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지?
실업일기, 재미없지? 응, 사실은 나도 별로 재미없어… 일주일 넘어가니까. 그런데 달리 쓸 수 있는게 없네. 언제나 생각해왔는데, 오늘은 뭘 쓸까, 또 내일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생각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더라구.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미칠 것 처럼 걱정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이미지들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기분이야. 현실을 꾸역꾸역 살아가면서도 머릿 속에서는 그냥 생각만 해오던 그런 말이며 장면이며 뭐 그런 것들이 있어왔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다 어디로 숨어들어갔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니까. 언제나 현실만으로 가득하면 삶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 현실이 아닌 것들도 품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현실만 머릿 속에 가득… 그렇다고 기적처럼 이 상황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내가 원하는 대로 해결 될 것도 아닌데, 아니 아예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데, 그걸 알면서도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다니, 사는게 정말 재미가 없다니까. 아, 재미없어. 그냥 현실이 싫은게 아니라 현실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 싫은 기분이라니까.
…그렇지만 나는 계속해서 써야 될 것만 같아. 이 모든 상황,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지켜보고 또 기억하고 싶거든. 두 눈을 크게 뜨고, 기쁨을 기억해왔듯, 또 행복을 기억해왔듯. 이것도 내 삶의 일부니까… 그리고 사실은, 나는 아직 지금의 이 상황을 불행이라고 딱지 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어. 아직은 아니야, 내가 기억하는 불행은 이것보다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었으니까. 그래서 쓰는거야, 이 따위로 재미없다고 해도. 아니, 사실은 쓸 수 밖에 없는거겠지… 외면하면 더 고통스러울 거라고,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외면하고 싶지 않아, 그건 내가 아니거든.
# by bluexmas | 2009/02/07 18:07 | — | 트랙백 | 덧글(4)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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