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resso Disaster

어제 아침, 집 앞 공원 상가에 새로 생긴 커피샵에 들렀습니다. 에스프레소라도 좀 마셔볼까 생각했죠. 그 에스프레소 덕분에 겪은 재난의 3단계:

1. 계산대 앞에서 서서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죠.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영수증을 내밀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서명하려다 다시 한 번 영수증을 들여다보니 $3이 넘더라구요. 가격표에 에스프레소가 $1.85니까 세금을 포함해도 $2가 안 넘을텐데…이상해서 물어봤죠. 그랬더니 한참이나 가격표며 영수증을 들여다보더니 자기가 잘못 찍었다고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두 잔 가져가던지 케잌을 가져가라더라구요. 저는 막 아침을 먹고 나와서 케잌도 필요없고 더블샷을 두 잔 마실 수도 없으니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계산해달랬더니 너무나도 난감한 표정을…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이 상급자였는지 주문을 고쳐줬는데 이 학생이 미친듯이 미안해하더라구요. 자기가 처음 실수하는거라고… 사실 저도 이 학생이 주문 고쳐줄 생각은 안 하고 자꾸 다른 걸 준다고 해서 짜증이 나려던 참인데 계속 미안하다고 하니까 제가 더 미안해지더라구요. 그렇게 주문을 고치면 고쳐준 애가 건물 뒤로 끌고 가서 때리는지… 하여간 그래서 괜찮다고 누구나 실수는 하는거라고 제가 무마를 했죠. 결국 무료 커피 쿠폰을 한 장 주더라구요.

2. 그 학생이 뽑은 에스프레소 컵을 들고 나오는데, 더블샷이라고 해도 컵이 너무 무거워서 이건 대체 뭘까… 했더니 이건 에스프레소와 커피의 완전 중간단계로서 에스프레소라고 하기엔 너무 밍밍하고 그냥 커피라고 하기엔 또 너무 쓴, 에스프레소와 커피 사이의 박쥐같은 녀석이더군요(그래도 또 꼴에 크레마는 있던데요?-_-;;;). 완전 자판기 블랙커피 맛인걸 보니 일하는 애들이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뽑을 줄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죠. 이런 에스프레소가 두 번째 였으니까…그래도 카페인이 필요했으니 마셔줘야지, 라고 생각하고 일단 차를 몰고 상가를 빠져 나가면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데…

3. 어째 입보다 바지가 먼저 따뜻해져서, 보니까 그 학생이 컵을 주면서 뚜껑을 제대로 안 닫았더라구요. 그래서 그나마 밍밍한 에스프레소는 저보다 제 모자티와 청바지가 더 많이 먹었다는 슬픈 에스프레소 재난의 3단계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다네요. 커피샵에 정중하게 편지를 써서 ‘너희 에스프레소가 정말 맛 없던데 직원 교육 좀 잘 시켜야겠구나’ 라고 얘기해줘야 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주문 잘못 받은 얘기며 뚜껑 잘 안 닫은 얘기는 안 하는게 어린 학생의 직업적 안녕에 문제를 불러 일으키지 않겠지만…

 by bluexmas | 2007/10/22 00:07 | Lif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카렌 at 2007/10/22 00:55 

너무

뻔뻔한데요 -ㅅ-? 왠 케익 이놈의 양키녀석들이!!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10/22 01:31 

어, 정말 뻔뻔하네요. -.- 저도 초보 캐쉬어가 한번 그런 적이 있는데 그래도 2잔을 가져가던지 케익을 가져가라는 말은 (당연히) 안하고 상급자가 와서 고쳐주고는 사과하면서 무료쿠폰을 주던데…

한국에서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주문 잘못받는 경우를 보지 못했는데 미국에서는 어찌나 실수가 많은지..그래도 “내가 주문한거 이거 아니거든?” 하면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만들어줘서 좋긴(?)해요 ^^:; (주로 non fat Latter를 시키는데 가끔 whole milk로 만들어주더라구요. 그래서 컵 받을때 반드시 확인한답니다)

