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rony of Life: The Morning Freshened by Nightmare

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어제도 오늘같고 내일도 분명히 오늘같을 거라는 기분만 드는 그런 지루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 노래를 듣고는 거의 눈물을 흘릴뻔 했죠. 특히나 ‘But these stories don’t mean anything when you’ve got no one to tell them to’ 라는 가사를 곱씹어보니 서러운 제 팔자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농담입니다. 돈도 벌고 밥도 안 굶고 사는데 뭐 서럽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렇게 서러운 기분이 든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던듯.

Brandi Carlile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순전히 충동구매였습니다. 이제는 미국에서조차 완전히 망한 타워레코드가 건재할 때, 종종 들러서는 질릴때까지 잡지를 읽고 또 다시 질릴때 까지 씨디를 뒤적거리다가 가격이 싸거나 자켓이 마음에 드는 녀석들을 집어오곤 했는데, Brandi Carlile의 데뷔 앨범도 그 가운데 하나였죠. 단지 사진이 예쁘다(=그녀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사실은 가격도 쌌을거에요 $9.99?)… 대체 어떤 음악을 하는지도 몰랐으니 돌아보면 한심한 짓거리였는데, 그래도 꽤 건진 씨디들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OK GO의 데뷔 앨범 같은 것들. 하여간 전신 사진을 자켓에 보란듯이 찍어놨으니 댄스가수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옷을 너무 많이 입어서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하여간 가게를 나서자 마자 차에서 씨디를 틀어보니 의외로 멀쩡한 아메리칸 락이더라구요, 그냥 무시하기에는 컨트리와 포크 냄새가 좀 많이 나는. 의외로 노래들이 괜찮아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시애틀 출신인데 팔세토 때문에 뭐 제프 버클리도 언급되는 등, 그래도 싹수있는 뮤지션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더라구요. 말했던 것처럼 전체적으로 듣기 무난한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인 Tragedy는 이후에 Grey’s Anatomy에 삽입되어서 노래와 앨범이 더 알려지는데 공헌을 했다고…

하여간 그렇게 슬슬 인정받기 시작한데다가 열심히 돌아다닌 투어가 좋은 호응을 얻어서, 1집의 재녹음 버젼도 발매하고 2집을 Counting Crows(Mr. Jones, Round Here)등의 프로듀서로 알려진 T-Bone Burnett과 손잡고 내게 되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이 앨범은 뭐랄까, 뮤지션이 성장하는게 이런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씨디를 돌리자마자 들 정도로 곡, 연주, 가사, 녹음…등등에서 꽉찬 느낌을 들려줍니다. 저의 취향이 아주 이쪽은 아니어서 요즘은 아주 열심히 듣지는 않지만 첫 곡 Late Morning Lullaby부터 여섯번째 곡 Have You Ever까지의 흐름은 정말 중간에서 끊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강한 흡인력을 발산합니다(이렇게 쓰고 나면 왠지 옛날에 그렇게 싫어하던 소위 ‘팝 칼럼니스트’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참 마음에 안 들어요).

뭐 그렇게 몇몇 곡들이 좋아서 공연도 보러 갔었는데(기억하기로 4월), 노래들이 좀 지루한 감도 있어서 중간중간 지루했지만 The Story같은 곡들을 직접 듣는 기분은 참 좋더라구요. 제가 찍은 동영상을 올리면 참 좋겠는데, 일단 250메가라서 안 될 것 같아요. 찍느라고 고생했건만…

그냥 1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Tragedy도 올립니다. 라이브치고 참 녹음상태가 휼륭하네요.

 by bluexmas | 2007/06/13 12:12 | Music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6/15 02:23 

그냥 amiee mann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올려놓으신 음악 들으니 아니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15 10:36 

제가 Amiee Mann을 아주 열심히 듣지는 않아서 뭐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Brandi Carlile이 보다 더 격정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Commented by jych at 2007/06/27 06:43  

아아.. 드디어 한국말로 된 brandi carlile에 관한 글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는군요!! ㅠㅠ 처음에는 쪼끔 넘 컨트리풍이다 싶어서 듣기가 쫌 그랬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게 되네요. 목소리도 진짜 좋고.. 몇주전에 공연 보러 갔다가 정말 완전히 넘어가버렸습니다. 마이크없이 what can i say 부르는데.. 심장이 멎는거 같더라니까요 훗;; 매번 콘서트마다 끝나고 그 많은 팬들과도 일일히 만나주는 엄청난 팬서비스까지.. 정말 오랜만에 보는 너무나도 맘에 드는 아가씨네요. 그냥 지나가다가 너무너무 반가워서 글 한번 남겨봅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27 11:48 

쓴지 좀 된 글인데 덧글을 달아주셨네요. 저는 브랜디 칼라일 들은지 꽤 됐는데, 뭐 모든 아티스트가 자신의 예술적 진심을 담는다지만 이 친구는 특히 뭐랄까 진심을 노래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요. 어디 사시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4월인가 공연을 봤어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되는 유망주라고나 할까요… 음악 관련 글은 더 많이 올리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올리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종종 들러주세요^^

 Commented by 흐엉 at 2007/07/16 07:23  

저도 곧 HOB로 미니콘서트? 보러갈 예정이라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16 12:30 

어디 HOB인가요? 여러군데 HOB에서 공연하던데요.

