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질 가이드북?
사람이 늘 많아서 잘 안 가던 서점에서 공부를 한 번 해볼까, 들렀다가 블로그질 가이드북을 발견했다. 이젠 블로그질도 가이드북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구나, 생각하니 솔직히 씁쓸했다. 물론, 블로그질이라는게 단순한 자기 표현의 방법이 아닌지도 이제는 꽤 오래 되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가이드북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인간의 활동이 어떤 시기를 지나고 나면 돈이나 명예 따위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형되고야 만다는 사실을 때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단 하나의 예외도 없는 것 같은 기분… 자기의 발전이라든지, 소통 이런 것들은 뭐 그냥 순진하거나 멍청한 사람들의 목표일 뿐이고 이런 행위조차도 결국에는 자기 블로그 대문에 ‘블로그로 가외 수입 500만원’ 따위를 내걸게 되는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가고야 만다는, 뭐 일종의 무력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닌 것 같아도 다들 속으로는 뭘 해서라도 남들에게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고, 또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돈을 벌고 싶으니까 이 블로그질이라는게 수단이 되어도 용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세상… 이런 생각을 하면 나도, 누군가 500만원 줄테니까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쓰는 블로그 하나 꾸려라, 그러면 네 감사합니다, 요즘 일도 없는데 하고 넙죽 받아서 네 교포사회 만세에요, 집 앞에 옛날짜장면집 새로 생겼는데, 안 먹어봐도 맛 좋은거 다 아니까 많이 와서들 드세요 와 같은 글을 쓰게 될까, 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뭐 솔직히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쓰는게 더 빠르고 쉬우니까. 하루에 백 개도 써서 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달러가 강세일때 부모님 돈도 부쳐드리고 좋지 않을까나(사실은 나, 어릴때부터 부동산으로 졸부된 사람 위인전 대필해주고 돈 버는 소박하고 동심 어린 꿈이 있었는데… >_<).
각설하고, 그런 책을 보면서 한 가지 더 들었던 생각은 아, 사람들은 정말 누군가를 닮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것. 수요가 예측되니까 책이 나올텐데, 수요가 있다는 얘기는 누군가 그런 책을 돈을 주고, 아니면 그냥 서점에서 앉아서라도 보면서 아, 블로그의 정의는 이런 것이구나, 블로그 서비스에는 네이버, 이글루스, 티스토리 등등이 있는데 네이버의 장점은 퍼가기가 쉽다는 것, 이글루스는 이오공감에 아주 공감을 끌만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는 것, 그리고 티스토리는 어쩌구저쩌구, 또 사람이 많이 오는 블로그를 꾸릴려면 자주 쓰고 또 이걸 하고 저걸 하고… 그렇게 남들이 먼저 만들어 놓은 정보를 보고 따라하면서 그 사람들이 걸었던 자취를 밟거나 또는 그 사람들을 닮거나… 뭐든지 제품도 연예인들을 모델 삼아서 광고하면 다들 그 사람처럼 보이고 싶으니까 하나씩 사고, 누가 좋은 얘기 했다고 그러면 동영상이 이 사람 저 사람 블로그에 다 올라오고, 한 사람이 이 얘기 하면 다들 그 얘기가 맞다고 얘기하거나 또는 틀리다고 얘기하거나… 그렇지 않아도 나는 닮고 싶은 사람이 너무 없어서,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발전도 없이 이 모양 이 꼴로 사나 싶고… 아 뭐 쓸데없는 생각에는 끝이 없네. 어쨌든, 정말 블로그질에도 가이드북 필요한거야? 답은 파워블로거님들한테 구해야 되고?
# by bluexmas | 2009/01/07 13:11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