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고추짜장면
일이나 쉬는데 쇼핑과 외식을 안하면 왠지 안 될 것 같아서 아주 오랜만에 번화가로 향했습니다. 아틀란타에는 Downtown도 Midtown도 있지만, 쇼핑의 중심지는 Buckhead라는 동네거든요. 요즘 계속 개발붐이라 차가 엄청 막혀서 잘 안 가는데, 다들 휴가 갔을테니 차도 안 막힐 것 같아서 점심을 먹고 터덜터덜 집을 나섰습니다. 계획은 간만에 쇼핑을 좀 하고 저녁을 아주 가끔 가는, 스시집에서 먹는 것이었습니다. 쇼핑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알고보니 여름 세일 직전이더군요. 그래서 완전 대박 터졌는데 물건은 세일 전까지 못 가져간다고 해서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포스팅을 올리기로 하죠.
하여간, 제가 오늘 저녁을 먹은 Taka라는 일식집은 저의 짧은 지식으로 아틀란타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믿어지는 제대로 된 식당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에서 거의 대부분의 생선을 가져온다는 얘기겠죠. 재작년까진가 미친 주방장으로 유명한 Soto라는 식당도 있었는데, 여기는 주방장이 조금만 맘에 안들면 일본에서 가져온 생선도 버리는 사람으로 너무 잘 알려졌었는데 스시를 시키면 보통 한 시간이 걸리곤 했었죠, 그 미친 주방장이 혼자서 모든 스시 주문을 맡곤 했으니까요. 그러다가 결국 문을 닫아서 이제는 가고 싶지도 않지만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도 없는 전설의 식당이라고나 할까요… 하여간 제가 워낙 날 것은 잘 안 먹는 사람인데 예전에 빼도박도 못하는 자리에 갔다가 ‘거의 산 것’ 이라는 플라스틱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던 적도 있어서, 이 동네에서 진짜 생선을 먹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언제나 마음에 새기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6개월 전 서부 여행에서 6개월치를 먹고 왔는데, 슬슬 한 번쯤 질러주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다가 오늘에서야 행동에 옮기게 된 것입니다. 사실 뭐 스시는 그렇게 싼 음식이 아닌지라 자주 먹지 않게 되는데, 제 블로그를 들러 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외식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가끔 이런 경우, 아니면 여행을 갔을 때에나 돈을 쓰게 됩니다. 대신 회사 앞 푸드코트에서 $5씩 주고 정크푸드를 먹는 경우는 죽어도 없는 것이죠. 돈 아까우니까요.
정말 간만에 미친 쇼핑을 마치고 여섯시 반쯤 식당에 들러서 바에 앉았습니다. 저는 뭐 생선이나 일식에 대한 기본 지식도 별로 없고 그저 먹어야 되는 순서나 좋아하는 생선 몇 가지만 아는 문외한인데, 오늘은 뭐라도 아는 것처럼 오늘은 뭐가 좋냐, 어떤 생선부터 시작해야 되냐…고 물어봤더니 주방장양반 하시는 말씀이, 어제가 노는 날이어서 생선이 일본에서 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선이 열가지도 안 된다고… 그리고 그나마도 아주 신선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겠죠(알고보니 화요일, 수요일 이틀을 놀았다고 하니 생선이…-_-;;;). 그래서 일어날까,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차피 자주 오지도 않는데 먹고 가기로 마음을 먹고, 연어를 뺀 나머지를 하나씩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봐야 문어빼고, 장어빼고, 이거저거 빼고 나니 생선이 몇 종류 없었고, 정말 그 가운데에서도 좀 아니다 싶은 것도 있었습니다. 단새우는 이미 참수대행을 마친 후 머리를 잃어버린채로 냉장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게 보여서, 머리튀김 먹겠냐고 물어보지도 않았구요. 