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일요일 아침

어제는 개싸구려 마주앙 한 병을 다 비우고 잠이 들었다. 어째 좋은 날이 다가올 것 같지 않다는 잠자리에서의 예감은 적중, 날씨는 우울하고 기분도 따라서 우울하다. 창 밖으로 나무가 흔들리는 꼬라지를 보건대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인듯. 아침은 대강 챙겨 먹었지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고 싶은데 바닥은 너무 딱딱하다. 아니, 딱딱하지 않아도 바닥 자체에 누워 있는 기분이 싫다. 바닥은 너무 낮으니까. 짐은 대체 언제 오는 거냐. 아무 것도 없는 집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황량하다. 하려면 무엇이든 하겠지만 아무 것도 내키는게 없다. 조금만 더 잤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허리가 아프다. 해가 나지 않는 하루는 해가 나는 하루보다 길다. 언젠가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미워했던 사람이 생각나는 걸 보니 그 긴 하루가 우울할 것 같다. 땅을 밟거나 해를 보고 싶은데 둘 다 가능성이 없는 하루다. 여기는 대체 어디냐, 난 뭘 하고 있는거냐. 그런데 나는 또 누구냐. 당신, 혹시 알아?

 by bluexmas | 2009/05/17 11:19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