한국에서 마케팅수업시간에 스타벅스에서 몇달 일한 애가 발표하면서 얼마나 빡세게(;;) 트레이닝시키는지 이야기했었는데 미국 스타벅스 애들은 완전..커피 만드는 애들마다 맛이 다 달라서 같은 지점에서 라떼를 사도 어떤 때는 거의 에스프레소, 어떤 때는 거의 우유에 커피 한방울…-_-;; 전혀 감독이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한 예로, 한국에 스타벅스 처음 들어와서 막 확장할때 마케팅 수업마다 스타벅스 (미국)사례 다루면서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 중 하나가 로고의 노출인데 컵뚜껑을 닫는 방향이 정해져있어서 컵을 들고 마실때 컵에 새겨진 로고가 바깥쪽을 향하게 한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스타벅스를 마시는 이를 보면 늘 “아, 저 사람 스타벅스 마시는구나”하고 알 수 있게 한다.”라고 배웠는데, 미국에 와서 보니 전혀….-_-;;

그 커피점에 편지쓰세요…

 Commented by 소냐 at 2007/10/22 02:48 

저와 제친구는 나름 플레젠트한 스타벅스 경험.. 주문한 커피 칵테일에 들어가는 시럽이 다 떨어졌다고 다른 걸로 주문하겠냐고 하더니 무료 쿠폰을 주더군요. 주문한 것을 서비스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인쇄되어 있는…

커피 시켰을 때 기대 이하의 것이 나올 때 기분이란 참…

 Commented at 2007/10/22 0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asic at 2007/10/22 03:27 

헉. 그래도 편지까지는;;; 그 학생이 고학생일 수도 있잖아요. ㅠㅠ; 밤새고 공부하느라 트레이닝때 졸았다던가. (뭐래;;;) 물론 내 돈 내고 마시는데 맛없게 나오면 기분이 팍 상하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2 13:27 

카렌님: 뻔뻔한 태도로 그런건 아니었는데 문제 해결을 안 해주려고 해서 좀 짜증이 났었죠.

intermezzo님: 곧 그럴 생각이에요. 실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맛 없는 커피는 용서 못합니다요…

소냐님: 그러나 스타벅스 커피는 참 너무 맛이 없지 않나요? 커피 콩이 저질이라고 소문났던데… 기대 이하의 커피는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배신과 좌절을 느끼게 하죠.

비공개님: ^^;;;;

basic님: 커피를 위해서지 그 학생에게 더 부담을 주려고 하는 건 아니랍니다.

 Commented by Amelie at 2007/10/22 14:55 

intermezzo님 댓글 보니 정말 한국은 관리를 잘 하는가보군요;

저는 벅스 좋아하는데 (플레인 치즈랑 바닐라 라떼요!)

가끔 맛이간 아메리카노를 먹게 되면.. 속상해하면서 다 마셔요 ㅎㅎ

몇일 전에 카리부커피에 갔는데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랬어요!

bluexmas님이 계신 곳에도 카리부커피가 있지 않나용?

 Commented at 2007/10/24 05: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4 13:29 

Amelie님: 미국이 원래 좀 허술한 구석이 많답니다… 저는 사실 우리나라 있을때 스타벅스 케잌이 너무 맛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좀 나아졌나요? 그리고 카리부커피가 우리나라에도 있는 줄 몰랐어요. 저희 동네에도 몇 군데 있는데 가본 기억이 거의 없네요. 한 두번?

비공개님: 원래 사는 것과 관광하는 건 정말 하늘과 땅 차이죠. 뉴욕 좋아하는 아낙네들이 뉴욕에 살게 되면 어떨지…

 Commented by 샤인 at 2007/11/05 21:49 

아고.. 정말 커피보다 더 뜨겁게 끓으셨겠어요 ㅎㅎ

전 한국에선 완전 컴플레인잘하는 스타일이였는데

미국와서는 하도 여기애들이 음식점에서 불평하면 ‘they could do something to your food’ 라고 강조를 해대선 컴플레인을 잘 안하게되는거같아요.

양상치가 크런치하고 버거도 반으로 컷해주던 한국 fast food 음식점들과

너무 비교되는 ‘싼음식시키면서 말이많다 그냥먹어!’ 식의 이곳 fast food 음식점.

cell phone이건 각종 전자기기건 각종 관공서건 customer service 한번받으려면

한두번은 on hold foreverrrrrr 로 부글부글 끓어야하는건 각오해야한다는거..

이런거 생각하면 참 미국은 제가 생각했던거와 많이 다르다는.

가끔은 맘놓고 컴플레인할수있고 customber service도 빠릇빠릇한건

한국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