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얽힌 성공과 실패(2)-나의 성공 레시피, 저온 오븐 구이

보통 사람들이라면 고기를 사 놓고 풀 생각을 할 텐데, 어쩌다 보니 나는 풀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나니 고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누군가의 밭에서 직접 받아왔다는 몇 가지의 야채와, 또한 작년 김장철에 담그셨는데 딤채 덕택에 아직도 먹을만 하다는 김장김치가 그것… 그 두 가지를 모셔 놓고 나니 삼겹살을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삼겹살을 아주 즐겨 먹지는 않는다. 그러나 묵은 김장김치라면 삼겹살 한 번쯤 못 먹어주겠나… 해서 이마트 정육점에서 한 덩어리를 모셔왔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얘기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삼겹살을 그다지 즐겨먹지 않는다. 기름기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은 물론 그 맛에들 먹겠지만… 어쨌든 모셔 오고 나니 생각보다 덩어리가 커서, 고민 끝에 일단 두 덩어리로 나눈다. 그리고 작은 토막으로 수육을 만들어 먹기로 한다.

수육 레시피를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다. 안 봐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고기를 물에 삶는 것은 비슷한데, 사람들마다 돼지고기 냄새를 잡기 위해서 곁들이는 재료는 다 조금씩 다르지 않나 싶다. 듣기에는 된장이나 커피를 쓴다고도 하고… 나는 그냥 기본에 충실하게, 파의 흰 뿌리 부분과 마늘, 생강, 그리고 통 후추 몇 알을 더했다. 언제나 고기 종류를 물에 끓일 때 하는 생각인데, 일단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굳이 센불로 부글부글 끓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므로, 약한 불에 올려 비교적 오래 끓이는 방법을 택한다.

보통은 이렇게 해서 불에 올려 놓고 한참 신경을 쓰지 않는데, 이번에는 약간 궁금해졌다. 이렇게 고기를 삶는 물에 소금 간을 해야만 하나? 물론 다른 레시피를 찾아 본 적도 없지만, 기억에도 물에 소금간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식당에서라면 새우젓이나 각종 겉절이 등등과 같이 먹을테니 소금간을 안 하는게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음식에 소금을 넣는다는 게 정확하게 짠맛을 더하기 위한게 아니라 재료의 맛 자체를 더 낫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측면에서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언젠가 어떤 식당에서 나온 요리책을 보았는데, 통돼지를 받아다가  필요한 부위별로 직접 가공을 하면서 모든 고기를 소금 살짝 부려 숙성해서 쓴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는 더 많이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경우에 소금을 쓰는 건 아무래도 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아닐테니까… 어쨌든,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물에 소금을 좀 넣어본다.

예전엔 시간을 좀 줄여 보겠다고 삼겹살을 압력솥에 넣고 삶은 적이 있었다. 시간은 좀 줄일 수 있었으나 결과를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조금 어려웠던 이유는, 삼겹살이 너무 삶아져서 비계 부분이 완전히 곤죽처럼 되었기 때문이다. 이 비계 부분이 조금 씹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식으로 조리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 게다가 저렇게 죽이 된 비계는 더 느끼하게 느껴질 확률이 높다. 그래서 물을 적당한 온도에 올린 뒤 한참을 끓였는데, 생각보다도 고기가 빨리 무르지 않는다. 고기 종류를 삶을 때 익었는지 알아 보려면,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찌른 뒤 나오는 물의 색을 확인하면 된다고 한다. 맑은 물이 나오면 먹을 정도로 익었다는 얘기… 그러나 맑은 물이 나올 때 까지 삶았음에도, 고기는 너무 많이 씹혔다. 달리 말하자면 질겼다고.  사실은 처음부터 다른 조리법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전기를 많이 쓰게 될 것 같아 접고 택한 이 삶는 방법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고기 자체가 별로 였던 것인지 오랫만에 해 먹는 삼겹살인데도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게다가 소금을 조금 삶는 물에 뿌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간이 안 된 삼겹살은 그날 따라 대체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이 삼겹살은 실패… 일단 먹고 남은 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조리해보기 한다. 이 날 따라 삼겹살이 질기다. 아니, 삼겹살이 질기다니, 이게 대체 무슨 변고란 말인가…

# by bluexmas | 2009/06/17 11:05 | Taste | 트랙백 | 덧글(15)

 Commented by 관찰자 at 2009/06/17 11:30 

불조절과 시간, 양념에서 약간 수정할 부분이 있을 듯 합니다.

