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urne Ultimatum (2007) – 화룡점정의 건조한 생동감
지난 두 편의 전작들에서 그야말로 ‘기억 찾아 삼만리’의 방랑기를 처절하게 써대던 미국 CIA 특수요원 Jason Bourne, 기억의 실마리들을 쫓아 세계 각지를 헤맨 끝에 마지막으로 도달하게 된 곳은 바로 그 모든 것이 시작된 뉴욕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Live Free Or Die Hard’에 관한 글을 쓰면서, ‘액션 영화(물론 일반적으로 ‘영화’ 라고 해도 되겠지만)란 액션의 씨실과 줄거리의 날실이 맞물려 짜여진 옷감과 같다. 보통의 액션 영화는 액션의 씨실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옷감의 조직이 엉성하기 마련인데, 좋은 액션 영화는 줄거리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이기 때문에 보통의 액션 영화보다 훨씬 촘촘한 옷감처럼 짜여지게 마련이다’ 라는 비유를 생각했다가 급하게 글을 쓰느라 써먹는 걸 까먹었는데, Bourne Ultimatum을 보고 나서 그 비유를 아껴두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네 번째 Die Hard가 훌륭한 액션영화였다는 제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화가 전형적인, 그리고 미국냄새 물씬 풍기는 액션영화였다면, 이 Bourne Ultimatum은 스스로를 그런 전형적인 액션영화와 거리를 두게금 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스타일을 영화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는 제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를 가장 압도하는 느낌은 건조함이었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 약간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전체의 감정은 무척이나 건조합니다. 마치 감독이 시나리오의 맨 첫 머리에 ‘어느 누구도 8.5/10 이상의 감정을 보이지 말것’이라고 못박아 두기라도 한 것처럼, Bourne을 비롯한 등장인물 어느 누구도 극단적인 슬픔, 기쁨, 공포, 초조함 등의 감정을 흘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아우라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다 보니, 일단 이 영화에서는 그 흔하디 흔한, 액션영화에서 늘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과도한 드라마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고, 그러다보니 영화가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도 그 과도한 드라마에 끌려다녔다는 씁쓸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설명이 좀 엉성한 것 같은데, 대부분의 미국 액션영화들은 감정 과잉인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감정의 건조함은 영화의 시각적인 면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영화 전체가 버석거림으로 넘쳐난다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지난 두 번째 편에서도 손으로 쥐고 찍는 카메라로 그 정신없는 자동차 추격장면을 찍었던 Paul Greengrass감독은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액션 장면을 모로코의 좁은 주택가를 배경으로 선사하는데, 언제나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철저하게 드는 다른 액션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가 선사하는 건조한 생동감의 그것들은 관중으로 하여금 ‘영화’ 가 아닌, 실제로 같은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끔 만듭니다. 그렇게 생동감 있는 액션의 씨실에 두뇌싸움의 디테일이 넘쳐나는 아기자기한 줄거리의 날실은, 지금까지 보았던 액션 영화 가운데 이 영화가 가장 촘촘하게 짜여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금 만듭니다.
역시나 영화를 재미있게 보면 볼 수록 생각이 많아져서 두서 있는 글을 못 쓰는 경향이 있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두서가 없어도 언제나 재미있게 본 영화에 대한 글의 결론은 간단하고 또 명료합니다. ‘재미있으니 꼭 보러가시라’ 라는 것이죠. 3부작의 화룡점정을 위한 마지막 편으로는 최고였습니다.
# by bluexmas | 2007/08/06 09:23 | Movie | 트랙백 | 덧글(6)
하여간 영화 재미있었죠?
사실 저는 영화에 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고, 여기에서는 줄 서서 볼 일이 없어서 본답니다^^ 정말 좋아하는 문화매체는 음악과 책이죠. 저야 뭐 제 블로그에 들르셔서 즐겨주시면 기쁠 따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