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샐러드 샌드위치
알고보면 그렇게 대단한 음식도 아니긴 하지만, 아직도 어머니가 어디에서 이 샌드위치의 레시피를 얻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나중에서야 일요일 아침마다 빵을 먹을때 딸려 나오는 삶은 계란이 두 양반이 네덜란드에서 살던 시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내가 유럽에 가보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샌드위치의 기원이 대체 어디인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사실은 그렇게 자주 먹었던 것 같지도 않지만 기억에는 단단히 박혀있는, 어딘가 신기한 구석이 있는 샌드위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끔 이 샌드위치가 식탁에 올라와 있곤 했지만, 끼니를 위했던 것이라기 보다는 거의 간식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머니는 거의 90% 이상 밥을 차려놓고 출근하시곤 했다. 물론 그것도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만이었고, 고학년에 접어들어서부터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으니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지만.
뭐 대부분의 샐러드가 그렇듯이 아무 재료나 넣으면 되는데 기본으로 오이와 사과, 그리고 햄은 꼭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삶은 계란과 남은 옥수수를 넣고 마요네즈로 버무렸다. 어머니라면 아마 옥수수는 넣지 않으셨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먹은게 정말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지난 주에 회사에 아침 만들어 가느라 생전 먹지 않는 햄을 샀더니 그게 많이 남아서 어떻게 처치해야되나 생각하다보니 기억이 났다. 어머니한테 사진이라도 한 장 보내드려야 할 듯. 그러면서 물어봐야 될 것 같다. 대체 언제부터 이 샌드위치 해서 드셨냐고. 할아버지 때문에라도 완전 전통한식을 고집했던 친가-그래서 아버지 역시…-쪽과는 달리,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았지만 외가쪽의 식단은 상당히 서구화되어 있었다. 외할머니는 종종 카레를 만들어 주시곤 했으니까.
그 밖에 만들어 먹었던 음식들.
삽겹살을 삶아서 먹었는데 일단 삶은 다음에 겉을 불에다 지져서 바삭바삭하게 만들면 어떨까, 실험아닌 실험을 해 봤다. 몇몇 미국 식당들에서 삼겹살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그런 식으로 조리했던 기억이 났다. 처음의 계획은 과일을 이용한 소스 따위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산지 몇 달 되지도 않은 핸드믹서가 완전히 망가져서 실패, 사진은 참으로 썰렁하다.
날도 썰렁해지고, 따뜻한 미역국 생각이 간절해서 끓여야겠다는 마음에 고기를 사서 국물을 내고는 엉뚱하게도 육개장을 끓이고 말았다. 거의 한 달 먹을 수 있는만큼 끓여놓고서는 반씩 나눠서 미역국도 끓일 것을, 하고 후회했다. 마침 집에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고사리가 남아있었는데, 이게 한 봉지에 만 삼 천원짜리라 아껴먹는다는게 아예 잊고 있었다. 이 동네에서 파는 고사리는 일주일을 불렸다가 뜨거운 물에 삶아도 절대 부드러워지지 않기 때문에 아예 사지를 않는다.
당분간 야근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서 도시락 반찬으로 싸려고 연근조림(설탕과 물엿 대신 아예 꿀을 써 봤는데 맛이 훨씬 좋았다)과 감자 크로켓(계란과 빵가루를 입히는 음식은 뭐라도 다 귀찮다, 손이 많아 가서… 그러나 무슨 생각에선지 계속 만들고 있다)을 만들었으나 사진은 찍지 않았다. 먹고 살려고 만들지 블로그에 올리려고 만드는 것도 아닌데 만드는 음식마다 접시에 담아서 사진 찍으려면 그것도 고문이다.
# by bluexmas | 2008/10/27 13:02 | Taste | 트랙백 | 덧글(7)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참, 그 덧글에 했던 얘기는 블로그질 자체를 그만두려는게 아니고 이글루스가 너무 싫어져서 어딘가 이사가야 되는 건 아닌가 뭐 그런… 시간이 없어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liesu님: 너무 맵게 끓이면 많이 못 먹어서 좀 덜 맵게 끓였죠… 잘 지내시죠?
비공개 2님: 다 그저 먹고 살라고 하는 것이랍니다. 계속 생생우동만 드시는지 검사해야되겠어요^^
basic님: 그 동네에는 고사리 없나요? 이 동네 고사리는 어려보이는 놈들도 전부 뻣뻣함을 가문의 자랑으로 삼는 종류라 그런지 전부 너무 뻣뻣하더라구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