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언덕 과자집

드디어 오늘 오전, 시간을 내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정원을 손봤습니다. 그래봐야 나무 밑에 깔린 나무 껍데기를 바꿔주고 잡초를 뽑은 정도인데, 무려 세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돈도 만만치 않게 들더군요. 정말이지 어제는 거의 몸살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서 영화보고 장보러 잠깐 나간 것을 빼고는 몸을 내내 침대에 심어 놓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저녁 같이 먹자고 전화를 했는데 그것마저도 다음을 기약해야 할 정도 였으니까요(저에게 먼저 연락하는 유일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치면 면도를 한 셈이라 집 사진을 한 장 찍어 줬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설탕언덕(Sugar Hill)이고 집 생김새가 전형적인 집장사 Cookie-cutter 집이라서 뭐 결국 설탕언덕의 과자집인 셈입니다(집 색깔마저 매년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Gingerbread House 같습니다). 너무 틀에 박힌 집이라 과연 건축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이런 집에 살아도 되는 걸까, 라는 쓸데 없는 죄의식마저 가끔 느낍니다. 그나마 새로 지은 집이라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예산에 맞는 집을 찾느라 회사에서 좀 멀리 떨어진, 교통 체증이 심한 동네로 이사왔지만 동네가 워낙 조용하고 근처에 공원도 많고 해서 주말엔 어딘가 나가지 않고도 차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시간이 나면 업이 업인지라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좀 더해보고 싶은데 집의 분위기가 워낙 저의 취향(contemporary-minimalism)과는 거리가 멀어서 별로 손대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by bluexmas | 2007/05/21 09:57 | Lif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ibidem at 2007/05/21 10:09 

설탕 언덕에 쿠키 커터집이라고 하니까 문득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이 떠오르는 걸요^^.

정원을 손보지 않으면 벌금 내야 한다는 말을 언뜻 들은 것 같은데(집앞에 눈 안치우면 벌금내는 것처럼) 정말 그런가요?

 Commented by basic at 2007/05/21 10:27 

드디어 정원을 면도하셨군요. 잘 하셨어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1 10:39 

ibidem님: 헨젤과 그레텔은 저도 생각했는데 글에 언급하는 걸 까먹었어요. 이거 벌금 먹을까봐 다 죽어가는 몸을 일으켜 세워서 한 것이랍니다. 흐흑…

basic님: 사실은 면도라기 보다는 메이크업을 바꿔준 셈이에요. 잔디는 아직 깎을때가 안 되었고 화단과 나무 밑에 깔리는 나무 껍데기를 바꿔준거거든요.

그나저나 룸메에게 펀치는 날리셨나요?

 Commented by basic at 2007/05/21 13:18  

하하. 펀치라; 아직요- 오늘은 남친 집에서 자는지 집에 하루종일 없고. 내일이 빅토리아 데이(휴일)이니 제발 어디라도 놀러갔기를 바랄 뿐. 이런 불합리한 피해는 이야기해야 하는데. 역시 어렵네요. 같이 사는 사람이니 틀어지고 싶지 않잖아요. ㅠ.ㅠ

 Commented by 이로 at 2007/05/21 14:05  

각박한 서울땅에 사는 제겐 한없이 좋아보이기만 하는걸요~ 에공..부러울따름이네요 ^^

 Commented by 가하 at 2007/05/22 00:26 

사진 때문인가요. 집이 그림같아요.

전 손바닥만한 집안일로도 지쳐 쓰러질 것 같은데 정원일이라니…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2 12:59 

basic님: 서양에서는 들이대는게 최고입니다요.

이로님: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2 13:01 

가하님, 저도 살림을 처음 배우던 시절에는 손바닥만한 자취방에서 시작했다지요. 살림은 다 배우면 느는 것이랍니다… 집은, 새로 지은거라 그럴싸 해보이는데 사실 싸구려에요. 디자인도 싸구려, 재료도 싸구려…

…집주인도 싸구려일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