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다 매한가지
아아, 설탕 때문에 또 밸리가 뒤집어진 것인가? 과일의 당과 콜라에 들어가는 인공적인 당의 차이에 대한 건 아직 잘 모르겠고, 공교롭게도 지금 읽고 있는 책에 관련 글에서 몇몇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백설탕과 흑설탕의 건강 관련 얘기가 나와서 옮겨 본다.
문: 왜 사람들이 정제된 백설탕을 나쁘다고 얘기할까?
답: 글쎄, 나도 사람들의 그런 주장을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정제되었다’ 는 표현을 식재료에 포함된 불필요한 성분들을 싸가지없게도 제거해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백설탕은 그저 원당에서 그 불필요한 성분들이 제거된 설탕일 뿐이다. 설탕이 세 번 연속적인 결정화 공정을 통해 정제될 때, 순수한 자당 sucrose를 제외한 모든 성분들은 당밀 molasses에 남게 된다. 정제가 덜 된 흑설탕의 맛이 더 좋은 이유는 흑설탕 속에 남아 있는 당밀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 때 밝은 흑설탕이나 그보다 더 강한 맛을 지닌 진한 색 흑설탕을 선택하는 건, 순전히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요즘 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흑설탕은 정제공정을 도중에 멈추는 고전적인 방법이 아닌 완전히 정제된 백설탕에 다시 당밀을 분무해서 만드는데, 아직도 도미노나 C & H 사의 흑설탕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된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다름이 아니라, 사탕수수즙에는 자당의 혼합물과 정제 공정이 끝나면 당밀에 남게 되는 기타 성분들이 섞여 있는데, 어째서 사람들은 순수한 자당이 뜬금없이 건강에 해로운 식재료가 된다고 생각하냐는 것이다. 건강에 백설탕보다 더 이롭다고 생각하는 흑설탕을 먹을 때, 사람들은 그저 자당과 당밀 찌꺼기만을 먹게 될 뿐이다. 순수한 자당이 건강에 해롭다면, 당밀 찌꺼기랑 섞여 있는 자당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위의 내용은 요즘 읽고 있는 책, ‘What Einstein Told His Cook’ 에서 발췌한 것이다. 저자의 이름은 Robert L. Wolke, 미국 피츠버그 대 화학과 교수로 워싱턴 포스트에 음식의 그 식재료에 얽힌 이야기를 화학적으로 접근해서 쓴 글들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이 사람의 부인이 요리사고, 그 역시 부인의 영향을 받아 직접 음식을 만드는지라 그렇게 음식을 만들면서 가지게 되는 의문들을 자기의 전공분야인 화학으로 접근해서 답을 얻는 것이다. 하얀색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백미도 피하고 백설탕도 피하지만 현미와 백미가 서로 다른 영양분을 가지고 있는 반면 백설탕과 색깔이 있는 설탕은 기본적으로 영양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의 논지. 실제로 음식을 만들때 흑설탕은 당밀이 가지고 있는 그 향과 맛이나 수분 때문에 쓰이지, 건강의 측면에서는 글쎄…
참고로 내가 찾아본 우리나라의 흑설탕은 설탕에 ‘카라멜’ 이 섞였다고 표기되어 있던데 그럼 당밀도 아니고 설탕으로 만든 카라멜을 다시 설탕에 섞었다는 얘긴가? 어째 좀 구린 냄새가…
*사진은 설탕으로 만든 해골인 모양. 출처는 여기.
# by bluexmas | 2009/05/12 13:19 | Taste | 트랙백 | 덧글(13)
쌀눈에 비타민 B군 등 유용한 성분이 많이 있는것처럼 그 ‘당밀찌꺼기’에도 여러가지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것이 제거된 흰설탕은 단지 칼로리덩어리일 뿐이죠.
당밀은 천일염보다 더합니다. 미네랄 극소량에, 나머지는 탄 듯한 단맛이 나는 찌꺼기가 있을 뿐입니다. 사실 당밀 찌꺼기에 건강에 유의미할 정도의 미네랄 및 영양 성분들이 있다면 그걸로 만든 당밀 시럽이 몸에 좋아야 된다는 소린데, 지금까지 당밀 시럽이 몸에 좋은 이로운 음식이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_=
(흑설탕의 경우엔 당밀이 들어가 맛과 향이 꽤 달라지니 백설탕과 황설탕의 차이보단 더 유효(?)한 차이가 있지만..)
빵을 만들때 당밀을 꽤 써 봤는데 그냥 먹을 수는 없더라구요. 쓰고 향도 그렇고…
비공개 덧글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밥 먹고 매일 커피랑 케잌 먹으면 곧…-_-;;;
지금와서 이런 의견을 읽으니 약간 혼동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땅을 덜 오염시켰다는 것과, 정제한 것보다는 자연 상태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조금은 비정제흑설탕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보다 그렇게 믿고 싶네요. ㅠㅠ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황설탕/흑설탕은
1. 정제과정을 끝까지 다 거친다.
2. 그 중 일부에 정제과정에서 분리 후 정제한(!) 당밀 시럽을 뿌린다.
3. 흑설탕/황설탕으로 판매한다.
이 과정을 통해 판매됩니다. 백설탕은 정제된 설탕이고, 황설탕/흑설탕은 그 위에 정제된 당밀 시럽을 뿌린 것이죠. 물론 아직 클래식한 방법(정제를 덜 하는)으로 만드는 곳이 있을 수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방법이 비용상 훨씬 저렴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저렇게 만드는 거구요. 이래도 흑설탕/황설탕이 몸에 더 좋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상한 사람이겠지요.
@ 흑설탕과 백설탕은 맛이 달라서, 요리에 흑설탕 대신 백설탕을 쓰거나 백설탕 대신 흑설탕을 썼다가는 맛을 망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