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도 없는 노래
A piece of tough focaccia was the first breakfast of the year, in the hotel of the city of pain, and yeah, it began raining even before waking up, very nice. This is the last day of long, or seemingly long trip, feeling a lot longer that eleven days I’ve been through. I am just flat-out exhausted but I have to hang in there until putting my weary body to cross-continental plane late at night! There is no laid-back moment in the trip whatsoever to the very last second: I am so blessed to be damned. Anyway, I needed to hurry this time agiain, to see EMP before checking out: EMP, back to hotel, lunch, then checkout. Driving around this soggy city like nomad until boarding time, fant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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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첫 날, 저는 시애틀에 있었고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그 날은 서부 일주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듯 시내는 너무나 한적했고, 저는 울적하면서도 급한 마음으로 차를 몰고 목록의 마지막에 있는 건물을 찾아 다니고 있었죠. 어차피 비가 오니까 질 해도 없기는 했지만 비행기 시간도 그렇고 아예 깜깜해지면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오른손으로는 지도를, 왼손손으로는 운전을 하면서 헤매고 있었는데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있었어요. 누가 물어봐도 ‘그 노래는 이런이런 노래였어’ 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노래. 그래도 누군가 계속해서 기억해보라고 다그친다면 그제서야 더듬더듬 ‘약간 라틴 분위이가 나는데, 기본적으로는 기타 스트로크가 노래를 이끌고 약간 처량하고 공허한 느낌의 남자 목소리가 인상적이었…’ 정도의, 노래를 찾는데는 전혀 필요 없는 정보 또는 기억만 남긴 그런 노래… 누가 불렀는지, 제목은 뭔지 들어보려고 노래가 끝나갈 때쯤부터 오른손으로는 지도를, 왼손으로는 운전을 하면서 헤매는 한편 귀로는 라디오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노래가 끝나고도 아무런 말이 없더라구요, 허무하게.
그리고는 기억하지 못했던 노래를 일 년 하고도 3개월만인가, 어느 토요일에 들렀던 쇼핑몰의 옷가게에서 듣게 되었어요. 그때 저는 썩 내키지 않지만 반값에 세일하던 바지를 입어보고 있었죠. 거의 1절 정도를 아무런 반주없이 기타 스트로크와 남자의 목소리로만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언제라도 다시 기억할 수 있는 그 노래를 듣고는 바지를 안 입다시피한 채로 뛰쳐나가 지금 틀고 있는 노래가 뭐냐고 물어봤지만, 점원들도 모른다더군요. 판을 튼게 아니고 위성 라디오에서 나오는 거라서. 그래서 저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놓치고 말았죠, 그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는 노래를 기억의 영역 안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는데.
하여간, 그렇게 시내를 헤메일때는 주룩주룩 내리는 정도였던 비는, 제가 마지막으로 찾아야 했던 건물에 도착할 때쯤 부터는 꽤나 빗줄기가 센 녀석으로 바뀌었고, 그 뒤로 공항에 도착했던 저녁시간까지는 비와 그로 인한 안개로 인해 무아지경으로 운전을 하고 돌아다녔어요. 시애틀이라는 도시는 바다와 호수, 그리고 섬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려면 물 위에 놓인 다리를 타고 가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비가 오면 물안개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다리 위를 달리면 잘 안 보여서, 약간 과장을 보태 물 위를 떠가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음악을 워낙 좋아하는 저다보니 어딘가 여행을 떠나면 그 때 듣게 된 노래들을 매개체로 삼아 여행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서부여행에서 매개체가 되어야만 하는 노래는 안타깝게도 기억 속에 자리잡을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거죠. 이제는 많이 그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어딘가 매체에서 듣고 정보를 얻지 못해 다시 듣거나 가질 기회를 놓쳤던 노래들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손에, 아니면 기억에 넣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뭐 조급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이 노래는 아쉬워요. 기억에라도 남으면 누구에게라도 불러줄텐데, 혹시 작은 실마리라도 줄 수 있으면…
참, 그 시애틀에서 마지막으로 보러갔던 건물은 Steven Holl의 Chapel of St. Ignatius에요. University of Seattle 캠퍼스 안에 있는 작은 예배당이죠. University of Washington의 건축과를 졸업한 사람 가운데는 가장 많이 알려진 건축가인 홀은 저에게 Zaha Hadid와 더불어 건축물이라는 게 직접 보기 건까지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게 참 우습구나, 라는 아주 당연하지만 잘 깨닫기 못하는 교훈 비슷한 걸 알려준 사람 가운데 하나에요. 나의 취향이다 아니다, 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건물이 주는 느낌이라는게 있더라구요.
그리고 맨 위의 말도 안 되는 영어는 그 때 기록한 여행기에요.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행의 거의 모든 과정을 기록했는데, 손으로 한글을 쓰기가 너무 힘들어서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영어로나마 간신히 쓸 수 있었죠. 이젠 정말 자판으로만 글자를 입력하다보니 손글씨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더라구요. 그러나 더더욱 웃긴건 여행 내내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는거죠. 낮에는 돌아다니고 밤에는 어느 바 구석 같은데 앉아서 쓰고 그랬던 걸로 기억되네요. 시간나면 다 풀어서 다시 써야지, 라고 마음먹고는 있지만 그게 15개월째니까 글쎄, 정말로 하게 될까요?
하여간, 음악 많이 듣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억지로라도 기억을 짜내서 불러볼께요, 멜로디라도. 단, 꼭 답을 주신다는 약속을 하시고… 노래도 못 부르는데 기억에도 없는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 by bluexmas | 2008/04/16 12:05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