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누구는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러 나가고, 저는 접착제가 마르는 동안 블로그질이나 할랍니다(어째 이 표현은 예전에 써먹은 듯한 기분…여담이지만 저는 어떤 작가가 좋다고 생각하면 근작은 물론 예전작까지 죽 훑어가며 읽는 편인데 어느 순간 같은 표현들이 다른 글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는 그 작가에 대한 관심을 버리게 됩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이윤기가 있죠. 하긴 뭐 15년이면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박학다식이 ‘니들이 이런거 아냐?’ 라는 훈계처럼 들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뭐 대체 다른 일이라고는 부페 알바나 이런 것 밖에 해 본적이 없어서 다른 직업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확실히 마감이 있는 직업을 가지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그리 바람직한 것 같지 않습니다. 특히 건축 같은 경우에는 100% 완벽한 결과물은 여러가지 이유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마감이라는 것은 결과물을 마무리 짓는 필요악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감이 다가오면 초등학교 3학년때 밀린 탐구생활 하듯 회사에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학교 때부터 이 생활을 해오다 보니 별 감각이 없기는 한데, 저녁에 집에 가서 쓰레기장으로 변한 부엌을 보면 좀 짜증이 납니다.
회사에 오래 붙어 있지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된다는 중압감(물론 이게 장난 아니기는 하지만…)에는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습니다. 같은 팀 사람들이 자신 및 형제의 결혼, 출장 등등으로 자리를 비워서 저와 보스만 남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녁 열 신데 야구 중계를 틀어놓고 비교적 즐겁게 모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예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3일 연휸데, 휴가를 내든 어떻게 하든 하루 정도 더 쉴 생각이라서 벌써부터 긴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에 약간 들떠 있습니다. 벌써 주말에 볼 DVD 몇 편도 빌려 놨고, 볼 영화도 선별해 놨으니 뭘 먹을까 정하기만 하면 되는데, 간만에 치즈케잌이나 구워 먹을까 생각중입니다. 안 해 먹은지 진짜 천 년은 된 것 같아서…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니까, 뭐 열 두시까지는 자리에 붙어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우리나라의 친구들이 얼만큼 일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걸 생각하면 피곤함을 덜 느끼는 약간 이상한 죄책감 비스무리한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간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 가는 사람에게 삶의 즐거움은, 안타깝게도 드라이브의 속도감 밖에 없습니다.
# by bluexmas | 2007/05/24 11:07 | Lif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