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자작 송편과 함께 하는 홀로 추석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송편은 추석때가 아니라 기억이 잘 안 나는 어느 여름 할머니댁에 내려가서 할머니와 같이 만들어 먹었던 녀석들 같아요. 원래 떡이며 한과, 식혜류를 다 잘 만드시는 할머니셨는데, 제가 송편 해먹자고 졸라서 전혀 때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쌀가루를 빻아다가 송편을 만들어 주셨죠. 저도 옆에 앉아서 로켓트 모양을 비롯한 온갖 변태 송편들을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다른 나라에 살다보니 휴일도 아니고 해서 우리 명절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지나간 적이 거의 없었는데, 추석이라길래 그냥 넘어가면 섭섭할 것 같아서 되도 않는 송편을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뭐 사먹어도 그만인데 외국에서 떡집만큼 맛이 실망스러운 음식을 파는 곳이 또 없죠… 게다가 어릴때 할머니께서 해 주셨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먹기 싫더라구요. 그냥 주말도 끼고 해서 파는 쌀가루를 사다가 익반죽하고 구색도 맞춘답시고 콩, 밤, 깨소를 조금씩 만들어서 넣었습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사실 너무 못생겼는데 솔직히 예쁘게 빚기가 힘들더라구요. 그 원인은 분명 귀찮아서 아주 부드러워질때까지 반죽을 안 한 나머지 거의 부스러지다시피 한 반죽으로 억지로 빚어서겠지만… 사실 주변에 소나무도 없어서 이걸 송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쑥도 없어서 시금치라도 다져 쓸까 생각하다가 풀 비린내가 장난 아닐 것 같아서 말았더니 무슨 못난이 만두 같은 애들이 태어났네요-_-;;;

이렇게 못생긴 녀석들을 정말 올려도 될까, 한참 고민하다가 눈 딱 감고 올립니다.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았거든요. 우리나라에 계신 분들은 맛난거 많이 드실테니 그렇다 쳐도 저처럼 외국에 계셔서 송편 한 팩도 사 드시기 망설여지는 분들에게 눈요기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못생겼다고 구박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T_T

 by bluexmas | 2007/09/25 13:40 | Taste | 트랙백 | 덧글(19)

 Commented by 死요나 at 2007/09/25 13:44 

와아~ 너무 이쁜걸요? ㅎㅎ

 Commented at 2007/09/25 13: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09/25 13:57 

잘먹겠습니다~

 Commented by Eiren at 2007/09/25 14:13 

bluexmas님의 미의 기준이 꽤 높은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깔끔하고 단정하기만 한 걸요. 게다가 맛있으셨다면서요! 저도 나름 추석이라고 쌀가루를 푸드 프로세서로 제작-_-해서 송편을 만들었는데 제 건 왜 그리 맛이 없던지..;;; 냉동실에서 백년쯤은 자고 있는 라즈베리로 색까지 넣었건만..흑흑.

 Commented by 笑兒 at 2007/09/25 14:24 

직접 만든 송편 몇 조각 얻었어요! lol

정말; 송편맛이 이랬었구나~라면서 먹은거 있죠;;ㅅ;;

(바람떡, 꿀떡, 온갖 찰떡, 설기류,맛은 기억이 나는데..;; )

달보고 소원비는거 잊지 마세요! 😀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09/25 14:24 

존경합니다…………………………………….

 Commented at 2007/09/25 14: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j at 2007/09/25 16:19  

어머, 저보다 더 예쁘게 빚으셨어요!

 Commented by 카렌 at 2007/09/25 18:34 

눈이 너무 높으세요^-^ 넘 이쁜걸요.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7/09/25 18:37 

넘 예쁜데요. 저희는 이번 추석 때 만두송편(…) 만들어먹었는데요 ^^;;

너무 이쁘고 소담스러워요.

 Commented by 쏘리 at 2007/09/25 18:56 

이쁘기만한데요 뭘~~에그~!! ㅎㅎㅎ

 Commented by 아이 at 2007/09/25 20:10 

잘 먹겠습니다;ㅂ; 올 처음 보는 송편입니다.. 예뻐요 반지르르..