거기에 고등어도, 성게알도 모두모두 없는 초라한 밥상… 거기에 밥은 약간 딱딱하다고 느껴져서 많이 먹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평소의 반만 먹고 나섰는데, Sauvignon Blanc 한 잔 먹은 것까지 해서 꽤나 만만치 않은 가격이…1년만에 갔는데 오늘만 생선이 별로라 그랬는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실 또 한가지 실망스러웠던 점은, 그냥 튜브에 있는 와사비를 쓰는 것을 보았던 것인데 이건 정말 제가 문외한이라 다른 곳도 그런지 모르겠더군요. 혹시 스시 자주 드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원래 다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집들은 다 갈아서 만들어 쓰는 것인지…
거기에 덧붙여, 나간 김에 케잌도 한 번 사먹어 보자고, 일본사람이 한다고 믿어지는(안 가본지 너무 오래라 아직도 그런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제과점에 가서 케잌도 사왔습니다. 그 집에서 늘 사먹던 Strawberry Shortcake하고, 앞으로 치즈케잌 만들때 참고로 삼아볼까 해서 Cheese Souffee Cake,그리고 식탐이 발동해서 Petit Four 다섯 쪽까지… Petit Four는 운전하면서 다 먹어 치우고, Strawberry Shortcake은 더운 날씨에 완전히 메이크업이 녹아내리다시피 해서 사진촬영 불가모드, 해서 Cheese Souffee Cake 사진만 올립니다. 어차피 뭐 대부분 만들어 먹으니 잘 안 사먹는데다가, 미국 케잌들은 폭력적으로 달아서 불합격, 그리고 우리나라 제과점 것들은 참 너무 미안하지만 너무 아니라서 불합격… 정말 이런 동네에서 적당히 만들어만 놓으면 돈 벌만큼 팔리니까 대충대충 만드는 한국음식이며 빵 같은 것들, 너무 싫습니다. 언젠가는 녹차 티라미스라고 샀는데 해동이 덜 된 것이…-_-;;
하여간, 간만에 먹어서 예전에 먹었던 것과 비교는 좀 어려운데, 일단 대부분의 케잌들이 생각보다 더 달아서 이제 미국사람들 입맛에 맞춰주는 것인지 좀 궁금했고, Cheese Souffee Cake은 수플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촉촉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아서 약간의 의문이… 그러고 보니 오늘은 돈 잔뜩 써서 비싼 음식 먹고 불평만 늘어놓고 있네요. 사실은 늘 즐겨먹던 베트남 국수를 금요일에 먹고 너무 맛 없어서 또 먹겠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너무 외식을 안 해서 입맛이 더 이상 외식에 적응을 못하는 것일까요? 나간김에 아예 장도 봐가지고 왔는데 쉬는김에 짜장면이나 해 먹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성공하면 이제 짜장면 먹으러 일부러 중국집에 찾아갈 필요도 없어지겠죠.
# by bluexmas | 2007/07/06 14:45 | Taste | 트랙백 | 덧글(8)
핑크님: 치약짜듯 와사비 짜는 거 보고 사실 실망했어요. 당연히 맛에 차이가 나겠죠 뭐…저 사진에서 왼쪽의 두 조개와 낙지는 너무 질겼고, 새우는 머리가 이미 날라갔고, 장어는 너무 짰어요-_-;;; 불만족이 활화산처럼 터진 저녁이었다니까요.
설령, 정식 일식 스시집,이라 하더라도, 날생선을 못쓴다고 들었습니다.
애초에, 좋은 quality의 스시, 내지는 사시미,는 포기하였습니다.
…정말 바닷가 옆동네로 이사가든지 해야겠어요 ㅠ_ㅠ
직접 갈을 만큼, 신선한 와사비가.. 북미대륙에 얼마나 공급 될 수 있을까요?
음..저 아는 곳은 가루 와사비 개어서 내시는 것 같아요..
(가도 스시 시키는 적은 없어서 -_-; )
달아도, 맛있는 케잌은 어디 좀 없을까요..@.@
전 수플레만 해보고 뉴욕치즈케익은 아직 미지의 분야……ㅎㅎㅎ
Eiren님: 조만간 미국에 만연하는 미친 튀김음식의 열풍에 대한 글을 한 번 써 보죠 뭐^^
샤인님: 저는 폴라 딘도 이제 지겨워서…그 아줌마 동맥경화로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사악한 생각이 막 들어요 요즘은-_-;;;
intermezzo님: 그렇지 않아도 요즘 냉장고에 크림치즈가 있어서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던데… 다음 주 주말쯤 시간 나면 한 번 만들어서 레시피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