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려운 여름/성급하게 기다리는 가을
덥다. 오후 다섯 시도 넘어서 집을 나섰는데, 동사무소까지 가는 동안 겨드랑이가 땀에 만만치 않게 젖었다. 부끄러웠다. 이제 여름이구나. 7년 만에 이곳에서 보내는 여름, 벌써 두려워진다. 다들 에어콘을 팔아먹으려고 혈안이 되어서, 올 여름이 지난 15년 이래로 가장 덥다고 난리를 쳐댄다. 그러니까, 1994년? 아직도 그 여름이 기억난다, 그리고 두려워진다. 그러나 에어콘을 살 계획은 없다. 내년 여름이면 또 떠날지도 모르니까. 아니, 사실 떠나고 싶은거겠지.
뭔가 찾아볼 게 있어서 예전에 썼던 글들을 죽 읽어본다. 많은 글들이 대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분으로 써댔던 것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가운데, 차마 끝까지 읽을 수 없는 것들도 꽤 많다. 그렇게 읽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노래를 찾는다. 이런 기분이고 싶었다. 흘러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나, 벌써 여름이라고? 소리는 낯선 체온의 공기와 살을 섞자마자 스러진다. 공기는 벌써 몸이 잔뜩 달아있었다. 감정은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떠오르려 하지 않는다. 지금은 이런 감정에 젖으면 안되는건가, 그래도 아직 밤바람은 꽤나 시원한데. 가을을 기다리고 싶어졌다. 뭔가 좀 서늘하거나 아예 시린게 그리워졌다. 저 새들 날개 밑으로 지나가는 바람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저렇게 날아다니면 나처럼 겨드랑이가 땀에 젖는 따위로 부끄러움은 느끼지 않아서 좋을텐데. 갑자기 더 부러워졌다.
# by bluexmas | 2009/05/28 00:10 | Life | 트랙백 | 덧글(4)
몇개는 문득 ’12/27’라고 적고 있던 것 있죠……ㅠ
아직, 5월인데-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