 Commented by 잔야 at 2007/09/25 22:37 

송편이 나란히~ 귀여워요! 외국떡집 진짜 실망스러울때가 많죠… 재료 자체의 단맛보다는 그냥 설탕을 마구 넣은 듯한 단맛이 나는 경우도 흔하고.

 Commented by D-cat at 2007/09/25 22:50 

ㅎㅎ저보다 나아요~ 전…..[먼산]

 Commented by 소냐 at 2007/09/26 01:37 

와 이쁜데요~~ 저두 재작년인가 친구부부랑 송편을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올해는 그럴 여유도 없고 해서 그냥 패스.. 명절때 음식하는게 힘들긴 해도 여튼 것두 사람사는 맛인데 말이죠.. 추석 아주 잘 보내신 듯해요~

 Commented by 보리 at 2007/09/26 04:37  

어렸을 때, 뒷산에서 직접 소나무잎 따서 송편 만들던 기억나요. 그때의 솔향은 정말 좋았는데 말이죠. (왠지 아침에 일어나 아궁이에 불때고 소먹일 꼴 한바구니 베어온 후 시냇물에 세수하는 때 이야기 같군요. -_-) 송편 예쁘기만 한데요 몰. 익었는지 살펴보려고 살짝 찍어본 젓가락 자국도 보이는듯하고…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9/26 13:03 

死요나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애들이 참기름 화장발을 잘 먹어서 그래요. 또 약간 얼짱각도인 것도…^^

비공개 1님: 사실은 오랜 객지생활끝에 요즘 정신이 좀 오락가락해서 돈까쓰를 해먹어야 되는게 아닌가 잠시 헛갈렸다니까요. 그래서 고향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니 송편이었음이… 어째 돈까쓰 생각을 하니 좀 느끼하더라구요.

blackout님: 맛있게 드셨다면 뭐 저는 그저 기쁠 따름이지요~^^

Eiren: 아니에요. 애들 정말 별로 예쁜데…산딸기로 색을 넣은 송편이라니 궁금하네요^^

笑兒님: 캐나다 떡집들은 어떤지 몰라도 이 동네 떡집들은 너무 별로에요. 김치는 정말… 달보고 소원은, 내년에는 송편 조금 더 예쁘게 만들게 해달라고 빌어야 되는걸까요?-_-;;;

intermezzo님: 저를 존경하신다뇨… 그 무슨 황송한 말씀을-_-;;; 저는 intermezzo님 그 해박한 음악지식을 존경하지만서도…

비공개 2님: 아, 과찬이세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오실거요? 요즘 제가 바빠서 업데이트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할께요~

j님: 좀 헛갈리는데, 제 송편이 j님께서 빚으신 송편보다 예쁘다는 말씀이시죠? 아니면 제 송편이 j님보다 더 예쁘다는?-_-;;;

카렌님: 카렌님마저 과찬으로 저를 몸둘바 모르게 만드시는…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시죠?^^

빈틈씨님: 쟤들도 사실은 만두에요. 다 사진발인데…

쏘리님: (……-_-;;;)

소냐님: 친구’부부’ 아, 왜 제 가슴이 다 미어질까요, 흐흑.그냥 저것만 해 먹었어요. 고향집에서는 토란국해먹었다고 그러던데 저도 이번 주말에 끓여먹을까 해요.

보리님: 저는 꼴 베고 난 다음에 닭 모이도 줬었답니다-_-;;; 보이는 구멍들은 반죽이 너무 말라서 조각들이 떨어진 것으로 사료되네요.

 Commented by Claire at 2009/09/26 23:27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

개인적으로 떡을 무척 좋아하는터라..

올해에도 송편 잔뜩 먹을 것 같아요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28 14:06

어머니한테 ‘송편 내가 빚을까?’ 했더니 그냥 사서 쓰신다네요-_-;;; 하긴 좀 귀찮죠, 일일이 빚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