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to Yuma(2007)-명우(名優)의 아우라로 중무장한 아리조나 카우보이

제가 영화를 보았던 기억에 좀 더 보충해서 줄거리를 소개하려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제가 옮기는 것보다 그냥 링크를 소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원작소설, 1957년 판, 그리고 제가 지지난주 토요일에 보았던 2007년 판의 줄거리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강조하듯이 저는 영화에 대한 지식도 전무하다시피하고(이제 너무 들어서 지겨우실 듯…), 제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갭도 있고 해서 영화를 보면서도 정말 어느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가를 감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이 과연 이런 느낌이구나, 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아먹게 되었으니, 그것은 아마도 배우의 아우라 덕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뭐 이 아우라가 제가 알고 있는 가 아우라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그래야 개망신은 면하지 않겠습니까…-_-;;;)친절한 네이버를 찾아보면 발터 벤야민도 언급하고 계시기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아우라, 배우의 아우라라는 것은 결국(그리고 시시하게도), 영화 속에서의 존재감일테며, 그 존재감은 아마도 영화의 여백을 메꿔주는 힘이 될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XY좌표 종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영상과 소리로 재현한 영화라는 매체에서 그 여백이라는 것은 배우의 표정과 표정 사이, 대사와 대사 사이, 몸짓과 몸짓 사이에서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여백에서조차 두 배우 Russel Crowed와 Christian Bale의 존재감은 저와 같은 무식한 청중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만듭니다. 그렇게 두 배우가 빚어내는 존재감의 상충으로 팽팽한 영화의 대기는 을씨년스럽고 황량한 아리조나의 벌판과 산골짜기를 가득 메꾸는데, 거기에 심심해하지 말라고 양념격으로 군데군데 끼워 넣은 크고 작은 긴장감의 입자들이 앞에서 언급한 영화의 대기에 맞먹어보겠다고 깝죽거리다 사그러들곤 합니다. 결국 그렇게 고조된 긴장감은 영화 막판에 이르러 ‘비교적’ 예상치 못했던 결말을 통과하며 삽시간에 재로 화하고, 그 과정 내내 몰입되어 있던 저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도 한참을 넋을 잃고 있다가 가지고 들어간 생수 반 병을 벌컥벌컥 들이키고서야 긴 한숨을 내쉬며 극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써 놓고 보니 무슨 우리나라 무형문화재가 살풀이굿하면서 작두위에서 춤 춘 것이라도 구경하고 쓴 듯한 분위기가 되었는데, 제 두서없는 글 속에서의 요지인 즉슨 ‘와, 저 두 배우 정말 연기 잘 하는구나!’ 라는 것이니 우리나라에 개봉하면 주저말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뭐 두 배우들 모두 워낙 인기가 많아서 다들 보러 가실 듯…

쓰다보니 이렇게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어서 위에 끼워넣지 못한 몇 가지를 덧붙이자면,

1. 극중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다리를 잃은 사연이 이래저래 소개되는데 아침에 잠이 덜 깨서 제대로 알아먹지를 못했습니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메사추세츠 주에서 공직(deputy어쩌구, 라고 언급되는데 대체…-_-;;;)에 몸담다가 다리를 잃고 그 보상금으로 목장을 차린 분위기였습니다. 자막을 참조하시면 될 듯.

2. 두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지만, 크리스찬 베일의 큰 아들 윌리엄으로 출연한 Logan Lerman의 연기도 그와 맞먹게 인상적이었습니다.

3. 날강도 Ben Wade(Russell Crowe 분)의 오른팔 Charlie Prince로 나온 배우가 너무 낯익어서 누군가 했더니 X-men 3편에서 Angel로 출연한 Ben Foster였습니다. 삐딱하고 비열한 연기가 정말…

4. 이렇게 두 잘 나가는 배우가 출연하면서도 제가 느끼기로 이 영화의 상영 전 광고는 미약했습니다. 사실 저도 아무 생각없이 있다가 배우들을 보고선 보러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으니까요. 참고로 제가 이 영화전에 보았던 유일한 서부냄새나는 영화는 Back to the Future III였습니다. 그러므로 저에게 이 영화와 다른 서부 영화의 비교는 절대 불가한 것이겠죠.

5.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아 결말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Imdb Plot Synopsis의’영화 결말이 말도 안된다’ 라는 의견에는 그다지 찬성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뭐 등장인물 가운데 누가 가면이라도 벗고 ‘사실은 나 외계인이거든’ 이라고 충격고백하고 비행접시라도 내려온다면야 말도 안되겠지만…사실 저는 영화 속에서의 감정 흐름으로 보아 그렇게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은 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무척 놀라기는 했죠.

 

 by bluexmas | 2007/09/27 13:56 | Movi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카렌 at 2007/09/27 15:17 

헤에 작두표현 너무 귀여워요.

 Commented by 소냐 at 2007/09/28 00:12 

안그래도 며칠 전 크리스천 베일 나오는 <Prestige> 봤어요.. 휴잭맨도 연기 잘 하지만 크리스천 베일은 정말 특별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영국 출신이라서 그런 건지 헐리우드스럽지 않은 오리지널러티가 있달까.. 그의 출연작들도 작품의 개성이 뚜렷한 것들이었구요 (제 생각엔 심지어 <배트맨 리턴즈>까지도..). 어렸을 때 주연한 <태양의 제국>부터 뭔가 심상치 않더라니..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전 그의 팬이 되어 버렸죠. ㅋ

여튼.. 저도 곧 보러가야 겠슴다.. 이 영화.. 기대가 되네요.

 Commented by 소냐 at 2007/09/28 00:13 

참.. 배우의 아우라, 존재감에 대해서.. 정말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크리스천 베일,, 정말 말없이 서 있을 때 더 그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배우인듯 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9/28 16:08 

카렌님: 그 치열한 작두타기가 귀엽다니요-_-;;;;

소냐님: Prestige는 개봉당시에 극장에서 보았는데(고백하건데 스칼렛 양 때문에 보았답니다-_-;;; 그러나 그녀도 하체비만의 조짐이 보여서 이젠 별로…),베일 형님이 쌍동이였다는 걸 아는 순간에 충격이었죠. 스팅과 늙을 수록 더 멋져지는 보위 형님도 출연하시고,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생각해보면 베일 형님은 얼굴 골격에 적당히 그늘진 부분이 있어서 뭐랄까 아우라가 그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무슨 소릴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