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의 짧은 봄

이제는 모두가 헤어져야 할 시간, 그러니까 노래를 불러야죠. 다 같이 둥글게 둥글게 모여 앉아서, 원하시면 박수를 쳐도 좋구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이제는…

잠깐, 누군가 둥글게 모여 앉아 있는 저 끝 어딘가에서 손을 들었네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아니, 산타 클로스가 없다는 건 초등학교 5학년때 선물 포장지의 글씨체가 엄마의 그것과 같다는 걸 확인하고 알아차렸으면서, 그 나이를 먹도록 언젠가는 ‘다음’ 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이 따위 노래나 부르고 앉아 있다니 당신. 아직도 철이 안 든거 아니에요?”

“…….”

*    *    *    *    *

며칠전에 저녁을 먹고서 어머니와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데, 그러시더군요. 내년에 벌써 육십이시라고… 우리가 언제나 이별의 순간에 저 노래를 부르면서 다음과 또 그 다음을 기약하는 동안에도 그 ‘다음’ 의 초는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다는 걸, 제가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단지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너무나 아프게 받아들일 것만 같으니까 짐짓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것 뿐이죠. 지금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고 받아들인다고 해서 더 달라질 건 없는데, 그렇게 열심히 받아들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저는 이번에도 그냥 모른척, 저 노래만 열심히 부르면서 돌아가려 해요. 그러니까 정말 아무에게도 제가 그것 때문에 슬퍼하면서 산다는 낌새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거라구요.

지난 2주 조금 넘는 시간은, 정말이지 저에게는 이 추운 겨울 속의 짧은 봄과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길거리로 나오니 잎들도 파랗고 꽃들도 너무 아름다워서 오랜동안 난 뭘 하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하여 걸었던 거리, 들었던 음악,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서 만든 또 한 장의 그림을 소중히 품에 안고 제 자리로 돌아갑니다. 2층 서재, 언제나 이런 기억의 그림들을 걸어놓는 벽에 걸어 놓고 그곳에서의 삶이 지루해질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면서 마음을 달래곤 하겠죠. 그리고 또 ‘다음’엔 어떤 기억들을 묶어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 올 수 있을지 기대도 할 것 같구요. 적어도 그 ‘다음’ 이 아주 닳아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는 짐짓 모른 척, 즐거운 마음만 가진 채.

그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가서 또 업데이트 열심히 할께요, 언제나처럼.

 by bluexmas | 2007/12/30 19:24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at 2007/12/30 23: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홍와인 at 2007/12/31 03:05  

안녕하세요. 홍와인입니다. ^^ 기억하시죠?

잘 도착하셨는지 인사차 들렸습니다.

타지생활에 몸상하지 않게 건강하시고, 다음에 다시 뵐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Commented by 소냐 at 2007/12/31 11:0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turtle at 2007/12/31 15:04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chan at 2008/01/01 14:46 

좋은 꿈 꾸셨나요?

모든일에 행운이 깃드시길!

해피뉴열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1/02 11:36 

비공개님: 감사합니다. 비공개님도 즐거운 성탄과 새해 보내고 계셨죠?

홍와인님: 사실은 ‘사람 이름이 와인이라니’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_-;;; 그 때 뵈었던 세 분 가운데 누구신지 모르겠는데 가게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쿨한 척 하는 와인바는 개인적으로 싫어하거든요), 다음에 가면 또 들를께요. 무슨 컬트 와인이라도 한 병 사가지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냐님: 소냐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turtle님: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chan님: 술 먹고 완전히 뻗어서 꿈은 못 꾼 것 같아요. chan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