고기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돼지고기 냄새를 잡아주고 양념맛이 더해져야 제대로 맛있는 수육이 되거든요.

약한 불로 계속 가열하셨다고 하는데, 센불에서 끓이다가 중불 또는 약불로 줄이셔서 한참 익혀야 부드러워지더라고요.

된장을 조금 넣으면 훨씬 맛이 좋아지고, 양파채를 잔뜩 깔고 찌듯이 익히는 저수분법도 나름 괜찮습니다.

나머지 한 덩이는 맛있게 드시길.

 Commented by 원똘 at 2009/06/17 13:26

지나가다 배우고 갑니다!!! ^^ 처음에 쎈불…그 담에 중불… 그리고 약하게….

남은 고기는 동파육을 하시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당.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8 10:12

물론 물이 끓을 때 까지는 센 불에 끓여야죠. 그러나 물 온도가 오른 다음에는 펄펄 끓일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조리법이야 무궁무진하죠. 귀찮아서 시도 안 해보고 싶은게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Commented by xmaskid at 2009/06/17 13:41 

전 귀찮아서 압력솥으로 하고, 삼겹살대신 목살같은걸로 만듭니다. 그러면 비계가 물러지는건 걱정안해도 되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8 10:13

그렇죠? 아니면 shoulder나 picnic으로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고기 가격도 훨씬 싸구요. 오븐을 적극 활용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06/17 14:49 

집에서 어머니가 만드는 것을 보면 꼭 된장이 들어갑니다. 냄새를 잡아주는 효과도 있지만 된장의 염분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살짝 간이 되거든요. 가끔은 지나치게 간이 되어-오래 끓인다거나 하면;-김치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기도 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8 10:13

역시 된장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죠. 너무 된장이 많이 들어가면 고기의 맛을 압도할까조금 걱정은 됩니다.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06/17 16:03 

전 냄새잡는 용도로 홍차를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8 10:13

그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커피를 쓴다는 사람도 들어봤으니 차가 안 될 이유는 없지요^^

 Commented by 카이º at 2009/06/17 16:42 

카레가루를 넣는 것도 향을 없애주고 기름기를 제거해준다네요 ;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8 10:14

향신료라면 뭐든지 좋겠죠?

 Commented by 누리 at 2009/06/17 17:03 

보통 센불에 끓이고 물이 끓으면 중불 내지 약불로 2시간 남짓 끓여야 제대로 익더군요. 1시간 정도면 제대로 안 익고. 3시간 까지 하면 다 물러지고.. 적절한 시간이 중요하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8 10:14

수육에 세 시간이라면 너무 긴 것 같습니다. 역시 국물 안 먹고 고기를 물에 삶는 것이니까요.

 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09/06/17 18:52 

삼겹살을 향신야채를 넣어 강한 불로 삶아주신 후, 뜨거울때 간장을 발라 두어 식히고, 기름에 튀겨주면 독특한 풍미의 수육을 즐길수 있답니다.

튀겼다는 부분에서 기름질것 같지만, 오히려 여분의 기름이 빠져나가서 (중화요리에서 “기름은 기름으로 빼라..”라는 말이 있죠. 기름은 물보다 끓는점이 높아서 삶기만 해서는 제대로 기름을 뺄수 없다네요.), 기름 섭취향이 오히려 줄어들죠..

정 부담스러우시면, 삶아 튀겨낸 삼겹살에 뜨거울 물을 부어 여분의 기름기를 날리면 된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8 10:15

그렇죠, 아무래도 중식에서라면 튀겨서 기름을 빼는 것도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