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des of Glory (2007)-생각보다 멀쩡해서 실망한 코미디
‘비교적’ 기발한 소재에 장르에서의 최고 배우 쌍두 마차,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의 호평까지… 이 모든 것이 한데 버무려져 근 한 달을 기대하며 기다리게 만들었던 ‘Blades of Glory’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는 영화였습니다. Old School부터 Will Farrell 주연 영화(Old School, Anchorman, Elf… 그러나 A Night at Roxbury는 정말 쓰레기…)는 거의 다 보다시피 했고, 정말 말도 안 되는 미국 유머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에 미친듯이 웃기는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에 갔는데, 어찌된 이유인지 그다지 웃을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토요일에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 대체 왜 별로 웃기다는 생각이 들이 않았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엉성하나마 내린 결론은 영화의 스토리 텔링이 너무 분산되어 있어 웃기는 요소를 집중적으로 넣을 틈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이 영화는 남자들끼리 짝을 이룬 피켜 스케이팅이 주된 소재이니 만큼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스케이팅 퍼포먼스 자체나 거기까지 이르는 연습 과정이 되어야만 하고, 또한 웃길거리도 이 소재에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부분보다 나머지 부분들, 즉 영화의 주된 이야기를 연결하는 부분이 더 웃기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뭐 어차피 스케이팅 퍼포먼스 자체야 그렇다 치더라도, 원래 같은 하늘에서 숨 쉬는 것조차 서로에게 수치였던 라이벌이 팀을 이뤄 호흡을 맞추기 시작해서 필살기를 익히는 과정까지가 생각보다 적은 비중으로 다뤄졌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배우들이 보여줄 수 있는 스케이팅 퍼포먼스에 한계가 있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웃기지 않았을 뿐이지, 영화 자체가 짜임새 없이 엉성하지는 않습니다. Will Farrel과 Jon Heder라는 장르 최고의 배우들이라면, 각본이 엉성해도 나름대로 영화를 끌고 나갈 힘은 있는 법이니까요. 영화의 절정을 장식하는 이 둘의 스케이팅 퍼포먼스는 차라리 진지하기까지 해서, 아예 코미디를 표방하지 않았다면 영화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Will Farrell의 ‘Anchorman (2004)’ 같이 너무 말도 안되게 웃기고 또 엉성하기까지 해서 결론 따위는 생각조차 안 해도 되는 그런 코미디를 기대했는데, 영화가 의외로 멀쩡해서 실망했으니까요.
*덧글: 영화에서 이들이 생명을 내놓고 익히는 필살기의 발원지는 북한입니다… 세상에 이상한건 다 북한이나 이라크 같은데에서 끌어다 붙이는지…
# by bluexmas | 2007/04/06 09:39 | Movie | 트랙백