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에 대한 기억을 나누던 밤
강가에 서 있었다, 그녀와 나는. 그냥 나란히 서서 강물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그녀 하나가 더 들어갈 정도의 틈도 있었다. 회전목마를 마지막으로 탔던 게, 언제에요? 그녀가 물었다. 응? 나는 그녀가 언제 회전목마 따위를 마지막으로 탔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어머니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만 된다고 했으니 그게 마지막이었죠.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고 낮에는 그렇게도 빨리 우리를 데려다 주었던 시골버스는 어딘지도 모를 어두운 길을 계속해서 꼬불꼬불 돌아가기만 했어요. 엄마, 이 버스는 어째 가면 갈수록 집에서 멀어지는 것만 같아, 나 숙제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요. 산수 숙제였죠.”
사실은, 그게 단지 마지막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이기도 했다. 가족은 일요일에 어딘가 나들이를 갔었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 어찌 되었던 일인지 아버지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아직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들었던 적도, 물었던 적도 없었다. 역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분식집에서 찐만두와 떡국을 점심으로 먹었는데, 어머니는 뜬금없이 우리 놀러갈까? 라고 얘기를 꺼냈었다. 그 전에도 또 그 후에도 그런 일은, 집을 떠날 때까지 벌어지지 않았다. 처음이고 또 마지막이었다.
“말들이, 웃고 있었지? 라고 어머니가 대꾸를 하셨어요. 그러니까 나는, 시작도 못한 숙제 얘기를 했을 뿐인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러나 얼굴 표정만은 볼 수 있었죠. 밤이었으니 버스는 밝고 바깥은 깜깜해서 어머니의 얼굴이 비쳐졌으니까요. 그렇지만, 정확하게 어떤 표정인지는 알 수 없었던게, 유리창 밖에 먼지가 아주 뿌옇게 껴 있었거든요. 그래, 웃고 있었어. 말들이, 웃고 있었어. 뿌옇게 먼지 낀 유리창에 비친 어머니의 표정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웃는게 아니었음은 확실했어요.”
웃는 말과 웃지 않았던 어머니와 먼지 뿌옇게 낀 유리창에 대해 얘기를 늘어놓는 동안, 그녀 하나만큼 벌어져 있었던 그녀와 나 사이의 틈은 자취를 감춘채였다.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얘기를 늘어놓느라? … 제 기억은요, 그녀가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근데, 저기 불빛, 떨려보여요?”
“네?”
“저기, 왜 불빛 있잖아요, 물에 비친 불비잋.”
그녀는 다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 다리, 이름이 뭐였더라? 그녀는 알 것도 같았다.
“그러게요. 떨려보이는…”
순간 그녀는 내 손을 몰래, 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가볍게 잡았, 아니 쥐었다.
“마음인거죠?”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강물, 아니면 그 떨리는 빛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물에 비쳤다가 또 그녀의 눈에 비친 불빛이 물에 비친 그것보다 아주 조금 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입꼬리로만 소심하게 웃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손을 잡은건, 그러니까 칠 년 하고도 사 개월 만의 일이었다.
# by bluexmas | 2009/02/13 19:18 | —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