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번째 기념 포스팅 – 술 취한 토끼

뭐 사실 1,2,300번째 글이랍시고 기념 글 같은 것 써 본적이 없었지만, 갑자기 400번째에는 기념 글을 올려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어딘가에서 이 그림을 찾아서 겸사겸사 글을 올립니다.

이 그림은 날짜가 나와있기는 하지만, 재작년 언젠가 친하게 지내던 계약직 일러스트레이터 J와의 대화 가운데 그 사람이 저의 얘기를 듣고 그려준 그림이에요. 아마도 그 전날 보드카를 꽤 많이 마셨던 것 같은데, 그래서 아침에 얘기를 하면서 ‘와, 나 어제 보드카를 너무 많이 마셔서 오늘 죽을 것 같아’ 라고 그랬더니 바로 이 그림을 그려서 주더군요. 뭐 제가 토끼처럼 생긴 것은 아니지만 토끼띠라서,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어디에다가 두었는지 기억을 못하다가 그저께 우연히 찾게 되었죠. 액자에다가라도 넣어놓고 싶더라구요. 게다가 그 일러스트레이터는 말도 없이 회사를 그만 둬서 소식도 모르거든요.

네, 뭐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 400번째 글이네요. 다시 연지 아직 1년이 안 되었는데 그 때 글이 얼마 안 되었으니까 거의 매일 하루에 하나씩은 올린 것 같아요. 이름 옆에 트로피를 붙인다는 인기블로거는 인기를 먹고 살고, 저 같은 마이너 블로거는 매일 올리다시피 하는 글의 수자를 통한 자아도취를 먹고 산다고 하죠(이슬을 안 먹는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저는 좋아하는 음악도 마이너고 기타를 쳐도 맨날 마이너 스케일이나 건드리고 사는 나라에서도 마이너 취급에 회사에서도 마이너 겸 아웃사이더니까 그냥 이렇게 마이너 블로그의 길을 걸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딱 하나 좋은 점은, 무슨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어쩌구 하는 저작권 표시도 붙일 필요 없고, 어쩌구하면 덧글 지운다는 공지사항도 뭐도뭐도 내 걸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런거 안 해도 문제될 만한 일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500번째에는 뭔가 또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참, 그러고보니 오늘 밤에도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데 내일 토끼 그림을 그려줄 사람은 없네요. 사실은 조금 전에 들어왔는데 계속 야근해서 정신 못 차리다가 오늘 안경을 깨먹어서 좀 우울해요. 야근 수당도 없는데 이렇게 며칠 동안 야근하면 피곤해서 꼭 손해를 볼만한 사고가 생기죠. 예전에는 야근 계속하다가 공간감을 잃어버려서 운전하다가 버스를 들이받은 적도 있고, 밤 늦게 들어와서 쌓인 설겆이거리에 자신에 대한 분노가 폭발, 설겆이를 하다가 그릇을 깨친다거나(그러다 그 조각에 손을 베면 금상첨화!), 뭐 어제처럼 졸면서 운전하다 속도 위반으로 경찰에게 붙잡힌다거나(그러나 울면서 ‘여덟시 반부터 열 두시까지 일해서 너무 피곤해요’ 라고 제 생애 최고의 억울+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애걸해서 딱지는 면했어요. 그러나 그 이후에 진짜 정규 속도로 운전하다가 많고 많은 심야 운전수들의 가운뎃손가락맛을 보고야 말았죠. 너무 느리게 가서…)…

하여간 마이너 블로거와 부킹을 원하시는 분은 이글루스 정문에서 3번 웨이터 bluexmas를 찾아주세요. 보드카로 대접해드릴테니.

 by bluexmas | 2008/01/30 15:48 | Lif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at 2008/01/30 15: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tarla at 2008/01/30 16:45 

아, 그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공수해주신 매끈한 안경을!

뭐랄까, 이럴 땐 새해 전에(음력으론 아직 2007년이니까요) 액땜 릴레이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같은 토끼띠로서) 새해엔 다 괜찮을 거라고요!

마이너 스케일만 건드리시는 마이너 블로거이실진 몰라도 제 rss reader에선 메이저시라능. ^^

 Commented by conpanna at 2008/01/30 17:49 

우하하, 축하드려요.

전 초마이너블로거주제에 띠엄띠엄 글쓰기 전략을 근4년간 지루하게 펼쳤더니, 이제서야 200개 남짓한 포스팅이 붙어있거든요. 역시 블로거계에 귀감이 될만한 bluexmas님의 부지런한 포스팅 습관을 본받도록 해야겠어요!

와방 큰 축하를 전해드려요~ 크크크

 Commented by catail at 2008/01/30 19:06 

와 400번쨰글이라니 축하드려요-

히히, 저 역시 다산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hotcha at 2008/01/30 22:13 

이슬보다는 보드카가 낫죠.^^

저 역시 문 연지 이제 7개월쯤 된 거 같은데

아직 400개 포스팅은 먼 길 이네요.

참 부지런하세요.^^

 Commented at 2008/01/31 01: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turtle at 2008/01/31 09:41 

400번째 글 축하합니다!

저는 축적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길에서 면도칼에 손을 깊게 베는 바람에 피를 철철 흘리며 약국을 찾아 비를 맞아 헤메던 기억이 있습니다. -_-; 근데 상황이 그쯤 되니까 오히려 태평해지더라고요. 분노고 짜증이고 터뜨릴 어이조차 상실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안경 너무 아깝네요. 꼭 잘 고쳐졌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8/02/02 23:31 

오, 400번째글~ 축하드려요~ ^^

전 신문기사 긁어온 것을 빼면 과연 몇개나 포스팅이 있을런지..-.- 신문기사 긁어오는 걸 거의 중단한 지금은 정말 포스팅이 뜸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2/04 12:56 

비공개 1님: 20만 힛이라니 놀랍습니다. 저는 아직 5만도 멀었어요. 준비해 놓은 카드조차도 쓰지 못하고 있답니다.

starla님: 그거까지 아신다니, 답글을 남기기 이전에도 저를 스토킹 하셨군요! 히히… 요즘 포스팅이 뜸하시던데, 좋은 일이 있으신걸까요?^^ 봄도 멀지 않았는데…

conpanna님: 블로거계에 귀감이라뇨. 뭐 마이너 블로그 주제에 가당치도 않아요…^^

catail님: 고양이들 새끼 낳았나요?^^

hotcha님: 그렇지만 이슬이를 좋아하는 올드스쿨이 많아서 저는 좀… 예전에 만두 포스팅 끝내주던데 답글을 못 남겼어요-_-;;;

비공개 2님: 사실은 400일 넘게 싯업했음에도 전혀 진전이 없는 사람이 여기 이ㅆ어요-_-;;;

turtle님: 듣는 제가 다 마음이 아프려고 해요. 그런 단계까지 이르면 뭐랄까 아예 감각이 없어지죠. 안경은 고국으로 치료여행을 떠났답니다.

intermezzos님: 그렇지만 intermezzo님 블로그 신문 기사는 좋은 내용이 참 많잖아요^^ 좋은 일도 많이 하시구요.

 Commented at 2008/02/08 00:54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