 Commented by jych at 2007/08/04 09:15  

호 흐엉님 어디 지역이세요?^^ 저도 HOB 공연 보러 갈껀데~~~

bluexmas님도 이번 9월부터 시작하는 tour 보러 가시나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04 14:08 

요즘 바빠서 확인을 못했었는데, 아틀란타에는 9월 25일에 또 오네요. 이때쯤이면 공연 보기 좋은 날씬데… jych님은 엘에이, 샌디에고, 시카고, 클리블랜드 가운데 어디 계시는지요?

 Commented by jych at 2007/08/05 14:45  

엘에이입니다 🙂 두번이나 공연해서 너무 좋아요 🙂

두번 다 갈 수 있는 체력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표는 샀네요.

스탠딩은 너무 힘들어서 -_- 끝나고 나면 거의 초죽음상태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06 10:06 

그러시군요. 지난 겨울에 LA 갔다 왔는데… 혹시 Brett Dennen은 안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해서 최근에 공연도 보고 왔어요. 언제나 공연은 스탠딩이 최고죠^^

그나저나 블로그 같은 거 없으세요?

 Commented by jych at 2007/08/06 16:43  

스탠딩이 좋기는 한데 저같이 키가 작은 사람은 아주 일찍 가서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는 점이 쫌 불편하기는 해요. 얼마전 Vanessa Carlton 공연을 다녀왔는데 앞에 있던 키가 큰 총각 덕분에 거의 소리만 듣고 왔었죠 ㅠ.ㅠ 물론 일찍 가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월급쟁이 주제에 공연 보러 간다고 매번 조퇴를 할 순 없잖습니까 -_-; Brett Dennen은 이름만 들어보고 한번 MySpace에 가본 것이 다였는데.. 다시 한번 찾아서 들어봐야겠네요 ^^ 얼굴이 굉장히 어리게 생겼던데 그닥 어린 나이는 아니더군요;;

저는 블로그는 없구요..(떠돌이 ㅠ.ㅠ) 싸이나 마이스페이스도 뭐 그냥 어카운트만 있는 수준이구요. 나의 관한 무언가를 공개된 space에 share한다는 것이 그리 편하지는 않아서요. 거기다 초절정귀차니스트인 관계로 지속적으로 뭔가를 쓰고 올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ㅡㅡ;; 그냥 자주 놀러와서 댓글이나 달아도 괜찮겠죠?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07 12:03 

그런 마음 아픈 사연이 있으셨군요^^ 하긴 저도 5′-9″(175cm인가요?) 정도 되는데, 가끔은 앞에 가서 보기 버거울때가 있어요. Vanessa Carlton은 2002년 이후에 앨범이 나오기는 했나요? 저도 좋아했는데 요즘은 소식을 못 들었어요.

제 블로그는 언제나 문 열려 있고, 거의 언제나 업데이트 하니까 언제라도 놀러오세요^^ 사실은 음악에 대한 글을 가장 쓰고 싶은데, 오래 걸려서 잘 못 쓰거든요.

참, 저도 월급쟁이랍니다…하하.

 Commented by jych at 2007/08/08 03:19  

Vanessa Carlton은 2004년에 Harmonium 냈었는데.. 아마 쫄딱-_- 망했던거 같아요. 저는 좋아했는데.. 쫌 controversy도 있었던 거 같고.. 드디어 올10월에 몇년만에 레이블도 바꾸고 새 앨범 낸답니다. 이번에 들어보니 노래들 좋더라구요. 1시간여동안 너무 행복해하며 노래를 부르는게 얼마나 예뻐보이던지. 그나저나 계속 친절하게 답글 달아주신 덕분에 brandi양과는 별 상관없는 댓글들이 계속 달리네요 ㅡ.,ㅡ;; 음악 관련 글 시간 되실때 종종 써주세염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08 13:55 

그랬군요. 바네사 칼튼은 미셸 브랜치랑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더 여자같았던가요? 하여간… 저는 언제나 답글에 100% A/S 주의라서요. 음악 관련 글도 쓰고 싶은데 언제나 시간이… 노력은 해 볼테니 종종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