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시작

귀찮아서 언제나 미루고 있던 백업을 시작했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문서편집기에서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리는 것일텐데 다 쓰고 나서 줄 맞추는게 귀찮아서 그냥 온라인에서 바로 쓰는게 버릇이 되다보니 이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언제나 버린 자식처럼 느껴지는 싸이월드의 글 600개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플때가 있다. 물론 모아둘만한 가치는 없는 글들이 대부분인데다가 워낙 어두운 시절의 기억을 담고 있어서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하지만 좋은 기억이 아니라고 해서 그런 기억이 없었던 것처럼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듯이 어두운 시절을 기록한 글도 글이고 또 기억이다. 외면한다고 해서 달라질리 없는 건 절대 외면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는게 더 나을때도 있다. 가끔은 또 그렇게 하고 있으면 그래도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여기에 올리는 글들은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언제나 나라는 사람은 스스로의 흔적을 돌아보기 싫어하는 사람이어왔다. 그렇지만 여기에 올린 글들은 그렇게 흔적을 담고 있음에도 잃고 싶지 않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일기는 절대 쓰고 싶지 않아했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림일기 따위를 써서 매일매일 검사하는 것이 교육인지 의심스럽다.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일기는 절대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오늘 숙제를 했다’ 라고 딱 한 줄만 써서는 날짜를 바꿔서 검사를 맡아가면서 버티다가 그 당시에만 해도 공책의 재료였던 누런 갱지가 연필과 지우개에 닳아 찢어져서 들통나 매를 버는, 그런 학생은 아니었으므로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냈었다. 과연 누가 공책을 펴 들고 줄을 서서 교사에게 검사맡아야 되는 일기에 ‘오늘 아빠가 술을 너무 많이 먹고 들어와서 숙제하는 공책을 말아들고 때려서 너무 아팠다’ 라고 쓸 수 있었을까?

아이고, 얘기가 샜는데 앞으로 계속 월별로 PDF만들어 모으는 작업을 할 것이다. 갈수록 분위기 이상해지는 이글루스에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떠나는 날까지도 쓰고 또 백업할거다. 애들을 데려오고 아니고 문제가 아니라, 그런다고 또 날뛰어대는 낯익은 이름들이 더 문제다. 무슨 피플이나 몇 년도 몇 대 블로그, 야후 블로그 순위 몇 위, 뭐 이런걸로 좁은 바닥에서 인기 비스무리한 것 좀 누려봤다고 자기들이 만인을 대표하는 목소리라고 된다고 착각하는건가? 어린 회원들 많이 들어오면 밸리에 올렸을 때 덧글도 더 많이 달리고 좋을텐데 뭐가 못마땅해서들 그러시는지. ‘어린애들을 위한 연애하는 법’이나 ‘가사노동에 익숙해지도록 남자친구 사춘기 시작부터 길들이기’ 이런 걸 애들 겨낭해서 올리면 잘 나가다가 배너도 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뭐 아이들 상대로 새로 나온 246색 크레파스 ‘리뷰’ 이런 것도 좋을 것 같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방법도 찾아보면 많을텐데.

아아, 처음 다운받아봤는데 3메가에 15분 걸리네…

 by bluexmas | 2008/11/14 12:28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08/11/14 13: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11/14 18: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1/16 15:17 

비공개 1님: 책 만들어주는 서비스 중단한지 꽤 오래 된 것 같던데, 아닌가요?

비공개 2님: 별 볼일없는 책 양식에 글을 찍어내죠. 꽤나 엉거주춤하답니다. 시간이 되면 한 번 직접 디자인 해보고 싶더라구요. 이걸 수익모델로 생각했던 것도 같은데 잘 안 풀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