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 하루 세 끼를 모두 회사 책상 앞에 앉아서 먹고 나면 꼭 이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꼭 그렇게 생각해야 하나, 내 자신이 너무 감상적이라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짜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렇게 산다고 해서 곧 죽을 것도 아니고 삶이 저조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 않을까. 그냥 그런 날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밥 못 먹을만큼 바쁜 것보다는 훨씬 낫지 뭐.
그러나 늦은 밤에 기껏 시간 들여 밥을 안쳐놓고는 반찬을 안 가져왔을때 느끼는 허탈함은 참으로 만만치 않다. 정말이지 점심에는 멍했다. 뭘로 밥을 먹지? 밖에 나가서 사먹을까 생각하니 정말 먹고 싶은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밥맛으로 밥을 먹었다. 그래도 밥은 잘 돼서 다행이더라. 지어 놓은지 이틀 정도 된 밥을 꺼내서 먹으려는데 반찬을 안 가져왔다면 기분이 정말 어땠을까.
정말 웃기다고 생각되는게, 꼭 뭔가 여행을 떠나는 계획을 짜 놓으면 그 직전에 너무너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그 여행 계획을 오래 전에 짜 놓았기 때문에 날짜에 가까워질 수록 생각이 더 많이 나고 기대가 커지는 것인지, 아니면 집을 며칠동안 비우게 되니까 얽힌 일들 및 회사 일들을 처리해 놓고 가느라 정신없고 지치다보니 그냥 어딘가 떠나서 이 생각을 안 하고 싶어지는 것인지 이제는 분간을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원인을 미리 만들어 놓아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그 원인에 맞춰 행동을 하다보니 평소와는 다른 패턴의 삶을 잠깐이나마 살게 되고 그로 인해 피곤함을 느껴서 아주 떠나고 싶어지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 두 번이나 같은 문장을 써서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게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이번 여행은 짧기도 짧기만 마음도 많이 비우고 가는 것이다. 이것저것 챙기기 귀찮아서 입을 옷 약간과 카메라, 비행기표만을 챙겼다. 언제나 생각을 많이 해서 여행 준비가 일이 되는 건 순전히 내 짜증나는 성격탓이다. 일주일도 넘게 면도기를 챙겨 가려면 부칠만큼 짐을 싸야 되나…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3박 4일 여행가는데 무슨 짐을 부쳐? 게다가 누굴 만날 일이 있어서 말끔히 면도를 해야될 필요도 별로 없는 여행이 될텐데. 그러니까 이게 바로 나라는 사람인 것이다. 꼭 보고 싶은 건물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냥 걷고 싶다는 마음만 열심히 챙겨서 가기로 했다. 음악을 들으며 그냥 걷는거다. 바람이 많이 불 것 같다. 그러나 그 바람은 언제나 답답하고 지저분한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뉴욕은 바람을 만나러 가기에는 좋은 동네가 아니다.
# by bluexmas | 2008/05/23 14:16 | Life | 트랙백 | 덧글(4)
맛있는 밥.. 저도 집에서 밥을 좀 해야되겠는데..
여기, 도시락 싸오는 분들이 많아서 동참해야 할 것 같은데 걱정이 앞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