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해마다 이맘때면 거의 모든 블로그에 올라오는 그 한 마디의 클리셰처럼, 정말 모르고 있었다. 나뭇잎의 색깔이 저렇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마침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서 금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오후에 회식을 위해 길을 나설때 보니 아침에 찍을 때 저만큼 있었던 나뭇잎의 채 반도 남아있지 않았었다. 금요일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그 때문이었겠지. 하여간 늘 푸른 나무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계절이 돌아왔다. 뻔뻔스럽게 파란 것도 죄인 것이다. 눈치 없는 것들 같으니라구.
오늘 아침, 영화를 보러 차를 몰고 나가면서 나뭇잎 색깔도 저렇고 햇빛도 그렇고 해서 가을색이 짙어지고 있네, 라고 블로그에 한 마디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보니 가을엔 사실 여름에 비해 색깔이 옅어지는게 현실인데 그 옅어지는게 심해진다고 짙어진다고 쓸 수 있는 건지 잠시 헛갈렸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가을은 가을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름이 계절의 반인 이 동네에서조차.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 올해는 아예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마음이 비교적 평안하다. 그러니까 ‘비교적’.
# by bluexmas | 2008/11/09 14:43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