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lato di Fichi (무화과 젤라토)
다들 아시겠지만, 젤라토는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으로 계란을 쓰지 않고, 보통 아이스크림보다 적은 공기 함유량으로 조직의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제는 좀 오래된 푸드 네트워크의 프로그램 Tyler’s Ultimate(지금과는 형식이 다른 옛날 프로그램입니다. 타일러 플로렌스가 맛의 원조를 찾아 각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레피시를 배운 다음 미국에 돌아와서 다시 만들어 보는…)에서 무화과로 젤라토를 만드는 편을 보고는, 무화과철이 다가오면 한 번쯤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말린 무화과는 사시사철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생 무화과의 철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요즘이 무화과의 제철입니다. 꽃이 피지 않고 생기는 과일이라 무화과라고 불리는 이 과일은 사실 껍질 안쪽에 그 꽃의 생식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고(사실 인터넷에서 이 내용에 대한 근거를 찾아봐야 하지만 귀찮으므로 그냥 주워들은대로, 아니, 어릴때 과학상식책에서 읽고 기억하는대로 쓰겠습니다…), 과육은 조직과 단맛이 모두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단, 특유의 풋내가 가끔 거슬리는데, 젤라토를 만들때는 껍질을 모두 벗기고 썼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이스크림 종류를 만드는 레시피는 거의 비슷한데, 이 레시피는 언젠가 LA Times에 소개되었다고 알려지는 것으로, 특이하게도 Mascarpone 치즈(이탈리아식 크림치즈라고 할 수 있는데, 티라미수의 핵심재료입니다)를 쓰라고 나와 있지만, 저는 그냥 우유로 대체했습니다. 레시피는 미국식으로 무화과 1파운드가 기준입니다.
재료
무화과 1 파운드
설탕 1/2 컵
꿀 2 큰술
오렌지맛 술 1 큰술
마스카포네 치즈 1/3 컵
우유 1 1/2 컵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냄비에 무화과와 설탕을 넣고 중간 세기의 불에 끓여줍니다. 이때 국자로 무화과를 잘게 으깨줍니다. 만약 과육이 씹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믹서로 갈아주면 됩니다(저는 믹서가 없어서 끓이면서 열심히 국자로 으깨야만 했습니다).
2. 1의 결과물이 잼을 만들때 처럼 걸쭉한 상태가 되었을 때, 우유와 꿀을 넣고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끓여줍니다.
3. 불을 끈 후 오렌지맛 술을 넣고 저어줍니다.
4. 완전히 식힌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냉장고에 넣어 하루밤 숙성시킵니다.
5.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고 돌린 후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서 넣어 얼려줍니다.
사실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은 아이스크림을 먹기 좋은 상태로 보관하기에 적합한 온도가 아니어서, 만들어진 젤라토가 시중에서 파는 그것과 느낌이 비슷한지 확인해보려면 상온에 꺼내 놓고 기다려야만 합니다. 만들어진 젤라토의 맛은, 무화과라는 과일의 부드러운 단맛이 꿀과 잘 어우러져서 지금까지 만들어 본 아이스크림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먹을만한 것이었습니다. 단, 가정용 아이스크림 제조기의 한계를 생각해볼 때, 이 젤라토의 질감이 시중에서 파는 젤라토와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나저나, 요즘은 정말 사진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군요.
# by bluexmas | 2007/09/10 10:18 | Tast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