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설득력이 없는 비유

 한 300명쯤 되는 남녀노소로 이루어진 어떤 무리가 있는데, 신인지 폭군인지 뭐 하여간 절대 권력을 가진 개체가 나타나서는, 이들 가운데 적어도 50명의 왼손을 잘라야 되겠다고 선언을 했다 치자.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오른손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 오른손잡이니까 남은 삶의 밥벌이를 생각해서 왼손을 자르기로 했다고… 왼손잡이는 오른손을 자르기로 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무리는 쑥덕거린다… 누굴 고를까? 고르는 과정이 길어지자 참을성 당연히 없는 절대권력은 화를 버럭 내고(씨발 니들 모두 손목 잃는 수가 있어 그렇게 꾸물럭거리다가는!), 쫄아붙은 무리는 만만한 50명 정도를 골라서 내민다. 다들 작두에 왼손목을 내밀고 손목은 곧 뎅겅뎅겅 잘려져 나간다. 순간 손목을 잃은 사람들은 이런 일이 너무나도 빨리 일어났다는 사실에 멍해서 고통도 느낄 틈 없이 잘려나간 손목을 바라보고만 있는데, 정작 그들을 내몬 사람들이 그 잘려 나간 손목과 흐르는 피와, 사람들의 멀쩡한 표정에 놀라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손목이 잘리면 아플거야? 그치? 아프지?’,’아 무서워 죽겠어, 손목이 잘리다니, 손목이!’

그러나 정작 잘린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 당신의 짐작대로 나는 잘린 사람, 당신은 내 손목이 잘려 나가는 걸 본 사람. 그런데 나는 멀쩡히 가만히 있는데 왜 당신이 더 난리야, 내 손목도 잘리면 어떻게 하냐고, 어떻게 하냐고.

그 공포의 넋두리를 듣고 있는 나의 왼손은 벌써 나의 일부도 아닌데.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거라는 얘기지. 당신 손목은 거기 멀쩡히 붙어있는데도.

 by bluexmas | 2009/03/27 10:56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at 2009/03/27 16: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3/28 12:44 

앗,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아셨군요… 저 그 그리스 신화 얘기 엄청 좋아했어요. 뭔가 웃기는 구석이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