기계만 멀쩡히 돌아간다면 실패할 확률이 적은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제공한다. 다년간…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2년 조금 넘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은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지방이 적게 들어간 아이스크림일 수록 식감 면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아예 그럴 위험을 줄이고자 이 책은 거의 60% 이상 프랑스 스타일의, 계란과 크림이 듬뿍 들어간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제공한다. 채 1리터가 못 되는 아이스크림에 계란 노른자 다섯개와 크림 500ml가 들어가니, 이 아이스크림은 웬만해서는 실패할 수가 없다.
또한, 단지 아이스크림 뿐만 아니라 그 아이스크림에 곁들여 하나의 완벽한(=살이 더 잘 찌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역시 함께 제공한다. 아이스크림과 탄수화물이 짝을 지으면 그 유혹은 뿌리칠 수 없는 법,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그 밑에 깔 수 있는 브라우니랄지, 머랭 과자 같은 것들의 레시피와, 또한 그 위에 끼얹을 수 있는 각종 소스들의 레시피도 함께 제공한다. 따라서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집에서 혼자 아이스크림 디저트 만들어 먹는 정도는 종류를 바꿔 가면서 실컷 할 수 있다.
유지방이 들어가지 않는 소르베나 그래니타, 그리고 젤라토 종류도 선보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커스터드를 주로 다룬 책이기 때문에 나머지 아이스크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책을 찾아보거나, 그가 다음 책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하지만 아이스크림 레시피로써는 이 정도면 최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진도 멋지다. 표지에서 벌써 그 싹수를 알 수 있지 않은가?
# by bluexmas | 2009/07/15 09:11 | Taste | 트랙백 | 덧글(16)
여자가 아니면 덧글도 안 다는 거였군요, ㅎㅎㅎ
+5kg는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군요!! ㅎㅎㅎ
재료 도구 지름에 지방에ㅇ>-<
하나 장만하고 싶은데 냉매 얼려쓰는 것보다는 그냥 알아서 식혀주는 것을 더 좋아하다보니 마련하기엔 너무 비싼 그대가 되더군요. 게다가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것이 괜찮다지만 역시 비쌉니다.
이런 핑계로 아이스크림의 유혹에서 간신히 도망갑니다.;;
그나저나 기계 없어도 아이스크림의 유혹으로 부터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카누를 타고 급류타기 모험을 떠났을 때에도 수동 아이스크림 기계를 싸들고 간 오빠를 두었던 (아 길다) 앤 패디먼이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어요. 아이스크림 러버로서 참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