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월요일
.매일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가 그 날따라 맛이 없다면, 불길한 예감을 가져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커피 첫 모금을 막 목으로 넘기면서 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회사 앞 길 건너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 커피(나라는 인간은 사실 반스타벅스…)를 지난 몇 주간 꾸준히 마셔왔는데, 다른 때와는 달리 오늘은 정말 맛이 별로였다. 그래서 약간 조마조마했다, 뭔가 또 일이 터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오늘은 월요일치고 평안했다. 금요일 오전만 마치고 현장엘 나가면서 또 오늘 이렇게 나가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라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 일도 없었던 느낌이었고 일도 생각보다 한가한 느낌이어서 나는 두 프로젝트를 시간마다 지루하지 않게 끼워 넣어가면서 일을 했다. 역시 회사원은 돈값하고 있다는 느낌이 스스로 들때 가장 행복한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노예같은 느낌이 나서 약간 슬퍼지긴 하지만.
…커피가 맛이 없는 대신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섰는데 바람이 시원했다. 누가 여름 아틀란타 아니랄까봐 바람엔 습기가 잔뜩이었지만 그래도 뜨겁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랫만에 긴 산책을 나섰다, 40분 동안. 걷는 내내 음악은 한 귀로 들으면서 그냥 집에서 창문이나 활짝 열어놓고 앉아있었어도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지 벌써 일주일이 거의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사고 핑게를 대기도 뭐하고… 하여간 그랬다.
어째 요즘 들어 거의 의무적으로 해야만 할 것 같은 야근을 한 시간 하고서 퇴근했다. 그렇다, ‘의무적’ 이라는 단어를 썼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빈정거리는데 취미를 붙이는 것 같다. 나야 뭐 원래 빈정거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어왔으니까.
참, 그래서 끝을 본 것도 같다. 침묵의 끝 역시 침묵인 듯.
# by bluexmas | 2008/07/01 12:26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