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의 4일 연휴 (1)- Beef Quesadilla & Margarita

지난 2,3주간 바빠서 사람답게 음식을 챙겨 먹지 못했더니 급기야 체중이 줄어드는 개인체중관리사상 초유의 기적과 같은 사태가 발생, 3일 연휴에 휴가까지 내서 4일을 쉬는 동안 폭식을 하기로 마음먹고 대대적인 장보기에 나섰습니다. 아래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미친 목록까지 작성해서 토요일 오후 반나절을 온통 장보기에 할애했습니다.

토요일 저녁으로 생각했던 메뉴는 밖에서 잘 사먹는 Quesadilla(설마 아직도 ‘퀘사딜라’ 라고 말하는 종업원이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지는 않겠죠? 손님이 ‘퀘사디야’ 랑 ‘파히타’ 주세요, 해도 ‘퀘사딜라’랑 ‘파지타’ 말씀하시는거죠? 라고 친절하게 교정해주는…)였는데 반주로 Margarita를 곁들여 보기로 했습니다.

재료

Quesadilla

육류 또는 생선

Tortilla

Mexican Cheese(저는 그냥 피자 만들때 사다 놓았던 Mozzarella로 대체했습니다)

양파

팥 통조림

Sour Cream

Guacamole(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라임주스)

소금

후추

Margarita

Tequila

Orange Liquor (Cointreau or Triple Sec)

Fresh Lime Juice

밖에서 사먹을 때는 언제나 닭고기 퀘사디야를 찾는데, 이번에는 쇠고기를 넣기로 했습니다. 굳이 비싼 부위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 수퍼마켓에서 세일하는 걸 사다가 굽기 몇 시간 전에 포크로 찔러서 먹다 남은 포도주 따위에 재워둡니다. 이번에는 라임을 많이 사와서 라임즙에 재워두었구요. 저녁 먹을 때가 되면 냉장고에서 꺼내 구워서 가로, 세로 1cm정도로 썰어둡니다. 거기에 채썬 양파를 숨이 죽을 정도로 볶아둡니다.

재료가 다 준비되면 또띠야를 팬에 올린 뒤 치즈와 준비된 재료를 얹어서 치즈가 녹을 정도로 구워줍니다. 다 익었다 싶으면 반을 접어서 내린뒤 4등분 정도를 해서 먹습니다. 보통 Sour Cream과 Salsa를 곁들여 먹는데, Salsa를 만들기 귀찮아서 대신 Guacamole를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한데, 잘 익은 아보카도와 약간의 양파, 토마토를 섞어서 아보카도를 으깨면서 같이 버무려주면 됩니다. 먹기 전에 소금간을 합니다.

Margarita는 여러 종류의 배합비가 있는데, 하여간 기본은 Tequila와 오렌지맛 Liquor, 라임즙을 섞는 것입니다. 원래 계획은 Cointreau를 사서 쓰는 것이었는데, 너무 비싸서 (몰랐는데 750ml짜리가 $33로 웬만한 중급 위스키 정도의 못된 가격이…보통 제가 먹는 ‘프리미엄’ 보드카의 두 배 가격이더라구요) 싸구려 Triple Sec으로 대체했습니다. 1/3 가격이더군요. 그리고 테킬라를 사기 싫어서 있는 보드카로 대체했습니다.  칵테일 셰이커가 없어서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통에 얼음과 술을 넣고 섞어서 언젠가 보드카를 샀을때 받은 있어 보이는 마티니 잔에 담았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해서 먹었는데 일단 퀘사디야는 중용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하고 너무 많은 재료를 넣어서 일단 퀘사디야의 배가 터질 정도였고, 또 그걸 다 먹은 제 배도 터질뻔 했습니다. 게다가 재료들이 짤 것 같아서 간을 안 했더니 약간 싱거워서 전체적으로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제가 만들어도 맛 없으면 가차 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댑니다…). 마가리타는 술병에 나오는 배합비를 따랐는데, 밖에서 먹던 것보다 열 배는 세서 첫 잔을 만들어 먹고 거의 만취 상태에서 퀘사디야를 만들어야만 했습니다(올린 사진이 흐릿한 이유가 바로…). 보통 밖에서 파는 마가리타는 슬러쉬형태인 경우가 허다한데, 대부분 설탕을 미친듯이 넣은 어른용 샤베트라서, 집에서 레시피대로 만들어 먹으면 뭔가 심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배터지도록 먹고 후식으로는 아침에 공원에서 선 장에 가서 산 무농약 딸기를 먹었습니다. 보통 딸기들이 거의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한 미식축구 선수들 같은데 얘들은 그거에 비하면 완전 초등학교 3학년 크기였습니다. 이 딸기를 먹고도 모자라서 007을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지쳐 쓰러져 소파에서 잠들었습니다.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내일 회사갈 걱정이 없는 토요일 저녁에 배터지기 전까지 먹고 아이스크림을 배터질때까지 내지는 지쳐 쓰러질때까지 먹다가 잠드는… 저는 죽을때도 아이스크림을 사다 달라고 그래서 퍼먹다가 떠날 생각입니다.

