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 먼지가 될 때 까지
사실 다음 주에 손님 대접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어서, 이번 토요일 저녁에는 조용하게 피자나 한 판 시켜서 배 터지도록 먹다가 쓰러져 잠들 생각이었는데, 목요일에 예정에 없던 야근을 하면서 피자를 먹은데다가 그냥 뭔가 만들어보고 싶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도해 본 것이 해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던 Scallop과 언제나 실패만 했던 Yeast Bread 가운데 하나인 Focaccia였습니다.
Pan Seared Scallop
사실 이건 뭘 해먹는다고 하기도 뭐 한 것이, 스캘럽(조개 관자: 이게 단지 관자면 대체 조개는 얼마나 크다는… 사람을 삼킬만큼?)은 기름을 두른 Medium-High 불에 한 면당 2분 정도만 구워주면 끝입니다. 이것만 먹기는 좀 밋밋하고 느끼하니까 Watercress와 Asparagus를 지난 주에 만들어놨던 Balsamic Vinaigrette으로 버무려 바닥에 깔아줬습니다. 그리고 올린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Balsamic Vinaigrette은 Emeril Lagasse의 레시피를 슬쩍 훔쳐온 것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1/4 cup balsamic vinegar
1 teaspoon Dijon mustard (저는 원래 Ketchup, Mustard를 안 먹어서 생락했습니다)
1 teaspoon sugar
1/2 teaspoon salt
Freshly ground black pepper
1 clove garlic, peeled and smashed on a cutting board with the side of a knife, or more to taste
1/2 cup extra-virgin olive oil
Basil Seasalt Focaccia
이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걸맞게 포카치아는 이탈리아 Quick Bread의 일종인데, Pizza Dough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책(Baking Illustrated)에서는 같은 장(章)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Dough
1 Medium Baking Potato (삶아서 으깬 감자 1컵 반 분량)
1 1/2 Teaspoon Instant Yeast (이건 Fast-Rising Yeast 1봉지로 대체)
3 1/2 Cup All-Purpose Flour (저는 1 1/2 Cup Whole Wheat + 2 Cup All-Purpose로 대체했습니다)
1 Cup Warm Water (화씨 110도 = 섭씨 43도, 따뜻하지만 뜨겁지는 않은 정도)
2 Tablespoon Extra Virgin Olive Oil
1 1/4 Teaspoon Salt
Topping
Olive Oil
Seasalt
Rosemary or Basil
책에서의 레시피는 다른 곳에서의 것보다 조금 독특하게 물 반 컵과 밀가루 반 컵, 그리고 이스트를 먼저 섞어 Sourdough에서 필요한 것과 같은 스타터를 만들어줍니다. 재료를 섞어 랩을 씌워 따뜻한 곳에 20분 정도 둡니다. 그 사이에 나머지 재료를 준비해서 다 같이 섞어 믹서로 돌려줍니다.
또한 이 레시피의 특징은 삶아 으깬 감자를 섞는다는 점인데, 책에서 설명하기를 감자의 전분이 반죽의 물기를 보존해서 더 부드럽고 촉촉한 빵을 만들어 주고 또한 감자의 당분이 이스트와의 발효에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단맛을 첨가해준다고… 뭐 그런 것도 같습니다. 하여간 나머지 재료를 다 섞어서 믹서를 중간 빠르기로 5분 정도 돌려주면 아주 끈적끈적한 반죽이 만들어지는데, 이걸 다른 빵들 발효시키듯이 그릇에 담아 랩을 씌워 따뜻한 곳에서 45분-1시간 정도 쉬게 합니다. 보통 저는 여름이면 이 반죽을 차에 넣어 놓는데, 그럼 효과 만점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밥통에 물을 담아서 하신다던데, 차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시험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시간쯤 지나 두 배로 불어난 반죽을 두들겨 공기를 빼주고, 가로 15″, 세로 10″의 베이킹 팬에 담아 팬 크기에 맞춰 늘려줍니다. 그리고 다시 차에 넣어 15-20분간 쉬게 내버려둡니다. 그동안 오븐을 화씨 425도 (섭씨 218도)로 예열해줍니다. Focaccia에는 정말 내키는대로 아무 토핑이나 얹어줘도 되기 때문에 보통 올리브나 말린 토마토, 각종 허브, 치즈 등등을 쓰는데, 이번에는 간단하게 늘 있는 Basil이랑 바다소금을 얹어줬습니다. 이 때 먼저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 준 뒤, 올리브 기름을 발라주고 토핑을 얹습니다. 예열된 오븐에 25분을 구우면 완성됩니다.
오늘의 음주는 연초에 부모님이 오셨을 때 사뒀다가 안 먹었던 Riesling입니다. 신맛, 단맛이 모두 적당해서 제가 화이트 와인 중에서는 가장 잘 먹는 품종인데 부모님 드리려고 비교적(그래봐야 $15? 그래도 플라스틱 아닌 진짜 코르크였습니다) 비싼 걸 사왔기 때문에 맛은 괜찮았습니다. 그냥 부모님 계셨을때 따서 먹었어야 되는건데 극구 안 드시겠다고 해서… 안타깝습니다.
하여간 상차림은 이런 자태로… 어차피 관자야 뭐 말한 것처럼 음식 만든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고, 포카치아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는데, 정말 처음으로 먹을만한 Yeast Bread가 된 것 같습니다. 폭식해주고 남은 건 월요일에 회사로 가져가 굶주린 영혼들에게 바칠 계획입니다.
# by bluexmas | 2007/06/10 12:42 | Taste | 트랙백 | 덧글(9)
비공개 덧글입니다.
사실 난 며칠 전 샤토생미쉘과 독일의 닥터 루센이 합작해서 만든
에로이카 리슬링을 샀다는…ㅎㅎ…같이 마시면 좋을텐데 말야…
콘도야: 이름만 프랑스지 워싱턴주 샤토 생 미셸인데 이런 것도 쳐주냐? 난 매주 와인 마실때마다 너 생각 난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에 가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한 다섯 병 정도 리스트 좀 짜봐라. 그때까지 모아 놓을테니까.
보리님: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럭저럭 어울리는 저녁 식단이 되었더라구요. 그동안 너무 비너그렛을 성의 없게 만들어서 레시피 보고 만들려고 찾아본거죠.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초와 기름의 비율인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리슬링은 다른 백포도주들에 비해 단맛이 적고 드라이해서 좋아하거든요. 다른 리슬링들보다 더 단맛이 많은지는 많이 마셔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잔야님: 아무래도 해저세계 어딘가에 괴물조개가 있는 것 같죠? 사람 먹고 스캘럽만 만드는…
basic님: 정말 제가 요리를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먹어야 사는데 누군가 해주는 걸 못 믿는 경우가 많아서 해먹다 보니 그렇게 된걸지도 모르죠.
카렌님: 제가 뭐 직접 창조해내는 레시피도 아닌 걸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