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로써의 사명감에 대한 궁금증

이건 뭐 그냥 하나의 가정에 불과한데, 만약 길을 걷다가 순진하게 생긴 학생이 꼬깃꼬깃하게 접힌 천원짜리를 내밀며 아저씨 담배 한 갑만 사주세요, 라고 부탁하면 기성세대로써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내가 또 고국 물정을 아직도 잘 모르니까…

1. 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무슨 담배야! 라고 지랄하며 꺼지라고 한다.

2. 응 그래? 담배 사다주면 얼마 줄건데? 라고 흥정을 해 본다. 나도 먹고 살기 어렵거든(이거 잘 되면 아예 청소년 담배 사다주고 돈 받는 알바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3. 담배? 내가 그냥 사줄께 뭐 돈을 쓰냐, 그러면서 너그럽게 한 두 갑 사다 앵겨주고 같이 앉아서 피우면서 쓰바, 사는 거 힘들지? 라고 삶의 애환을 같이 토로한다.

4. 담배는 몸에 해롭다며 학생을 잘 타일러 집에 보낸다. 그러나 내가 아니어도 담배 한 갑 대신 사줄 사람은 많지 않나?

5. 담배는 물론, 데리고 술도 먹는다.마침 술 먹고 싶은데 사람이 없었다…

아, 모르겠다. 어째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닌 것 같네. 기성세대 되고 싶지도 않지만 뭐 되기도 쉽지 않구나…

거듭 강조하지만, 이건 그냥 가정. 혼자 길을 걸어 집에 오다가 생각한 것에 불과하다. 정말이다.

 by bluexmas | 2009/05/29 00:01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5/29 00:42 

일단, 돈을 더 달라고 해야… 천원으로는 웬만한 담배를 못 산다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5/29 10:22

그, 그렇죠… 이천 오백원은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공부하기 힘든데 저 치킨 좀 사주시면 안 돼요?’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그 정도는 없는 제 돈으로도 사줄 수 있는데, 어린 아이들이 담배를… 슬픕니다. 전 고등학교 때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어요.

물론 이건 다 가정, 가정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