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

라는 이름의, 백만 가지쯤 되는 아답터를 파는 가게가 용산에 있다. 몇 년 전에 가지고 있는 멀티 이펙터에 맞는 아답터를 찾다가 누군가의 추천으로 들렀는데, 찾는게 신기하게도 교류에서 교류로 전환하는, 누군가가 만들지 않는 종류여서 가게를 보던 아저씨가 직접 파는 걸 개조해서 팔아야만 했다. 그게 기억에 남아서 그런 종류의 물건을 사야될 필요가 있을 때면 일부러라도 찾아가곤 했는데…

이제 짐이 들어오니 각종 전자제품을 위한 강압기가 필요해서, 또 일부러 안전사에 들러서 필요한 사양을 말하고 가격을 불어보니 1 KA짜리가 만 오천원, 2KA 짜리가 이만 오천원이었나? 주인인듯 보이는 아저씨가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 가게 문 바로 옆에 종류 별로 몇 개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앉아있었다. 누구나 알지만 이 변압기라는게 사실 쇳덩어리라, 하나나 두 개면 모르겠지만 세 개는 들고 갈 수가 없는지라 애초에 돈을 주고 택배를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싸는데 공이 든다고 어째 귀찮다는 눈치를 준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볼일을 다 보고 가는 길에 들러서 사 가겠다고 얘기를 하고 가게를 나섰다. 그때 까지만 해도 정말 볼일을 다 보고 전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들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냥 혹시나 하는 기분으로 언젠가 들렀던 다른 가게-롯데리아 맞은 편에 있는 몇몇 가게들 가운데 하나-에 들러서 가격을 물어 봤더니, 같은 사양의 제품이 각각 이 천원씩 쌌다. 게다가 택배로 별로 귀찮아 하는 눈치 없이 해 주겠다고… 그래서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받아서 나왔다. 십 분도 안 돼서 확인한다고 전화도 하더라. 그리고 물건은 온다고 얘기했던 시간에 택배로 정확하게 왔고, 포장도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택배비로 삼 천원을 줬는데 얘기했던 것처럼 오백원 더 든 건 가게에서 부담했고. 그러면 멀티탭 하나라도 거기 다시 가서 사는거지 뭐.

 by bluexmas | 2009/06/06 11:15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나녹 at 2009/06/07 23:48 

용산에서 나기 어려운 훈훈한 이야기군여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09 01:29

그렇죠, 훈훈한 얘기죠. 용산 워낙 무서운 동네라서… 잘 지내세요? 어려운 경제에직업활동하느라 얼마나 힘드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