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치우는 쓰레기

버려야 될 것들이 많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렸지만 그래도 버려야 될 것들이 많다. 혼자 옮기지 못하거나 어떻게 버려야 될지 몰라서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돈을 내면 트럭을 가지고 와서 뭐든지 쓸어 담아 간다는 쓰레기 처리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진작 이걸 생각하지 못하고 고민을 했을까! 어려운 경기에 이것도 경쟁이 심한지 인터넷을 뒤졌더니 상당히 많은 업체의 연락처가 쏟아졌고, 그 가운데 아틀란타에서만 운영된다는 ‘지방’업체의 홈페이지를 찾아 온라인으로 연락처와 시간을 남겼다.

그러나 연락이 없었다.

짐이 토요일 오전에 나가니까 그날 오후에 와서 남은 걸 싹 쓸어가면 나머지 며칠은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비행기 타고 오면 되니까, 꼭 그날 쓰레기가 나가는 게 좋은데 왜 연락이… 기다리다가 점심 약속을 위해 사람을 기다리는 와중에 전화를 했다. 대체 어느 나라 억양인지 알 수 없는 말투의 남자가 전화를 받아서는 어느 어느 동네에 사는데 메일을 보내도 연락이 없었다고 하자, 자기가 지금 밖에 있는데  기억은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다시 얘기를 해주던지, 아니면 사무실에 들어가서 연락을 하겠다고 얘기를 한다. 왜 연락을 하지 않았냐고 묻자, 바빴단다. 그래… 바빴겠지. 내가 궁시렁거리자 뭐 쓰레기 처리 업체 많고 우리는 바쁘니까 다른데를 알아보던지… 라고 대꾸한다. 열이 뻗치기 시작했는데 꾹 참고, 이런 이런 동네에 토요일 오후에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지, 음… 없단다. 연락처를 남긴지 이틀이나 지나서. 아니, 온라인으로 연락처를 남기라고 해서 남기면, 제깍 연락을 해서 보니까 그때는 시간이 없는데 다른 시간에 하겠냐, 아니면 다른 데를 알아보라고 얘기를 해야 되는게 아닌가? 나는 드디어 화가 폭발해서, 그럼 진작에 연락하지 않고 이틀이나 질질 끌어서, 다른 업체를 토요일에 부를 기회마저도 놓치면 니들이 책임질거냐고 따져 묻자, 음…. 전화를 끊어버렸다. 참,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쓰레기일 수는 없지만, 누군지 몰라도 이 새끼는 정말 쓰레기라서 쓰레기나 치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넌 평생 쓰레기나 치우고 살아라.

 by bluexmas | 2009/04/03 08:01 | Life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by starla at 2009/04/03 11:21 

그런 서비스도 있군요. 음. 하긴 요즘은 상상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있을 것 같지만요. 잘 버리고 돌아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