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입혀 지진 두부와 버섯케첩소스
혼자 밥 해먹고 사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밥 해먹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요일 저녁에 책상머리에 앉아 일주일치 식단을 짜고, 또 그에 맞춰 장을 보려고 해도 뭘 해 먹을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깊은 좌절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동네가 퇴근하다가 어디 들러 그때그때 장 본 재료로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또 만약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사설이 길었는데, 그런 상황을 점점 많이 접하기 시작해서 이젠 서울에 갈 때마다 한 두 권씩 들고 들어오는 요리책에 기대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 정말 밥 먹고 살기 힘듭니다. 먹고 살려고 돈 버는 것도 힘들고, 그 버는 돈으로 사서 해 먹기는 더 힘들고, 해봐야 혼자 먹는 건 더 힘들고…
불평이 자꾸 늘어나는데 입 닥치고 얘기하자면, 지난 주말에 해 봤던 반찬 가운데 하나인 ‘두부버섯케첩소스’는 웅진에서 나온 ‘오늘 밥 반찬’ 이라는 책에 실려 있는 레시피를 참고로 한 것입니다. 두부를 좋아해서 늘 냉장고에 모셔 두고 살지만, 찌개나 국에 넣거나 반찬이라고 만들어봐야 두부조림이거나 아주 가끔 마파두부를 만드는 정돈데 두부 조림은 두부를 지진 다음에 조려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손이 많이 가고 또 간 맞추기가 쉽지 않고, 마파두부는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만들기를 꺼리는 터라 뭔가 대체 메뉴가 필요했던 판국이었습니다. 사실 이 두부 반찬은 이름이 거창할 뿐, 뜯어보면 계란을 입혀 지진 두부에 버섯을 볶다가 물과 케첩을 넣고 조린 소스를 뿌린 것에 불과합니다. 재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온갖 거창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그냥 계란에 다진 파나 깨소금 정도만 넣어도 맛은 좋을 것 같습니다.
재료
두부 1모, 밀가루 3큰술, 올리브 기름, 버터, 소금
계란옷: 계란 2개, 우유 4큰술, 파슬리 2송이, 치즈가루 2큰술, 통깨 1큰술, 소금, 후춧가루
버섯소스: 양송이 버섯 4개, 다진 마늘 1작은술, 육수(또는 물) 1/2컵, 토마토케첩 3큰술, 칠리소스 2작은술, 간장 1작은술, 식용유,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두부를 1센치미터 폭으로 썰어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합니다. 두부 한 모에 열 두 조각이 나옵니다.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물기를 빼기 위해 살짝 눌러 놓는 것도 좋습니다.
2. 두부의 물기를 빼 줍니다.
3. 밀가루를 뭍힙니다. 저는 이런 경우 밀가루를 찹쌀가루로 대체합니다.
4. 계란옷 만들기: 계란옷을 위한 재료를 다 섞어줍니다.
5. 버섯소스: 양송이를 중간불에 마늘과 볶다가 나머지 재료를 넣고 조립니다. 저는 여기에 월계수잎을 넣어줬습니다. 칠리소스가 없어서 두반장을 넣었는데, 맛이 별로였습니다.
6. 두부에 계란옷을 입혀 지진 뒤, 5의 소스를 얹어줍니다. 저는 팬을 너무 뜨겁게 달궜더니 계란이 타는 불상사가 발생해서 불을 아주 약하게 줄이고 나머지를 익혔습니다. 그리고 버섯소스가 너무 묽을 경우, 중국음식을 만들때처럼 물녹말을 마지막에 섞어줘도 괜찮습니다.
저는 회사에 싸갈 도시락 반찬으로 만들어서 정작 막 만들었을 때는 맛을 제대로 안 봤는데, 금방 만들어서는 시원한 맥주 안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사실은 손이 많이 가는 편인데, 생각해보면 그냥 간장 찍어 먹는 것 말고는 두부 반찬에는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계신 분이 이 음식을 만들 경우, 케첩은 반드시 High Fructose Corn Syrup이 안 들어있는 걸 사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미친듯이 비싸지는 않은 유기농 케첩을 찾으시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 by bluexmas | 2008/03/27 13:08 | Tast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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