폭식의 4일 연휴 연재는 먹다가 제가 배터져 죽지 않는 한 계속됩니다.

 by bluexmas | 2007/05/28 12:13 | Tast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at 2007/05/28 12: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asic at 2007/05/28 12:46 

행운을 빌어요- 저는 7월에 이사가기 전에 짐을 줄이기 위해 있는 것을 다 먹어치울 예정이랍니다. 하하;;;; (다 먹어버리겠다! 모드입니…)

 Commented by 잔야 at 2007/05/28 13:00 

푸하하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한 미식축구 선수들<< 엄청 동감해요 ㄱ- 한입에 쏘옥 들어가던게 딸기였는데… 요즘엔 세입정도 베어물어야 하는 딸기가 많이 나와요 ;ㅅ; 그나저나 맛있었겠어요 +_+ 퀘사디야~ 요리 잘하시나봐요 +_+

 Commented by 가하 at 2007/05/28 13:20 

치즈.치즈.치즈. 그리고 초코? 새우에다가 연어?

그리고 마가리타! 근데 데킬라 대신 보드가 넣어도 여전히 마가리타에요?

하지만 저도 요즘 날이 더워져서 아이스크림만은 부족하지 않게 섭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빙수도 있지요. 하하하.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8 14:10 

비공개님: 눈이 좋으신가봐요. 그걸 다 보시고… 텔레비젼 앞에 한 대 놓고 손이 심심하면 만져주곤 하죠. 원래 저에게 과분한 1957 빈티지 리이슈 펜더가 있는데 이사하고서 아직 케이스에서 꺼내보질 않았어요.

베이직님: 오랜동안의 다이어트에 이제는 정말 위가 줄었는지 많이 먹기 힘들더라구요. 이사가시려면 준비가 만만치 않겠네요.

잔야님: 그냥 일반 딸기도 샀는데, 걔들 정말 스테로이드 먹은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 퀘사디야는 과유불급의 룰을 적용하여 맛없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8 14:15 

가하님: 왼쪽의 목록은 초벌판, 필요한 걸 생각나는 대로 적은 거구요, 오른쪽의 것은 그걸 다시 가게별로 정리한 것이죠. 보통 가게마다 싼 그리고 좋은 물건이 따로 있어서 주말에는 몇 군데를 돌곤 하죠. 요즘은 날이 더워서 아이스박스를 챙겨야 되니까 좀 번거로와 졌어요. 그러나 언제나 식료품 쇼핑은 저의 지극한 즐거움이라서~ 그나저나 목록을 자세히 들여다보신 모양이군요.

그리고 보드카를 넣은 마가리타는 사실 짝퉁인데, 테킬라를 별로 사고 싶지 않아서요. 집에 술이 좀 있어서… 어쨌거나 아이스크림과 빙수라니 역시 다이어트를 접으셨군요. 어제 밤에 올리신 포스팅에 붙어 있는 사진, 벌써 여러 사람이 다운 받아 놨다고 소문이 좍 났어요~ 나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곧 뉴스그룹에 올라온다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Commented at 2007/05/28 14: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8 14:59 

비공개님: 불어는 고등학교때 배웠으니 간단한 단어나 인사밖에는 몰라요. 나중에 다시 학교에 가려면 공부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구요. 스페인어도 물론 모르죠…^^;;; 그냥 왜 ‘–lla’가 스페인어에서 ‘-라’ 아닌 ‘-야’ 로 발음된다는 것은 그냥 상식이잖아요. 저는 야구를 많이 보니까 거기 나오는 라틴계 선수들의 흔한 이름, 예를 들어서 Castilla 같은 것들의 발음을 중계에서 듣게 되는거죠.

저 퀘사디야는 완전 비만 퀘사디야라서, 저것 자체도 비만, 먹는 사람도 결국에는 비만이 된다는 뭐 그런…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9 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