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ath, my guiding light

지난 여름 정도만 되었더라도 나는 아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봐야 알아듣지 못할테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알아듣지 못해도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도는 말해두어야 나중에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테니까. 나도 말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생각없는 말 한 마디가 오랫동안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을 일깨운다. 핏속에 녹아들어 모세혈관 깊숙한 끝까지 흘러들었던 기억들이 잠에서 깨어나면, 온몸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안으로만 타들어가는 불길은 어느 누구의 눈에도 뜨이지 않은채 내 육신의 껍데기 안쪽을 재로 채운다. 어디에선가 타는 냄새를 맡았는지 꽁지를 차가운 불빛으로 밝히는 반딧불들이 달려들었다가 이내 타오르기 시작한다. 재가 된 차가운 불빛이 밤공기를 가른다. 오늘 밤은 그냥 계속 타오르기만 할 것 같다.

 by bluexmas | 2008/12/16 12:19 |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