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봄을 닮은 금요일
월, 비교적 남쪽에 자리잡은 이 도시에도 겨울이 찾아오면 저는 다음해 봄까지 이 큰 집에서 뼛속까지 춥고 외로운 겨울을 보내곤 하죠. 집장사들이 지은 집 치고는 천장이 높아서 그런지, 웬만큼 난방을 오래 틀지 않는한 집은 쉽게 따뜻해지지도 않는데다가 제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집에 잘 머무르지 않으니 집에는 항상 온기가 없다시피 하죠. 그래서 집에 있을때마다 난방을 틀면 온도계의 수자는 올라갈지언정 공기가 따뜻해지는 느낌은 잘 안 들기 마련이에요. 올 초에 부모님이 잠깐 들렀다 가셨는데, 늘 집에 계셔서 난방을 틀어놨더니 그때는 집이 좀 사람사는 공간 같아지더라구요(그리고 $150정도를 한 달 난방비로 냈죠-_-;;;). 그러나 저 혼자 이렇게 사는 한은 어림도 없죠. 저도 뭐 별로 그걸 바라지도 않구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얼마동안 낮에는 굉장히 따뜻해서 마치 봄이 다시 돌아온 듯한 느낌도 들던데요… 지난 주 일요일에는 어찌어찌해서 회사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봤는데, 학교와 회사생활 합쳐서 6년도 넘게 그 어귀를 왔다갔다하고도 공원이 그렇게 크고 좋은 줄 몰라서 어설픈 죄책감마저 느꼈어요. 이 도시에 계속 살게 된다면 이 집을 사고 2년이 지나는 시점이 되는 내년 가을에는 집을 팔고 다시 시내로 이사와야 되겠다…라는 생각도 했구요. 언제나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제대로 걷지 못하니 늘 답답하더라구요.
한바탕 바쁜 일이 지나고 난 요즘은 사실 그렇게 일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뭐 어떤 사람은 일 없으면 편하고 좋지 않냐고들 하지만, 그건 그런 사람들 사정이고 저는 하루 8시간을 채울만큼 충분한 일거리가 없으면 제가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회사 일이라는 건 역시 중간이 없는 것 같아요. 바쁘면 바쁜대로 스트레스, 한가하면 또 한가한대로… 거기에 회사는 또 연말 분위기로 일찌감찌 접어들어서 각종 자선경매에 행사에 번잡스럽기만 한데 저는 그냥 조용히 행사장에 들러서 맥주를 서너병씩 들고 나와 집의 냉장고에 쟁여놓고 있지만 그게 열 병이 다 되도록 손을 못 대고 있네요.
참, 요즘은 야구도 없고 텔레비젼도 재미없어서 본격적으로 책 읽기에 빠져들고 있어요. 책 읽기에 빠지면 좋은게 언제나 읽어도 읽어도 읽고 싶은 책이 끊임없이 생각난다는거죠. 그래서 빨리 추수감사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칠면조는 너무 버거우니까 닭이나 한 마리 구워 먹고, 남은 뼈로는 육수 만들고,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소파에 누워서 책이나 읽으려구요.
# by bluexmas | 2007/11/10 14:29 | Life | 트랙백 | 덧글(6)
비공개 덧글입니다.
이번 땡스기빙에 저도 닭 구워야 할 듯 한데 좋은 레시피 있으면 나눠 주세요~
소냐님: 집이 너무 커서 난방을 해도 늘 썰렁해요T_T Roast Chicken은 화씨 425도에서 한 시간이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Thyme이나 좋아하시는 허브랑 버터를 섞어서 닭 껍데기에 바르시구요. 과하다 싶게 많은 소금, 그리고 후추를 뿌리신 다음에 구우시면 될거에요. 뱃속에는 레몬이나 라임 등을 넣으시구요. 다른 레시피 있나 저도 찾아볼께요. 그리고 웬만하면 Free Range Chicken을 쓰세요. 별로 안 비싼데 맛은 훨씬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